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cubic]경복궁 복원 20년, 세월이 흐르다!
- 제작년도
- 2009
애니메이션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움직임의 환영’이다. 애니메이션 속 움직임의 미학은 실사 영화와 또 다른 문법에서 펼쳐지면서 비사실적인 시공간과 환상을 통해 우리를 시지각적 유희의 세계로 초대한다. 스위스 태생의 독립애니메이션의 거장 조지 슈비츠게벨은 바로 이러한 비사실적인 이미지의 반복과 변주의 미학으로 독특한 시공간을 설계하며 우리를 몽환적인 환상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시각적 유희의 창조자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장식미술 대학에서 수학한 그는 졸업 후 잠시 광고계에 종사하다 1970년 클로드 뤼예와 다니엘 쉬테와 함께 독립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GDS를 공동 설립하고, 감독과 프로듀서로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창작 활동을 시작한다. 감독의 초기작부터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이미지의 반복과 변주이다. 작품 속 이미지들은 공간 속에서 배열되고, 해체되고, 또다시 재배열을 반복하며 시간의 흐름을 작동시킨다. 슈비츠게벨 감독의 작품들은 장면의 전환에서 컷이나 트랜지션의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고 최소화하여 움직임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려 한다. 메타모포시스 기법은 그의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사용된 방식으로 이미지의 움직임은 마치 무의식 속에서 꿈을 꾸듯 자유연상과 유사하게 끊임없이 재생된다. < 놀이 Play >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의 빠른 선율이 이미지 위를 흐르며 시간과 공간이 쌓이고 부서지는 절묘한 조화가 압도적인 작품이다. 이미지는 추상화에서 구체화로, 평면에서 다층의 레이어와 심도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빠르게 흩뿌려진다. 메타모포시스 기법과 함께 그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독특함은 바로 사운드와 리듬이다. 사운드는 이미지 속에서 분절되고 통합되면서 추상적인 내러티브 속으로 우리를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치밀하게 구성된 이미지와 박자 쪼개기는 그의 영상을 완벽한 시지각적 유희로 바꿔 놓는 요소이기도 하다. 빠른 템포의 음악과 함께 시작되는 유려한 움직임은 리듬에 맞춰 회화적 화풍의 평면을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입체적 화면으로 변주하면서 흐르다가 되감기로 끝을 맺는다. 40년 넘게 묵묵히 지켜온 감독의 예술적 신념과 철학은 애니메이션의 미학적 지평을 넓히며 차세대 애니메이션 감독들에게 감동과 영감이 되고 있다. 그런 거장의 뚝심이 통했는지 2017년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감독은 ‘평생공로상’으로 보상받는다. 눈이 호강하는 화려한 비주얼과 최신 CG 기술이 대세를 이루는 요즘 세상에서, 이제는 구하기조차 힘든 셀을 이용해 창작된 아날로그적 감성이 듬뿍 담긴, 투박한 듯 섬세한 그의 예술 세계를 여전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반갑고 행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