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 감독
- 유소라
- 제작년도
- 2003
- 출연
- 안지원, 이은주, 유아름, 김성은, 김효남, 곽기영, 김보람, 전혜진, 전누리, 정혜리, 유소라
고3인 감독은 수능을 50일 앞둔 자신과 학교 친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하루하루 수능일은 다가오고, 그렇게 그녀(들)은 수능과 졸업을 향해 달려간다. (당시 열아홉 소녀들에게는 거대하고도 묵직했을) 수능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자신들의 일상을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담아낸다. 일상과 셀프 카메라, 인터뷰로 채워진 이 영화는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과정을 깨알같이 기록하고, 그 추억을 오롯이 담아두고 싶었던 열아홉 소녀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2003년에 만들어진 < D-question mark >는 사적 다큐멘터리로 분류되는데, 특히 셀프 카메라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감독은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서 제일 먼저 카메라에 말을 걸고, 카메라를 마주 보고 맥주를 마시며 신세 한탄을 늘어놓는다. 카메라와 대화를 나누고, 카메라를 들고 학교에 간다. 수업 시간에는 교실 한 켠 책상 위에 카메라를 놓아둔다. 그래서 카메라에는 이중적인 선생님과 대입의 압박 속에서 시끌벅적한 일상을 보내는 아이들의 수다가 오롯이 담긴다. 친구들은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다. 언제든, 어디든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그녀에게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몸짓이고, 놀이인 것처럼 보인다. (를 만든 유소라 감독이 1998년 <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 >로 중고등학교에서의 청소년 영상 제작 붐을 일으켰던 장본인의 한 명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1997년 중학교 아이들이 직접 만든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가 학교와 마찰을 빚으며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을 얻게 되면서, 대한민국의 청소년 영상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서동진 은 영화 찍기가 갖는 수행적 측면에 주목한다. 그는 이것이 “영화를 이미 만들어진 ‘작품’으로 간주하고 그 속에 재현된 이야기와 이미지의 언어적 측면이나 미학적 측면을 헤아리려는 것”과는 다른 “영화를 하나의 수행적 언어 즉 일종의 ‘하기(doing)’로 간주하고 영화를 사유하는” 접근이라고 설명한다.(서동진, “전주국제영화제가 소집한 19편의 한국 단편 영화”, 계간 『독립영화』 9호, 2001년) 서동진의 주장처럼,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영상세대들에게 일종의 ‘하기’이자 ‘수행적 몸짓’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세상을 사유하고, 영화를 통해 의사소통한다. 말 그대로 영화 찍기가 “말을 걸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또 그 말을 시도할 수 있는 활동이 되어버린 것”이다. 비디오카메라를 만지는 것은 일상적인 행위가 되었고 별도로 고가의 복잡하고 덩치 큰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일상을 기록한 이미지들을 의미 있게 편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는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이른바 사적인 다큐멘터리, ‘카메라를 든 21세기형 인간’의 출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제는 비단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장치에 자리를 내어주기는 했지만, 영화를 보는 인간에서 영화를 하는, 카메라를 든 인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생에서 D-day란 수능 시험, 대학 입학, 더 나아가서는 취직과 결혼과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들만이 아닌, 지금 현재의 순간들은 아닐까, 라는 묵직한 질문과 성찰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