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영화
- 감독
- 황우현
- 제작년도
- 2004
- 출연
- 김수은, 윤찬영
2002년 | 튜브픽쳐스 감독, 각본: 이정향 | 제작: 황우현 황재우 | 촬영: 윤홍식 | 미술: 신점희 | 음악: 김대흥 김양희 CAST 할머니: 김을분 | 상우: 유승호 이 영화가 흥행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종종 무시되곤 했죠. < 미술관 옆 동물원 >(1998)을 만든 이정향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가긴 했지만, 장르 영화도 아니고 스타도 등장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공간이 산 속인 ‘자연주의 영화’는 2002년 당시 한국영화계에서 너무나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개봉 전 대규모 시사회가 열리면서, 그 반응들이 퍼져나가면서, 기적이 일어납니다. 400만 명이 넘는 흥행을 기록한 거죠. 하지만 더욱 소중한 건,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우리 마음속에 있지만 긴 시간 동안 잊고 있었던, 바로 ‘외할머니’라는 존재를 다시 불러온 것이었죠. 현장 공개는 2001년 10월에 이뤄졌습니다. 충북 영동군 산촌면의 어느 작은 산골 마을. 여덟 가구가 전부인 곳입니다. 5개월 째 그곳에서 촬영 중이었는데요, 이 날은 할머니(김을분)가 상우(유승호)의 머리카락을 잘라 주는 장면 촬영이 있었습니다. 상우는 할머니에게 두 손가락으로 조금만 잘라달라고 손짓을 합니다. 할머니도 그 손짓을 따라하고요. 하지만 정말 그만큼만 자를까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그 결과를 아시겠죠. 한편 이 장면에서 이정향 감독은 할머니에게 원하는 손 모양을 이야기했는데요, 안타깝게도 할머니의 손가락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할머니가 손자의 머리카락을 잘라줍니다. 간단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굽은 허리의 김을분 할머니가 반복해서 다양한 앵글로 연기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다음 신은 쥐가 파 먹은 것처럼 잘린 머리카락을 보고 상우가 화를 내며 징징대는 장면인데요, 산 마을이라 그런지 해가 일찍 떨어지고 결국 내일로 촬영을 미뤄야 했습니다. < 집으로… >는 유승호와 엄마 역을 맡은 동효희를 빼곤 모두 현지에서 캐스팅한 비직업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입니다. 77세의 김을분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원래는 틀니를 하시지만 영화를 위해 빼시고, 처음 해보시는 연기지만 꿋꿋하게 카메라 앞에 서셨습니다. 1926년생이시니 올해로 93세시네요. 지금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고 계십니다.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데뷔 했지만, 이정향 감독이 먼저 완성한 시나리오는 <집으로…>였습니다. 자신이 외할머니에게서 받았던 사랑을 기억하며 쓴 시나리오였죠. 그런 점에서 <집으로…>는, 자신에게 커다란 사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에게 바치는, 이젠 어른이 된 손녀의 편지 같은 작품입니다. 이정향 감독과 유승호입니다. 2000년 7살의 나이에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던 유승호는 <집으로…>를 통해서 확고히 자리를 굳혔죠. 현장에서의 유승호입니다. 산 속의 가을 날씨가 아이에겐 꽤 추웠나 봅니다. <집으로…>엔 상우가 롤러 블레이드 타는 장면이 종종 등장합니다. 여기엔 하나의 트릭이 있는데요, 마루에서 롤러 블레이드 타는 장면은 실제로 마루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라고 하는군요. 배경에 자연 풍경이 걸리는 것이 더 좋겠다는 아이디어에 따라. 동네 이장님 댁에서 선반 하나를 빌려와 그 위에서 롤러 블레이드를 탔습니다. 이정향 감독은 <집으로…>의 컨셉트를 ‘자연’이라는 단어로 요약합니다. 자연의 힘과 그 자연과 함께 살아온 우리의 할머니들의 삶이 영화의 핵심인 거죠. 그래서 영화 작업 자체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이뤄졌습니다. 캐스팅도 되도록 현지에서 진행하고, 촬영도 시간 순서를 따랐습니다. “쌀을 너무 깨끗하게 씻으면 먹기는 좋지만 실제로는 영양분이 다 빠져나가듯, 너무 깨끗하진 않더라도 영양분이 가득한 쌀과 같은 그런 영화”가 바로 이정향 감독이 의도하는 영화였습니다. 윤홍식 기사는 <집으로…>를 통해 촬영감독으로 데뷔했습니다. 편안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윤 감독의 섬세한 작업이 있었기에 <집으로…>의 아름다운 영상은 가능했죠. 이정향 감독은 외할머니가 “모든 것을 품어 안는 자연과 같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상처 받는 우리들이 치유 받을 수 있는, 우리를 위로하는 존재인 셈이죠. 무조건적이며 무제한적인 내리사랑의 외할머니에 대한 영화. 바로 <집으로…>입니다.
2004년 | 튜브픽쳐스 감독, 각본: 김수현 | 각색: 김소정 김봉훈 | 제작: 황우현 황재우 | 촬영: 김철주 | 미술: 박혜성 | 음악: 이병훈 CAST 순이: 예지원 | 963: 김석훈 | 뭐시기: 정재영 | 개코: 박선우 | 장수로: 장선우 | 막내: 박희순 사연은 이렇습니다. 박수무당인 장수로(장선우)는 자신을 찾아온 여인네들에게 씨를 퍼트렸고, 그래서 배다른 형제들이 탄생합니다. 퀵서비스맨 963(김석훈), 레카차 드라이버 개코(박선우), 그리고 조폭인 뭐시기(정재영). 여기에 순이(예지원)이 가세하며 가족을 이룹니다. 순이는 길에서 뻥튀기를 팔다가 우연히 개코를 만나 가족이 되었고, 장수로는 젊은 순이에게 연정을 품죠. 이처럼 < 귀여워 >는 어느 콩가루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현장 공개는 실외와 실내 모두 이뤄졌습니다. 실외는 2002년 11월, 실내는 2003년 1월이었는데요, 영화 개봉이 2004년 11월이었던 걸 감안하면 꽤 간격이 큽니다. 원래는 2003년 5월 개봉이었는데 계속 미뤄졌기 때문이죠. 공개된 장면은 뭐시기가 아버지 장수로를 찾아온 신입니다. 동네 평상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데요, 딱 봐도 건달기가 줄줄 흐릅니다. 역할을 위해 실제 건달과 합숙하면서 연기를 준비했는데 단 며칠 만에 완벽하게 ‘조폭화’되었다고 하더군요. 뭐시기를 바라보는 장수로 역의 장선우입니다. 후줄근한 옷차림에 파와 콩나물 봉지를 들고 있죠. 사실 <귀여워>의 가장 놀라운 캐스팅은 장선우입니다. 김수현 감독은 장선우 감독의 < 너에게 나를 보낸다 >(1994) < 꽃잎 >(1996) < 나쁜 영화 >(1997) 연출부 출신인데요, 자신의 데뷔작에서 스승을 배우로 모셔온 셈이죠. 원래는 한진희 씨가 맡을 예정이었는데 일정이 지연되면서 무산되었고, 이때 튜브픽쳐스의 황우현 대표가 ‘장선우 캐스팅’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의외로 주변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역할 제안을 하게 되었으며, 처음엔 난처해하던 장선우 감독은 농담처럼 “한번 망해보자”며 승락했다고 합니다. 뭐시기가 앉아 있는 평상 근처의 풍경입니다. 황학동 철거촌 주변 아파트죠. 김수현 감독은 말합니다. “철거는 서울의 천민자본주의적 속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죠. 황학동 아파트는 60년대 후반 강남의 주상복합 아파트처럼 부의 상징이었는데 10년도 못 가 철거가 거론됐어요. 서울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독특한 성격인데요, 끊임없이 변화가 이뤄지지만 실상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어요. 세우고 부수기만 반복할 뿐이죠.” <귀여워>는 지금은 사라진 폐허의 풍경에 카메라를 들이댄 영화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2000년대 초반 서울에 대한 기록의 측면에서도 가치를 지닙니다. <나쁜 영화> 연출부를 끝내고 일란성 세쌍둥이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던 김수현 감독은, 장수로와 순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이야기가 쉽게 풀렸고 그 결과물은 <귀여워>가 됐습니다. 963의 퀵서비스나 개코의 레카차 운전사는 모두 감독이 직접 경험했던 직업이라고 하는데요, 생계를 위해 그런 일을 하다 보니 자연히 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야생적 느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영화로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시기 예지원은 < 생활의 발견 >( 홍상수 , 2002) 이후 독보적인 아우라를 지니게 된 배우였죠. 그녀에게 ‘순이’는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는 안성맞춤 캐릭터였습니다. 좁은 아파트 복도에서 촬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안 실내 장면은 양수리 세트에서 촬영되었습니다. 2003년 1월에 개봉된 세트 촬영 현장입니다. 밖에서 돌아온 아버지를 둘째 개코가 발톱을 깎으면서 맞이합니다. 이 역할을 맡은 배우가 왠지 낯익다고 느껴지신다면… 맞습니다. ‘하얀 겨울’이라는 노래로 유명한 남성 듀오 ‘미스터 투’의 멤버 박선우입니다. 김수현 감독의 동국대학교 영화과 후배인데요, 파격 캐스팅을 통해 이 영화로 데뷔해 신인답지 않는 노련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박선우는 영화음악을 맡기는 줄 알고 연락을 받자마자 김수현 감독에게 달려왔다고 하는데요, 기다리는 건 ‘개코’라는 캐릭터였습니다. 이날 963은 오토바이에 순이를 태우고 질주하다가 함께 집에 들어오는데요, 순이를 자신의 여자라고 생각하는 장수로는, 아들에게 순이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며 아들의 뒷통수를 갈깁니다. 약간은 비뚤어지고 냉소적이면서 내성적인 963은 어쩌면 이 영화에서 연기하기 가장 까다로운 역할일 텐데요, 김석훈은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역할을 해냈습니다. 집안 벽에 구멍이 뚫려 있는 구조가 매우 특이합니다. 철거촌에 있는 집인데. 집 안도 철거되어 있는 셈이죠. 좁은 세트 안에서 앵글을 만들어내기 위해 구조를 조금씩 바꿔가며 촬영을 했습니다. 당시 예지원의 매니저는 지금은 고인이 된 하용수 였습니다. <귀여워> 시나리오를 읽고 “혹시 예지원이라는 배우를 잘 알고 쓴 시나리오냐?”고 물을 정도로 적역이었다고 하네요. 배우 역시 순이와 자신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서인지, 준비 과정부터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었고 현장에서 감독에게 가장 힘이 되어 준 배우였다고 합니다. 당시 정재영은 < 킬러들의 수다 >( 장진 , 2001) < 피도 눈물도 없이 >( 류승완 , 2002)로 조금씩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하며 거친 마초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말끝마다 “뭐시기”라는 말을 붙이는 뭐시기는 철거반을 이끄는 건달인데요, 정재영은 거의 완벽하게 역할을 해냅니다. 장수로의 부스스한 헤어스타일도 섬세한 작업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장선우의 연기에 대해 현장 스태프들은 “연기와 연기 아닌 것의 경계에 서 있는 묘한 느낌의 연기”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김수현 감독은 매우 꼼꼼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감독은 <귀여워>가 결국은 “네 남자가 순이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애쓰는 영화”라며, 남자들의 그 귀여운 모습이 <귀여워>라는 제목의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감독은 < 창피해 >(2011) < 우리 손자 베스트 >(2017) 등을 내놓았습니다. 김수현 감독은 말합니다. “남자들은 무엇인가 계속 이뤄내려고 하죠. 세상이든 자신이든 끊임없이 변화시키려고 하는데, 정작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어요. 반면에 순이는 진지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가벼운 사람인 것 같지만 그녀의 행동과 사고방식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요. 그녀는 변화를 주도하지 않고, 상대에 반응하면서 변화를 이끌어내죠. 남자들이 뭔가 이루려고 아등바등해서 세상이 더 힘들어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자연에 동조하며,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 수 있는 대안을 보여주는 모델이 순이죠.” 이미지 디지털화 지원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