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이저 2: 헬 바운드
- 감독
- 토니 랜들
- 제작년도
- 1988
- 출연
- 클레어 시긴스, 애쉴리 로렌스, 케네스 크랜햄, 이모겐 부르만, 신 챔프먼, 윌리엄 홉, 더그 브래들리, 바비 와일드, 사이먼 뱀퍼드, 니콜라스 빈스
한국에서 공포영화를 좋아하기란 많은 난관이 있다. < 티탄 >으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은 쥘리아 뒤쿠르노의 데뷔작 <로우>(Raw, 2016)는 칸을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화제작이고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도 초청되었으나 결국 수입되지 않았고, 넷플릭스를 통해 뒤늦게 공개됐다. 아마도 카니발리즘이라는 소재 때문이 아닐까. 올해 아카데미 주요상을 휩쓴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와 < 더 웨일 >을 만든 제작사 A24의 영화는 언제나 독특하다. < 유전 >과 < 미드소마 >, < 더 위치 >, < 잇 컴스 앳 나잇 >, < 램 > 등 A24가 만든 공포영화들도 장르적으로는 아쉽다 말할 수 있어도 개성이라는 면에서는 모두 탁월하다. A24의 2022년 작품인 티 웨스트의 < X >는 비평가와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고, 약 1천 5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성공작이다. A24는 프리퀄인 < 펄 >(Pearl, 2022)을 바로 제작하여 작년 9월 개봉했고, 시퀄인 <맥신>(MaXXXin)도 제작 중이다. 그러나 오락성과 작품성 모두 뛰어난 공포영화 <X>는 한국에 수입되지 않았다. 1979년을 배경으로 시골 농장에 포르노 영화를 찍으러 갔다가 학살당하는 내용인데, 역시 ‘포르노 영화’라는 소재가 불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데미안 레온의 <테리파이어>(Terrifier, 2016)는 3만 5천 달러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슬래셔 영화다. 2016년부터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하다가 2018년 개봉한 <테리파이어>는 ‘아트 더 클라운’라는 개성적인 살인마 캐릭터와 신랄한 고어 장면이 찬사를 받으며 컬트영화가 되었다. 데미안 레온은 2편 제작을 위해 5만 달러 펀딩을 시작했고, 목표를 훨씬 초과 달성하여 총 25만 달러를 모금했다. 상영시간 2시간 18분의 고어 슬래서 영화 <테리파이어 2>는 작년 미국에서 개봉하여 1천 5백만 달러의 극장 수익을 올렸다. 제작비는 약 25만달러. <테리파이어> 1, 2편은 한국에 수입되지 않았다. 수입한다 해도 고어 장면이 노골적인 영화라 많은 장면이 잘려나갈 것이다. 온전하게 한국의 극장에서 <테리파이어2>를 볼 방법은 영화제를 통하는 것밖에 없다. 1970, 80년대의 슬래셔 영화를 리부트하는 감각으로 만들어진 화끈한 호러 영화 <테리파이어 2>를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호러영화에서 ‘캐릭터’는 대단히 중요하다. 살인마의 캐릭터를 잘 잡으면 시리즈가 끝없이 이어진다. < 할로윈 >의 마이클 마이어스, < 나이트메어 >의 프레디. < 13일의 금요일 >의 제이슨, <헬레이저>의 핀헤드 등은 호러 장르의 아이콘이다. 데미안 레온이 창조한 아트 더 클라운도 그들의 뒤를 이을 자격이 충분하다. 아트 더 클라운은 데미안 레온의 첫 번째 단편영화 <9번째 서클>(The 9th Circle, 2008)에 조역으로 등장했고, 단편 <테리파이어>(Terrifier, 2011)에 초자연적 존재로 등장하여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미안 레온은 두 편의 단편을 활용하여 장편 <올 할로우스 이브>(All Hallow’s Eve, 2013)를 연출한다. 할로윈에 캔디를 받으러 나갔던 아이의 주머니 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디오테이프가 들어 있다. 베이비시터는 비디오를 틀었고, 아트 더 클라운이 등장하는 단편영화들을 보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 데몬스2 >의 악마가 TV 브라운관을 통해 현실에 나오듯, 클라운이 베이비시터를 바라보고 다가와 브라운관을 두들기다가 현실로 들어온다. 데미안 레온은 <올 할로우스 이브>에서 아트 더 클라운의 가치를 충분히 깨달았고,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장편 <테리파이어>는 오로지 아트 더 클라운을 위한 슬래셔영화다. 할로윈 밤, 광대 코스튬을 입은 남자가 두 여성을 쫓아간다. 그리고 만나는 모든 이들을 살육한다. 제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살육은 85분의 러닝타임 동안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저예산이기 때문에 장소와 인물의 제한은 필연적이다. 주인공은 몇 번이나 위기에서 도망치면서 아트 더 클라운을 죽이지 않는다. 클라운이 쓰러지거나 정신을 잃으면 그대로 두고 도망치다가, 다시 공격당한다. 80년대 슬래셔 영화의 클리셰를 너무 반복해 사용하는 탓에 약간 지루한 감도 있다. 스토리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테리파이어>의 참신한 고어 장면들과 아트 더 클라운의 섬뜩한 매력은 호러영화 마니아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테리파이어>는 호러의 컬트가 되었다. <테리파이어 2>는 1편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가진 데미안 레온이 작정하고 만든 영화다.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 보여주고 싶은 모든 것을 아낌없이 2시간 18분에 담았다. 호러 그것도 고어 영화를 2시간 넘게 본다는 것은 마니아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데미안 레온은 하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창의성이 넘치는 감독이 공식에 충실한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어 성공했을 때, 속편의 기회가 주어지면 자의식이 충만하다 못해 가득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팀 버튼의 < 배트맨2 >(Batman Returns, 1992), 길예르모 델 토로의 < 헬보이2 >(Hellboy 2: The Golden Army, 2008)가 그렇다. <배트맨>과 <헬보이>는 모두 걸작이지만, 철저하게 슈퍼히어로 영화의 공식 안에서 자유롭게 상상력을 전개했다. 그러나 <배트맨2>와 <헬보이2>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경계선을 가볍게 초월해 버린다. <배트맨2>의 히어로는 배트맨이 아니라 캣우먼과 펭귄이고, 추방된 자들의 부활을 다룬다. 크리스토퍼 월킨이 연기한 빌런 맥스 슈렉의 존재는 스리슬쩍 지워진다. <헬보이2>는 길예르모가 애착을 가진 기형의 존재, 신묘한 기계장치, 뒤틀린 신화와 전설 그리고 저주까지 모두 등장하여 헬보이의 모험을 보여주는 판타지다. <테리파이어 2>를 <배트맨2>, <헬보이2>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데미안 레온의 야심만은 인정할 수 있다. <테리파이어 2>는 80년대 하이틴 슬래셔 영화 풍의 오프닝 크레딧으로 시작한다. 주인공도 10대의 남매다. 시에나는 자살한 아버지가 만들었던 검을 든 천사 코스튬으로 할로윈 파티에 가고 싶어한다. 동생 조나단은 아버지가 남긴 엽기적인 그림들이 아트 더 클라운과 관련있다고 믿는다. 1년 만에 다시 나타난 아트 더 클라운은 어쩐 일인지, 시에나와 조나단 남매에게 집착한다. 친구 앨리와 시에나의 어머니를 죽인 아트 더 클라운은 조나단을 납치한다. 최종적으로 시에나와 아트 더 클라운의 맞대결이 벌어진다. <테리파이어>는 심플한 슬래셔영화였다.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아트 더 클라운도 초자연적 존재로 묘사되지 않는다. 쫓고, 죽이고, 절단하는 장면을 긴장감 넘치게 구성하는 것에만 집중하여 작지만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다. <테리파이어 2>는 <나이트메어>를 연상시킨다. 부활한 아트 더 클라운은 초자연적인 괴물이고, 꿈과 현실을 넘나든다. 시에나와 조나단은 꿈속에서 클라운을 만나고, 깨어나자 현실에서도 상처가 지속된다. 학교의 환상 장면은 확실한 <나이트메어>의 오마쥬다. 그런데 묘하다. 죽음 직전까지 몰린 시에나는 환상적으로 되살아나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클라운과 최종 보스 대결을 벌인다. 영락없는 게임 판타지의 엔딩이고, 검을 든 여전사의 각성이 메인 플롯이 된다. <테리파이어 2>의 초점은 아트 더 클라운보다 시에나에게 맞춰져 있다. <테리파이어 2>는 데미안 레온의 야심이 넘쳐 장르도, 스토리도 마구 넘쳐난다. 단점에도 불구하고 <테리파이어 2>가 성공적인 속편이 된 이유는 데미안 레온의 창의적이고 현란한 고어 장면들 때문이다. 시에나의 친구인 앨리의 집에 찾아 간 아트 더 클라운이 그녀를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은 아주 길고 자세하게 묘사된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테리파이어 2>는 호러영화 마니아에게 기억될 영화로 남는다. 조나단을 찾아 시에나와 함께 테마파크에 간 친구 브룩과 남자친구 제프가 아트 더 클라운에게 공격당하는 장면 역시 아이디어가 넘친다. <테리파이어2>는 데미안 레온의 야심으로 장황하고 호사스러운 속편이 되었지만, 하이틴 슬래셔 호러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정확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 되었다. 공포와 긴장감, 살육 그리고 유머와 에로틱까지 겸비한, 21세기를 대표할 하이틴 슬래셔 영화다.
“요즘 우리나라에 웨스턴 붐이 일고 있잖아. 야 일본에 < 요짐보 >라는 죽여주는 영화가 있는데 이런 느낌적인 느낌으로다가 대충하나 만들어 볼텨?” 이탈리아의 어떤 영화제작자는 두 패의 악인들이 대립하는 어느 장소에 홀연히 나타난, 선인인지 악인인지 하여간 건달 같은 작자가 문제를 해결하고 멋지게 사라지는 이 이야기에 무척 끌린 모양이다. 그래서 그는, 세르지오 코부치라는 감독을 불러들여 시나리오도 없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완전한 무명배우였던 프랑코 네로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고, 관을 끌고 다니는 남자, 깜짝 등장하는 무기, 황당하도록 화끈한 결말 등 당대의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들과 함께 장르의 클리셰라고 불릴 만큼 후대에 반복되는 요소들을 정립했던 이 영화는 1966년에 제작된 < 쟝고 > 다. 최근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장르를 아예 통째로 떠다가 본인 나름의 방식으로 아름답게 재해석해 < 쟝고 : 분노의 추격자 >를 만들기도 했다. < 쟝고 >(1966)와 < 삿갓 쓴 장고 >(1985) 그리고 시간이 흘러 1985년. 동북아시아의 조그만 나라, 영화 강국이라고는 부르기는 아직 어려웠던 한 나라에 이 비슷한 생각을 한 제작자가 또 있었다. 그는 많은 연출 경험으로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한 감독을 기용했다. 이미 34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또 반 이상의 각본을 직접 쓴 사람이었다. < 대근이가 왔소 > < 특명 8호 > < 맨발로 왔다 > 같은 다수의 다찌마리 영화로 액션 연출에 경험이 많았고 < A*P*E 킹콩의 대역습 > 같은 영화로 미국과 공동작업 경험마저 있어 글로벌 인재로 손색이 없었다. 최영철 감독은 자작 시나리오로 배우를 캐스팅했고, 영화는 공개되었다. 천인공노할 사기꾼들을 정의로운 두 사내가 쳐부순다는 내용의 < 삿갓 쓴 장고 >는 대충 이렇게 제작되지 않았을까? 삐용삐용B무비의 마지막 원고를 어떤 영화로 해야 할지 나름대로 고민했다. 사실 이 분야가 그다지 많은 관심을 받는 것도 아니고 찾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겠지만, 영상자료원 내에서도 볼 수 없는 영화가 정말 많았다. 필름으로는 존재하지만 다른 포맷으로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 한녀 >나 < 관속의 드라큐라 > 같은 영화를 꼭 다루고 싶었다. 앞으로 더 나아지리라 믿는다.) 결국 고민은 마지막 회이니, B스러운 재미가 있으면서도 괜찮은 영화를 소개할 것이냐, 아니면 그냥 갈 데까지 간 영화를 소개할 것이냐 하는 원초적인 질문으로 수렴되었다. < 삿갓 쓴 장고 >는 후자에 포함하는 영화다. 몇 편의 허탈한 영화를 놓고 고민을 하였으나 이만한 것은 없었다. <삿갓 쓴 장고>와 함께 최종후보까지 올라간 < 햄버거 쟈니 >는 주인공 쟈니 윤 의 카리스마가 김인문-한무의 협공을 이기지 못해 탈락하였다. 장고와 소림사의 만남 영화가 시작되면 한 사내가 관을 끌고 나타난다. 승마 부츠와 청바지를 입은, 그리고 판초를 걸치고 카우보이모자를 쓴 그는 터덜터덜 밤길을 걷고 있다. 그때, 반대편에서 한 사내가 또! 관을 끌고 나타난다. 뭔가 비슷한 듯한 복장이지만 삿갓을 쓰고 거적때기를 어깨에 얹은, 비닐 장화를 신은 사내. 이 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삿갓: 너 뭐야. 빨갱이가 아니면 신분을 밝혀 신분을. 카우보이모자: 내 이름은... 장고. 성은 장 씨고 이름은 높을 고자여. 그러니께 장하고도 고. 이제 알았능가. 근데 넌 뭐여. 삿갓: 난 소림사다. 성은 소씨고 이름은 임할 림에 스승 사. 고로 소 하고도 림사. 소림사. 장고( 김인문 )와 소림사( 이승현 )의 첫 만남이다. 음악이나 문학, 그리고 영화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창작과 감상에 모두 작용하는 예술들이 있다. 앞서도 몇 번 말했듯, ‘시작’은 그 미메시스의 시간에 진입하는 관문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라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이 영화의 이렇듯 다짜고짜 전라도 사투리로 한자 풀이를 하며 관객을 인도한다. 이들이 통성명하는 계기도 엉뚱하다. 그냥 지나가고 있는 장고에게 소림사는 토마토인지 핏덩어리인지 뭔지 모를 것을 집어던진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소림사는 그때 마네킹을 해체하고 있었다. 어쨌든 화가 난 두 사람은 통성명 이후 시비가 붙는다. 장고: 근디 내가 니놈의 관상을 보니께 영락없는 쾡이여 쾡이! 명심보감에 대장부는 당용인이언정 무위인소용이니라 하였거늘... 소림사: 대장부는 마땅히 남을 용서할지언정 남의 용서를 받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 이 말이지? 장고: 허! 소림사: 너도 글깨나 아는 모양인데 내가 딴 건 몰라도 명심보감 하나만은 줄줄 외고 있지. 후후 장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부해서 남 주는 거 아니니께 참말로 다행일세. 하지만 네놈은 푸줏간 신세도 되지 못하는 쾡이 신세여 쾡이! 소림사: 니놈은 너구리 신세고 너구리! 장고: 너구...!? 명심보감 웬 뜬금없는 명심보감 타령이며 쾡이, 너구리 타령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이들의 싸움을 이해해보려 해도, 영화 시작 5분 내에 펼쳐진 일이라 물리적인 시간 앞에서 무릎을 꿇게 된다. 뒤에 어떤 전사가 나오느냐? 그런 거 없다. 그냥... 싸운다. 게다가 이놈의 명심보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등장하는데 이들의 삶의 지침 같은 것이려니 하고 그냥 넘어가 보도록 노력을 해보자. 하지만 가슴 한 켠에 늘 육법전서를 넣어놓고 언제든 꺼내어 읽는 장고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물론 시골에서 경찰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것이라는 이유는 있다. 경찰 시험공부를 하는 것과 육법전서를 늘 품에 담고 다니는 것이 무슨 상관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30살의 장고는(당시 김인문 씨 나이 46세) 그렇게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정신을 좀 차려야겠다. 간략한 내용은 이렇다. 경찰이 되어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장고. 서울에서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관 같이 생긴 궤짝에 새끼돼지 수십 마리를 데리고 왔으나, 악당 두꺼비(한무) 일파의 사기에 당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한 편 장고와 비슷한 사연을 가지고 교통경찰이 되기 위해 관 같이 생긴 궤짝에 강아지를 잔뜩 데리고 올라온 소림사 역시 두꺼비 일파에게 걸려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그들은 우연히 만나 시비가 붙었던 탓에, 서로가 상황이 이렇게 만들었다 생각하고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 그러던 중 장고는 무일푼인 상황이라 한 레스토랑에 웨이터로 취직을 하고, 두꺼비 일당을 찾아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 우연히 부모의 원수가 두꺼비 일파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장고는 그들을 추적하던 도중 필름을 입수하게 된다. 이것은 국제 마약상의 루트를 정리한 필름이었다. 한편 소림사 역시 일자리를 찾던 도중 우연히 장고가 일하는 레스토랑까지 흘러들어오게 되어 함께 일하며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두꺼비는 소림사에게 접근하여 필름을 훔쳐오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유혹하게 되고 소림사는 제안을 거부하지 못하는데... 머릿속에서 내용을 끼워 맞추어 정리하긴 했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그들이 끌고 다니는 관 속에는 새끼 돼지들과 강아지가 들어 있었고, 장고는 육법전서를 들고 다닌다. 소림사는 부모님이 뺑소니로 돌아가셔서 교통경찰이 꿈이다. 그러나 공부 밑천이었던 강아지를 두꺼비에게 다 뺏기고 ‘세계교통정리 선수권대회에 출전해서 챔피언도 따먹으려 했던 꿈’이 좌절되어 절망한다. (이게 내가 정리해서 쓴 것이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다. ‘뺑소니 없는 명랑 교통질서 확립’이라는 대사는 내가 웃기려고 쓴 거로 생각할 것 같아 아예 뺐다.) 만약에 장고가 칼이라도 맞았는데 그 자리에 육법전서가 있어서 목숨을 구했다던가, 소림사가 교통정리 스킬을 발휘해 위험에서 벗어난다든가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그런 거 없다. 이들이 아는 건 명심보감 뿐이다. 자꾸 장고와 소림사 얘기만 하니까 악당들은 좀 악당다운가 보다 싶으실 수도 있는데, 그럴 리가 없다. 악당 중간보스 두꺼비도 사연이 있다. 시골에서 상경해 돈을 벌어 금의환향해 두 동생들과 행복하게 살려 했지만 ‘여자 좋아하다가’ 결국 악의 길로 빠져든 안타까운 인물인 것이다.(이것도 대사를 통해 스스로 도출한 결론이다.) 게다가 그는 나쁜 짓을 하고 다니면서도 조직원들과 함께 ‘두꺼비 합창단’을 만들어 언젠가는 가수로 데뷔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와 함께하는 부하인 빈대, 벼룩, 모기, 파리 등등이 합창단의 멤버다. 그는 아지트에서 부하들과 함께 ‘두란두란’(아마도 80년대 보이그룹으로 유명했던 ‘듀란듀란’을 지칭하는 모양이다.)을 들으며 미래의 자기 모습을 그리곤 한다. 구수한 사투리 이 정도만 설명해도 이게 뭐야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가장 충격적인 연출은 아직 말도 안 꺼냈다. 장고는 악당들의 끊임없는 음모와 협박에 필름을 돌려주기로 한다. 두꺼비 조직의 보스 김달성( 김기주 )은 해변가에 가면 외국인 여자가 한 명 있을 것이니 그녀에게 필름을 주고 전달했다는 표식으로 장미를 받아오라고 말한다. 해변으로 간 장고, 과연 금발의 외국 여인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서 있다. 할 일이 있어 오기는 했지만 외국인은 어색한지라 “헤...헬로” 하고 말을 거니, 그 외국인 여인은 “아따 이제 왔능가. 싸게싸게 필름 내놓더라고!” 라며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대꾸한다. 이에 놀란 장고가 아니 어째서 사투리를... 하고 묻자 금발의 백인 여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야 내 고향이 전라동께 그라지. 어여 필름이나 내놔야?”라며 구수하게 말을 한다. 로버트 할리도 있는데 이게 무슨 문제이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악당의 함정이었다. 가까스로 아수라장을 빠져나온 장고는 결국 그와의 마지막 대결을 준비하게 되는데. 엿장수 가위 최종 보스 김달성과 장고의 대결은 영화 역사상 가장 성의 없는 대결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김달성은 웬일인지 미국식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나타나 장고를 위협한다. 그를 위협하는 무기는 총? 아니다. 칼? 그것도 아니다. 그럼 하다못해 야구방망이? 역시 아니다. 엿장수 가위다. 이유? 없다. 왜 두꺼비파 최종보스 김달성이 살상무기로 엿장수 가위를 사용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 이에 맞서는 장고의 밥주걱은 대사로 처리를 해주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림사는 영화 중간에 악당 패거리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면서 ‘엄마의 유물’이라고 쓰여 있는 빨랫방망이를 선보인다.) 김달성: 아니 밥주걱? 장고: 그래 너는 악당 베르나도 산초가 아니라 국산 놀부니께!! 김달성: 놀부...?? 장고: 그래 놀부가 싫으면 어서 이 오동나무 코트를 입어! 끌고 온 관을 가리키며 ‘오동나무 코트’를 입으라 불호령을 내리는 장고의 굽히지 않는 모습에 응원을 하고 있자니 조금 머리가 아파오는데, 대결을 마치고 부모님 운운하며 앞으로 착실하게 살라고 일장연설 하는 장고의 뒤로 구슬프게 흐르는 ‘어머님 은혜’를 듣고 있으면 결국 효도해야겠다는 마음이 차오르며 결국 다른 생각은 모두 잊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후다닥 스크린에 차오르는 엔딩 크레딧. 이상하게 슬픈 크레딧이다. 몇 번을 돌려봐도, 감독 이름이 안 나온다... 한국에도 ‘알란 스미시’ 같은 이름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알란 스미시’는 미국에서 제작자의 간섭 혹은 스태프와의 불화 등 영화가 의도대로 제작되지 않아 연출자가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거부할 때 대신 올리는 이름이다. 대표작으로는 < 헬레이저4 >가 있다.) Directed by Alan Smithee 최영철 감독의 필모그라피는 주로 액션영화에 치중되어 있다. 간간이 다른 장르의 영화를 연출하곤 했는데, 이번에 소개한 < 삿갓 쓴 장고 >를 포함해 , < 백백교 >와 같은 괴작들이 있다. 특히 < A*P*E 킹콩의 대역습 >은 이 분야에서 국내외 모두 알아주는 작품이라 굳이 소개하지 않았을 정도다. 그래도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으로 꾸준히 영화를 찍어왔던 감독인데, 사업 파트너의 배신으로 수익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92년 이후 작품 활동이 중단되었다니 가슴 아픈 일이다. 김인문 이승현 한무 감독: 최영철 각본: 최영철 개봉극장: 명보(서울) 관람인원: 573명
강제규 감독을 모르는 영화팬은 없다. 한국 역사상 두 번째 천만 관객 영화이자, 현재까지도 최다관객기록 7위를 고수하고 있는 < 태극기 휘날리며 >를 만들었고, < 은행나무 침대 >, < 쉬리 >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을 만들고 실천한 연출가이며 제작자이다. 그는 감독이기 이전에 충무로에서는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했는데, 지금도 많은 영화팬들의 뇌리에 선명한 수작 < 게임의 법칙 >이나 <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 같은 작품의 그의 각본으로 만들어졌다. 그의 시나리오 작가 경력과 <은행나무 침대>로 시작된 연출 경력 사이에 위치한 영화가 한 편 있다. 그것이 비디오 영화로 제작, 출시되었던 < 공포특급 >이다. 그 때 그 책들 90년대 초반에 ‘어린이’ 혹은 ‘청소년’의 정체성을 가지고 질풍노도의 시기, 주변인, 방관자, 아웃사이더라 명명된 시절을 보낸 분이라면 이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매직아이」, 「월리를 찾아서」와 함께 함께 항상 회자되곤 하는 추억의 서적류 3인방 중 하나가 「공포특급」이었다. 여기저기 떠도는 괴담, 전설 등을 모아 펴낸 책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이 책과 제목이 같다. 제목‘만’, 같다. (포스터는 상당히 흡사한데, 책 「공포특급」이 < 13일의 금요일 >의 포스터를 그대로 베꼈다면, 영화 < 공포특급 >은 그대로 내긴 좀 그랬는지 거기에 < 늑대인간의 습격 Wolfen >의 이미지를 합성했다. 이러나저러나 베낀 것은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습작’이다. 3편의 단편(<국화>는 중편으로 쳐도 될 듯하지만)이 들어가 있는 옴니버스 영화인 < 공포특급 >은 책이 대유행했던 1993년 바로 다음 해, 1994년에 비디오 시장에 출시됐다. 사실 제목이 같을 뿐이고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영화로 보는 것이 옳다. <공포특급>의 단편들은 모두 오리지널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옴니버스 구성이야말로 제작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이자 연출자인 강제규 감독의 상업적 감각이 보이는 대목이다. 어차피 연출 연습을 하긴 해야 하는데 괜히 독립 영화나 단편을 만들어 영화제에서 몇 번 틀고 묵히느니 이런 식으로라도 시장에 내놓아 제작비도 뽑고 평가도 받는 일석이조의 방법을 취한 것이다. 물론 쌩짜 연출자가 아닌 충무로의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였기에 가능한 선택이었겠지만 그런 기반이 된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시도도 아니었을 것이다. 강제규 본인이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 아닐까? 이후 그의 행보가 처음부터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던 바로 그 길임을 생각하면 영화가 대단한지 아닌지를 떠나서 뚝심 하나는 정말 인정 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1. 지하철 살인 범인 제목을 보면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살인을 다룬 것 같다. 그렇다면 물론 클라이브 바커의 <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 공포특급 >의 <지하철 살인>은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지하철’이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격전과, 이유 없이 펼쳐지는 무차별 살인에 대한 공포를 시각화하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지하철역이라는 공간은 많은 영화에서 다뤄질 만큼 매력적인 공간이긴 하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미로가 있다면 지하철역이 아닐까? 하지만 이 에피소드에서는 공간의 매력을 살리는데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다. 주인공의 기지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살인마의 모습이 엄청나지도 않다. 배우 김주영이 맡고 있는 살인마 역은 옆집 아저씨가 칼 들고 마실 나오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좀 더 현실적인 악역을 맡았다면 사람 좋은 얼굴과의 역설이 가능했겠지만 ‘지하철역’이라는, 현실과 괴리된 느낌을 주는 공간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도망을 가고 쫓는 와중에 느닷없이 트위스트 김 선생님께서 출연하여 죽어주셔서 웃음을 주기도 한다.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 전미선이 주연을 맡고 있다. 2. 국화 최종 범인 그녀 방송사 간판 드라마 <국화>가 방영되면서 차례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죽어 나간다. 다름 아닌 드라마의 주인공 국화를 괴롭히던 악역들이 그 피살자. 다음에는 누가 죽을지 모르는 가운데 방송사 드라마국은 비상사태에 빠지고, <국화> 작가의 정체도 미스터리한 가운데 드라마는 종영하게 된다. 그 가운데 불안에 빠진 사람이 있고 작가를 찾는 경찰은 진실에 접근해 가는데... 당시로는 나름대로 호러영화로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 보면 오히려 <드라마시티>나 <베스트극장> 같은 느낌이 더욱 강한 에피소드다. 따지고 보면 막장드라마 같은 이야기라 좀 가벼웠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꽤나 심각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죽음 직전에서 살아난 여인이 미디어를 통해 복수한다는 아이디어가 꽤 신선한 감도 있다. 살벌한 이야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3편의 에피소드 중에 가장 공들인 티도 나고 짜임새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러닝타임도 가장 길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고, 그에 부족함이 없는 연출이라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94년 당시에 봤다면 꽤 재미있었을 에피소드. 애석하게도 요새 보기엔 자극이 세지 않은 편이다. 3. 13인의 피 김승우 와 방은희 앞서 <지하철 살인>에서 클라이브 바커를 언급했다. 그거야 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 아닌가? 지하철이 우리나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13인의 피>를 본다면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셋 중 누군가는 분명한 클라이브 바커의 굉장한 팬임을 확신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에피소드는 ‘13’이라는 숫자가 암시하듯 지옥의 사도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핀헤드는 나오지 않지만, 옷은 얼추 비슷하게 입혔다. 한 남자가 건물 안을 헤매다가 우연히 목이 칼로 그어져 죽어있는 여자 시체를 발견한다. 그러다 다른 남자에게 붙잡혀 모두 파출소로 오게 되는데. 최초의 목격자는 기억상실증이라며 횡설수설하고, 경찰에서도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목격자를 붙잡아 온 남자가 수상하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면 앞선 모든 이야기를 통째로 맥거핀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다른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실 이 정도로 달라져 버리면 반전이라 부르기도 민망해지는데, 그냥 안면몰수하고 ‘< 헬레이져 >의 분위기를 흉내내 보고 싶었습니다..’ 하는 느낌이다. ‘뜬금없음’이라는 것은 나쁜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장르의 관점에서는 꽤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런 점이 재미있어서 이 에피소드가 가장 좋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풋풋한 배우 김승우 가 출연하고 있다. 헬레이저 분위기 위에서 ‘습작’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영화의 만듦새가 그리 깔끔하지는 않다. 게다가 호러 영화팬이라면 좀 뻔히 보이는 민망한 차용(표절이라고까지 하기는 좀 그렇고)들이 보이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문득 돌이켜 궁금해지는 것은, 강제규 감독이 왜 ‘호러’라는 장르를 자신의 습작으로 선택했을까 하는 것이다. 이후로 이어지는 작품들에 단 한 편도 호러 영화가 없으니 한국 호러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고. 나름대로의 결론은, 1. 제작비가 적게 든다. 2. 당시만 해도 이 장르를 업신여기는 분위기여서 거의 아무도 완성도를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심심하면 별 생각 없이 대여점에서 빌려다 보는 장르가 또 호러. 4. 게다가 ‘공포’는 서사와 표현이 극단적으로 어우러져야 하니 연출 연습으로는 더 없이 경제적인 장르. 라는 점이 그의 필모에 어쨌든 호러 영화 한 편을 올리도록 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제임스 카메론도 호러 장르에서 기본기를 다졌음(본인은 부정하지만 어쨌든 연습을 하긴 한 거니까)을 생각해보면 뭐. 그럴듯하지 않나? < 공포특급 >은 하지만 지금은 유명 영화감독이 된, 자신의 영화로 세계와 쇼부를 보겠다는 야심을 품은 한 청년이 ‘여기서부터 시작이다’라는 깃발을 꽂은 지점이라는 것에서 한 번쯤 볼만 하다. 삐용삐용B무비에서 소개하는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많은 모자란 부분 속에서 나름의 매력이 조금씩 풍기는 그런 영화다. 전미선 (지하철 살인) 김주영 (지하철 살인) 신새길 (국화) 최학락 (국화) 조준형 (13인의 피) 방은희 (13인의 피) 감독: 강제규 , 김희철 각본: 강제규 , 김희철 개봉극장: 비디오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