페도라
- 감독
- 빌리 와일더
- 제작년도
- 1978
- 출연
- 윌리암 홀덴, 마르테 켈러, 힐데가르트 크네프
픽사의 울트라 리얼리스틱(ultra-realistic) 단편 애니메이션 < 파란 우산 > 장편 상영에 앞서 공개되는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은 늘 상상력 넘치는 신선한 영상미와 톡톡 튀는 유머 그리고 혁신적인 기술의 실험적 시도로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애니메이션과 극사실주의적(ultra-realistic) 이미지가 만나 또 한 번 큰 사고를 쳤다. 올여름 개봉될 픽사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 몬스터 학교 Monster University >의 상영에 앞서 지금까지의 관례대로 관객들은 짧은 애니메이션 한 편을 먼저 만나게 될 텐데 바로 신예 사스카 운셀드 감독의 < 파란 우산 >이 되겠다. 감독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5~6년 전 이었나? 인터넷상에서 우연히 하늘을 날고 있는 우산들에 대한 짧은 애니메이션을 보게 됐다. 왠지 르네 마그리트의 ‘골콘다’가 연상되는 작품이었는데, 무수히 많은 우산들 속에서 우산 하나가 비상하고자 애쓰던 장면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2010년 8월, 영화제 심사 때문에 직접 만나게 된 감독과 우연히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짧은 애니메이션이 바로 자신이 만든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꽤나 신기한 인연(?)이라 생각했었다. 당시 감독이 또 하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며 보여준 짧은 영상이 있었는데 도시의 보도블록을 촬영한 실사에 간단한 CG를 입힌 캐릭터 애니메이션으로 바로 이번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데 우산과 함께 모티브가 된 소재였다. 감독은 그렇게 하나하나 파편화된 아이디어들을 3~4년 동안 차곡차곡 모아 마침내 멋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번 단편을 통해 픽사는 마치 실사를 보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포토리얼(Photo Real)한 영상미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영상 이미지 구현을 위해 글로벌 일루미네이션(Global Illumination)과 딥 컴포지팅(Deep Compositing) 이라는 신기술을 앞세웠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단지 픽사의 최신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현란한 시각적 볼거리만을 추구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폄하하면 정말 곤란하다. 절제된 대사 뒤에 펼쳐지는 감수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비주얼과 빗방울 소리를 타며 들려오는 선율은 단편의 색다른 매력과 잔잔한 감동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 파란 우산 >의 내용은 의외로 심플한 `Boy-meets-Girl`식의 러브 스토리이다. 비 오는 날 오후, 도심의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파란 우산과 빨간 우산이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실감 나는 도시의 을씨년스러움과 지쳐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듯 보이는 검은 우산들과는 대조적으로, 그 속에서 감정을 느끼고 살아 움직이는 파란 우산과 빨간 우산은 기술적 테크닉의 한계를 넘어 예술적 상상력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빨간 우산을 필사적으로 다시 만나기 위한 파란 우산의 노력은 짓궂은 날씨의 방해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진정한 애니메이션적 마술은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불어 닥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두 우산의 사랑을 맺어주기 위해 도시가 스스로 살아 움직이게 되는 기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클래식 애니메이션 <자니 페도라와 앨리스 블루보닛 Johnny Fedora and Alice Bluebonnet>의 추억을 살며시 떠오르게 하면서 엷은 미소를 짓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역시, 이번에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