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홀리데이
- 감독
- 리 다니엘스
- 제작년도
- 2021
- 출연
- 앤드라 데이, 트래반트 로즈, 가렛 헤드룬드, 나타샤 리온, 테일러 제임스 윌리엄스
나쁜 놈들에게 개과천선은 가능한 걸까? 성악설을 따로 들먹이지 않아도 늑대, 뱀, 피라냐, 상어, 거미 등 오래 전부터 무섭고 위험한 존재로 취급 받아온 이들이 새롭게 거듭나겠다며 착한 일에 도전한다. 하지만 기니피그로부터 제안된 이 실험은 시작부터 그리 녹녹치가 않은데, 지독한 편견과 고정관념 탓에 뭔 일을 시도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질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목숨마저 내어줄 만큼 가장 친한 친구 사이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 배드 가이즈 >는 변해버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서투른 고백이자 위로이고, 환대받지 못한 아싸들의 진솔한 우정을 그린 헌사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15권까지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호주의 배우 출신의 아동 작가 애런 블레이비의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데, 영화는 크게 1권과 3권의 기둥 줄거리를 바탕으로 < 펄프 픽션 >과 <오션스 시리즈> 등의 전통적인 범죄 장르 영화들과 < 루팡 3세 >나 < 명탐정 번개 (홈즈)> 그리고 <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 같은 다양한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받아 재해석되었다. 특히나 실사적인 움직임을 강조해오던 그간의 미국 전통적인 CG 애니메이션 경향에서 벗어나 만화 특유의 과장된 움직임과 가변 프레임적인 연출을 강조하는 스타일은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물론 공유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바로 음악을 맡은 이도 다니엘 펨버튼으로 동일하다는 것! 다니엘 펨버튼 1977년생의 다니엘 펨버튼은 현재 가장 핫한 영화음악가인 동시에,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온 뮤지션이다. 1994년 그의 나이 약관에도 미치지 않은 16살 때 만든 데뷔 앨범을 들은 TV연출자 폴 윌름스우스트(다큐 연출을 하다 방향을 틀어 <스트라이크 백>과 <다빈치스 데몬스> 등의 시리즈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베테랑) 눈에 띄어 픽업돼 그때부터 17년간 TV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그 필모 안에는 <핍쇼>나 <헬스 키친>, <공룡 구출 대작전>,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사무소> 등 제법 우리 귀에도 익숙한 영국 프로그램들도 보인다. 그러다 2011년 비로소 경력에 비해 늦은(그러나 여전히 젊은 나이인 30대 중반에) 닉 머피 감독의 < 어웨이크닝 >으로 장편 극영화음악 데뷔를 한다. 그 후 리들리 스콧과 대니 보일, 가이 리치, 아론 소킨 등 여러 잘 나가는 감독들을 단숨에 만족시키며 영화계 주류 작곡가로 편입되었다. 그가 이처럼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명징한 멜로디 감각과 탁월한 아이디어, 재기발랄한 편곡 솜씨를 보유한 실력 덕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진지한 드라마를 필두로 다큐멘터리, 범죄물, 블록버스터 액션 히어로, 시대극, 판타지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편식 없이 가리지 않고 모든 스타일의 음악을 매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엔 길고 길었던 TV시절이 받쳐줬기에 가능했다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배드 가이즈>에서도 이런 그의 유연한 다재다능함은 빛이 난다. 다니엘 펨버튼은 이번 애니메이션이 전통적인 하이스트 영화들에 기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 1960-70년대 사이에 제작됐던 수많은 할리우드 케이퍼 영화들이나 캅 영화들의 스코어에 경배를 바치고 있다. 헨리 맨시니의 < 핑크 팬더 >이나 <피터 건>, 퀸시 존스의 < 이탈리안 잡 >, 랄로 쉬프린의 < 블리트 >, 데이빗 사이어의 <지하의 하이젝킹(펠햄 123)>, 돈 엘리스의 <프렌치 커넥션>, 그리고 존 배리의 007시리즈 등 당대 가장 인상 깊었던 그 쿨한 재즈 사운드가 고스란히 그의 손에 의해 재현되는데, 이를 위해 휘황찬란한 브라스 섹션에 그루브한 하몬드 오르간과 펑키한 퍼즈 기타,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리드미컬한 봉고 드럼, 짜릿한 무그 신디사이저 등 그 당시 악기들을 이용했다. 이미 앞서 다니엘은 그 시절 첩보물의 리메이크인 < 맨 프롬 엉클 >과 오션스 시리즈의 스핀오프 < 오션스 에이트 > 그리고 진지한 누아르 < 머더리스 브루클린 >에서 재즈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과 실력을 마음껏 피력한 바 있기에 <배드 가이즈> 스코어의 완성도를 의심하는 건 시간낭비에 가깝다.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적재적소에 위치하는 활력 넘치는 레트로 사운드는 교활함과 긴장감, 위트와 낭만, 감동과 눈물을 동시에 아우르며 10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 중 거의 내내라 할 수 있을 정도인 80여 분간 깔리며 기둥 분위기를 잡아준다. 하지만 단순한 스타일의 재현과 답습을 넘어 자신만의 색채를 입히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힙합 비트에 심포닉 사운드를 섞어 삽입곡들과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새로운 슈퍼히어로 스코어를 완성시켰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처럼 다니엘 펨버튼은 고전 하이스트 장르물 스코어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색다른 악기들이나 모티브를 도입해 기발한 재미와 흥미를 자아내게 만든다. 인도의 전통 악기 ‘반수리(대나무 플루트)’로 재즈에서 사용되는 플루트를 대체해 작전 이나 잠입 시 독특한 은밀함과 영화 중반 등장하는 크림슨 포의 신비주의를 선사한다던지, 하프와 아코디언, 치터가 뒤섞인 것 같은 음색을 들려주는 일본의 전통악기 ‘다이쇼고토(大正琴)’를 들고 와 그 특유의 서늘한 공명감으로 섬뜩한 빌런의 음모를 암시하는 등 기존 장르 스코어에서 전혀 들어보지 못한 실험을 펼쳐 보인다. 복잡한 사연을 지닌 입체적인 기니피그 캐릭터 마멀레이드 교수를 위해선 바흐에서 영향을 받은 피아노(대체적으로 영화에서 컨벤션화 된 악당 캐릭터들이 바흐 음악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를 대입하고 있으며, 후반 들어선 의도적으로 역시 바흐의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프로콜 하럼의 히트곡 “A Whiter Shade of Pale”의 하몬드 오르간 전주를 따와 반전의 전조로 써먹는 재치도 발휘한다. 시종일관 질주하는 다니엘 펨버튼의 음악은 마치 갱단의 노련한 움직임처럼 지치거나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앤서니 라모스 이기 팝과 함께 작업한 영화 <골드>의 주제가 “Gold”로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되고, 셀리스트와 함께 한 <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의 주제가 “Hear My Dream”으로 오스카 주제가상에 올랐던 만큼 다니엘 펨버튼의 송 라이팅 실력 또한 무시 못 하는데, 이번 <배드 가이즈>에선 흥겨움을 담당하는 두 곡 “Good Tonight”과 “Brand New Day”를 들려주고 있다. 영화 중반 스네이크가 위기에 빠지자 피라냐가 마이크를 잡고 주위 환기용으로 불렀던 “Good Tonight”는 실제 목소리를 맡은 앤서니 라모스의 출중한 노래 솜씨를 맛 볼 수 있는 곡인데, 그는 뮤지컬 <해밀턴>과 < 인 더 하이츠 >, < 트롤: 월드 투어 > 등으로 이미 검증된 바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주제가라 할 수 있는 “Brand New Day”는 영국의 소울 충만한 펑크 락 밴드 더 헤비가 소화해 그들 특유의 신명나는 그루브함과 화려한 스윙감을 선사한다. 그 외 배우이자 코미디언 롭 슈나이더의 딸로도 알려진 엘르 킹이 부른 “Feelin' Alright”도 쿨한 <배드 가이즈>만의 색채를 빛내주고 있으며, 사운드트랙 안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영화에서 흐르던 줄리 런던이 부른 고전 스탠다드 팝 “Fly Me to the Moon”이나 아니타 오데이의 “Whisper Not”이 분위기를 돋아주고, 더 블랙키스의 “Howlin' for You”, 케미컬 브라더스의 “Go”, 캔트 스톱 원트 스톱의 “Stop, Drop, Roll” 등이 유쾌함을 더한다. 개봉 전 예고편에선 재밌게도 빌리 아일리시의 딱 한글자만 틀린 제목의 노래 “Bad Guy”가 사용되기도 했다. 코로나 기간에 제작되고 상영돼 제약이 많았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2억 5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올린 <배드 가이즈>이기에 속편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선 23년 연말을 목표로 홀리데이 스폐셜이 제작 중에 있다. 다니엘 펨버튼이 직접 참여할 진 미지수지만, 현재 애플TV+에서 <에프터파티>와 <슬로 호지스> 시리즈를, 24년 개봉 예정이었다가 무기한 밀린 대망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삼부작을 마무리 짓는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유니버스>를 작업하는 등 바쁜 스케줄을 이어가고 있어 그의 주가는 더욱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거장이 되어갈 다니엘 펨버튼을 지켜보며 <배드 가이즈>라는 제목과 달리 썩 나쁘지 않은 비장의 OST 하나를 기억해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Track List 1. The Big Bad Wolf 2. Meet The Bad Guys 3. Let's Bounce 4. Push Pop 5. Step 3 6. Security Surprise 7. The Dolphin Heist 8. Going to Go Good 9. Turn on the Charm 10. Marmalade Prelude 11. A Heist for Good 12. The Sharing Laboratory 13. Save the Cat 14. "Good Tonight" by Anthony Ramos 15. So Long Suckers 16. The Lair of Loot 17. Loot Loops 18. Bedtime Story 19. Double Crossed 20. Tricky Fox 21. The Crimson Paw 22. Secret Hideout 23. Evil Masterplan 24. The Sad Guys 25. One Last Push Pop 26. Finish Them 27. Huff + Puff 28. Just Robbing This Place 29. Freeway Escape 30. Who Said It Was the End? 31. Redemption 32. The Old Switcheroo 33. "Feelin' Alright" by Elle King 34. "Brand New Day" by The Heavy
크리스마스를 앞둔 싱글들의 푸념은 동서고금을 막론할 거 없이 비슷한 모양이다. 시카고 철도국 개찰구에서 일하는 루시에게도 다가올 연휴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당직을 떠맡게 되었고,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건 고양이 한 마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낙이 있다면 매일 아침 지나치는 어느 잘 생긴 남자만 바라보는 것뿐인데, 그나마도 짝사랑이라 말 한번 못 붙여본 채 전전긍긍 앓고 있다. 그런 그녀를 하늘도 불쌍히 여긴 걸까. 연휴 아침 불량배들에게 떠밀려 철로로 떨어지는 남자를 보게 된 루시는 빛의 속도로 달려 나가 그를 구하게 된다. 아 위대한 사랑의 힘이여! 그러나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병문안조차 허락되지 않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그만 망상(!) 하나가 입 밖으로 새어나온다. “결혼하려고 했는데..” 옆에서 귀신같이 그 말을 들은 간호사가 면회를 허가하고, 그때 마침 나타난 남자의 가족들에게 루시를 약혼녀라고 소개한다. 아뿔사! 이를 어째. 솔직히 아니라고 고백하려 하지만 남자네 할머니가 심장마비 전력이 있어 더 이상의 충격은 안 된다며 겁을 준다. 더욱이 뒤늦게 나타난 남자의 동생은 그녀가 형 타입이 아니라고 단언하며 그녀를 의심한다. 아니 솔직해지자. 그는 형수가 될 이 여자가 마음에 든다. 그녀도 그가 싫지 않다. 이게 모두 당신이 잠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산드라 불록과 빌 풀먼 1994년 < 스피드 >로 일약 스타가 된 산드라 블록이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 달달한 홀리데이 시즌용 로맨틱 코미디는 재밌게도 크리스마스와 해피 뉴 이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1995년 4월에 개봉되었다. 그러고도 전 세계적으로 2억불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하며 그해 깜짝 히트작이 되었다. 남자 주연을 맡은 빌 풀만은 미소가 멋진 배우였지만 당시 상업적인 필모그래피와는 거리가 멀었고, 제작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1,700만 달러짜리 소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피터 갤러거나 피터 보일, 잭 워든과 글리니스 존스 등 뛰어난 조역진들의 포진과 대작들을 피해 한참 연애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비수기 봄철에 개봉해 입소문을 타고 성공했다. 산드라 블록은 이 영화로 생애 최초 골든 글로브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이후 특유의 친근하면서도 털털한 분위기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감독 존 터틀타웁은 전작 < 쿨러닝 >으로 주목받기 시작해서 경력의 대부분을 디즈니에서 보낸 인물로, 그 영향 때문인지 주로 휴먼 코미디에서 장기를 보여 왔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그런 감독의 따뜻한 시선과 유쾌한 소동극이 잘 어우러진 작품으로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맥을 충실히 따르며 감미롭고 착한 서민 버전의 신데렐라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행복한 이야기에 아름다운 음악이 빠져서는 곤란, 80년대 중반부터 많은 종류의 할리우드 코미디를 책임졌던 랜디 에델만이 크레딧에 올라 상큼 유쾌 발랄 3종 세트의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랜디 에델만 Randy Edelman 지금은 영화음악가로 정평이 났지만, 사실 랜디 에델만은 70년대 영미권 팝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싱어 송 라이터였다. 신시내티 음악대학 졸업 후 소울의 황제 제임스 브라운의 킹 레코드 편곡자로 들어가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겸 음악감독으로 활동했고, 동시에 당대 히트 가수였던 카펜터스와 배리 매닐로우, 프랭크 자파, 블러드 스웨트 앤드 티어스와 올리비아 뉴톤 존 등에게 곡을 써주며 유명해졌다. 자신 또한 72년부터 79년까지 6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수준급의 AOR(Adult Oriented Rock)을 들려줬으며, 천재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인 재키 데샤논과 결혼하는 등 안팎으로 화제를 낳았다. 이후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음악에 몰두한 그는 85년부터 92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TV시리즈 < 맥가이버 >의 테마로 주가 폭등했으며, 그 여세를 몰아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일련의 코미디 영화음악을 담당하며 할리우드 주류영화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코미디 외에 액션과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그 역량을 발휘했으며, 무엇보다 대중음악에서 탄탄히 다져진 매력적이고 친근한 멜로디 라인에 깔끔하고 인상적인 편곡으로 영화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나 < 라스트 모히칸 >이나 < 게티스버그 >, < 드래곤 하트 > 등과 같은 스코어들은 시상식이나 방송에서 인기리에 사용되며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익히 알고 있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랜디 에델만의 작품들 크리스마스 영화답게 본편 내 캐럴이나 홀리데이 시즌 송이 많이 삽입되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오로지 랜디 에델만의 스코어만 떠오를 정도로 그가 맡은 음악의 위력은 대단하다. 풀 오케스트라를 활용하기보다 가벼운 팝적인 어프로치의 컨템포러리 스타일로 유쾌한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무엇보다 귀에 쏙 파고드는 깜찍한 멜로디의 테마들이 로맨틱 코미디에 잘 어울린다. 영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테마는 모두 세 곡으로 친절하게도 사운드트랙 1, 2, 3번에 순서대로 자리 잡고 있다. 제일 먼저 활력 넘치는 건반에 리드미컬한 스윙감이 결합돼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잡는 ‘Opening’과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엉뚱하고 의뭉스러운 유쾌함을 선사하는 ‘Peter’s Family’, 그리고 플루트와 피아노로 가슴 시린 외로움과 고독을 스르르 녹여주는 따뜻한 선율의 ‘Love Theme’가 바로 그들이다. 나머지는 이들 테마들이 다양하게 변주되거나 합쳐지면서 색다른 분위기와 긴장, 드라마를 생성해낸다. 스트링과 목관악기를 중심으로 섬세하고 풍부한 감정과 역동적인 사건들을 묘사해 가는데,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랜디 에델만은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코어링 작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 외에도 사건이 벌어지는 마법의 순간을 담아낸 ‘An Untimely Accident’에선 변화무쌍한 다이내믹함을, 루시의 플로렌스에 대한 꿈이 담긴 ‘Dreaming of Florence’에선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사운드를 선사하는 등 다양한 시도도 선보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사운드트랙에 삽입곡들은 전혀 실려 있지 않은데, 이는 영화 개봉 시기가 봄철이었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때가 때이니만큼 영화상에서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관련 곡들을 소개해보면 초반 루시가 홀로 궁상맞게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밀 때 블루지한 코코 테일러의 ‘Merry Merry Christmas’가 흐르고 있고, 가족의 초대를 받아 집 밖에서 망설이다 들어갈 때는 글렌 밀러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Winter Wonderland’가 겨울의 정취를 느끼게 만든다. 그 뒤를 이어서 가족사진 찍을 때도 역시 글렌 밀러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버전의 유명한 시즌 송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가 나지막이 깔리며, 가족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장면에선 엘라 피츠제럴드가 고혹적인 목소리로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를 불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친구가 연 파티에서는 의미심장하게도 두 남녀를 위해 Li’ll Ed and The Blues Imperials의 신명나는 로큰롤 ‘I’m your Santa’가 배경에 깔린다. 그러나 이런 노래들을 모두 지워버리는 랜디 에델만의 로맨틱한 스코어야말로 이 영화의 백미로, 싸늘해진 겨울 가족과 연인의 온기를 되찾게 만드는 반가운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 이후 그는 < 식스 데이 세븐 나잇 >, < 서바이빙 크리스마스 >, < 27번의 결혼 리허설 >, < 프로포즈 데이 > 등에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발휘했다. Opening Track List 1. Opening 2. Peter's Family 3. Love Theme 4. An Untimely Accident 5. Phone Tag 6. Dreaming of Florence 7. He's Alive 8. Riverside Walk 9. A Testacular Situation 10. Jack and Lucy 11. Leave It to Sol 12. The Dream is Over 13. Sound Advice 14. Tear Jerking Tale 15. Bumpy Encounter 16. A Happy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