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별나라 삼총사
임정규, 1979
2000년대 이후 국내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이 크게 위축되어 작품을 거의 볼 수 없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그나마 지난 겨울 ‘오디션’이 어렵게 완성되어 2년 만에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한편 나오게 되었다)
이처럼 지금 기준에서는 1년에 한편도 만들어지기 힘든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무려 10편이나 만들어졌던 해가 있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실제로 국내에서 그런 해가 있었다. 1979년의 일로 이 한해 동안에만 <똘이 장군>, <별나라 삼총사>, <은하함대 지구호>, <우주 흑기사>, <우주소년 캐시>, <날아라! 우주전함 거북선>, <태극소년 흰독수리>, <검은별과 황금박쥐>, <고우영의 삼국지> 까지 모두 10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것이다.
특히 1979년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의 아동의 해’라는 의미까지 더해져 애니메이션의 열기가 최고조였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호황 속에 제작된 10편의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평점을 부여해 보고 싶은 작품은 <별나라 삼총사>이다.
본래 이 작품은 광고 제작사인 선우광고가 해태제과와 함께 기획한 ‘해태 만화극장’ 시리즈 제1탄으로 당시 <별들의 고향>으로 한국 영화계 최고의 흥행사였던 이장호 감독이 기획하고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의 임정규 감독이 연출을 맡아 근대 한국 애니메이션사에 기획과 제작의 전문성이 시도된 최초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선우 엔터테인먼트 강한영 회장이 젊은 시절 가장 의욕적으로 제작했던 애니메이션이었으며 <로보트 태권 V>의 촬영감독이었던 조민철이 촬영을 하고, 1980년대 가장 주목할 만한 국내 애니메이션 감독중 한명으로 부상하는 정수용이 키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등 참여한 스탭들의 면면을 보았을 때 역대 가장 탄탄한 조합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훗날 <호랑이 선생님>의 주제가를 비롯해 많은 어린이 드라마의 주제곡과 각종 CM SONG, 가요곡을 만드는 김도향이 작곡하고 직접 부른 <별나라 삼총사>의 힘찬 주제가는 당시 큰 잔상을 남겨 놓기도 했다.
이처럼 명스탭들이 집결해 만들어낸 이 작품은 알렉산더 뒤마 원작의 <삼총사>의 캐릭터 설정을 어린이 삼총사로 옮겨와 다시 이것을 SF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한 참신함이 돋보였고, 특히 동시대에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들 중에서 가장 개성이 살아있는 독창적 캐릭터 디자인으로 여러 가지 의미를 남긴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별나라 삼총사>를 성공 시킨 선우광고의 ‘해태 만화극장’ 시리즈는 이후 타이틀을 ‘꿈나라 만화극장’으로 바꾸고 여세를 이어가게 되는데, 1980년 <삼총사 - 타임머신 001>, <15소년 우주표류기>, 1981년 <엄마찾아 삼만리>가 제작되며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의 최전성기를 수놓게 된다.
문화계 여러 분야에서 고전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다시 한번 꺼내보고 싶은 소중한 고전 한국 애니메이션 중 한편이라고 생각된다.
/ 글 : 송락현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http://blog.naver.com/k2ze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