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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교미기 - Part II. 비밀스런 짐승

장은주, 2009

[초이스]교미기 - Part II. 비밀스런 짐승 대표 이미지

서울독립영화제2009에서 코닥상을 수상한 <교미기-PartII. 비밀스런 짐승(이하 ‘비밀스런 짐승’)>는, 작년에 발표된 <교미기-PartI. 기이한 꿈(이하 ‘기이한 꿈’)>에 이어 감독이 자신의 꿈에서 모티브를 얻은 ‘교미기’ 연작 두 번째 작품이다. 

8밀리 카메라로 촬영하여 디지털로 후반 작업한 이 영화의 첫 이미지는 물가에 누워 있는 한 여자다. 카메라는 잠든 듯한 그녀의 얼굴과 몸, 벌어진 다리 사이, 곧 그녀의 모든 성감대를 훑는다. 그녀가 발 담근 물이 그녀의 옷을 적시고 몸을 어루만지자, 그녀는 꿈속에서 자위하듯 몸을 비튼다. 그럴 때 우리를 향해 열린 그녀의 몸은 세상을 향해 뜬 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에로티즘은 내 ‘눈’에 여성이나 남성의 벗은 몸을 대령하는 것이 아니다. 내 ‘몸’에 다른 몸을 제공함이다. ‘교미기’에 든 것으로 짐작되는 그녀에게는 고로 다른 존재의 몸(들)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물에 하반신을 담그고 선 다른 여인들이 출현한다. 여인들은 핏덩어리, 또는 검은 뱀처럼 보이는 긴 천을 물속에서 부리다 다른 소로 옮겨 그것을(혹은 그를) 풀어주고 늘어뜨린다. 그녀들이 물 위에서 유영할 때, 시간도 검은 ‘그것’과 함께 정련되어 사방으로 퍼진다. 그런데, 작품 전체가 무음이기에 그들의 움직임, 혹은 시공이 만들어내는 어떤 공명이나 파동도 물리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신 화면을 바라보던 우리도 그녀들과 동행하게 된다. 바위와 천의 동굴을 빠져나온 그녀들은, 사방이 풀숲으로 가득한 뭍으로 올라온다. 이 지점에 이르면 소리가 없어 계측하기 힘들었던 시간은 모르는 사이 나무 그늘 사이에 스며들어 있고, 이어 검은 화면이 끼어들 땐 영화와 동행하던 우리에게도 감각의 오르가즘이 찾아든다. 

『물과 꿈』을 시작하며 바슐라르는 말라르메의 「횡설수설」속 한 구절을 떠올렸다. “히드라가 안개 속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 히드라는 머리가 여럿 달린 검은 뱀, 물속의 괴물이다. 뱀은 여러 문화권에서 여성, 바다, 혼돈, 대지, 생명력 등을 상징한다. 바슐라르는, 히드라가 안개 속을 빠져나가면 물의 상상력도 그에 이끌려 끝없이 변성하여, 자기 내부에 잠자는 것들을 해방시키고 생생한 이미지로 거듭 나리라 보았다. 이와 유사한 꿈의 이미지를 보여준 <비밀스런 짐승>들을, 그래서 한 마디로 ‘물의 영화’라 칭하고 싶다. 

인간에게는 교미기가 없다. 물론 인간이 교미하지 않는 생물은 아니다. 인간은 반드시 교미기가 아닐지라도 언제나 교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생의 모든 시기가 교미기인 거의 유일한 생물이다. 이는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작가가 좇는 ‘교미기’의 비밀은 삼부작의 완결편, <교미의 춤>을 기다려 마지막 답을 얻기로 하자. (그러고 보면 솔라리제이션 기법으로 전도된 공간과 질료를 보여주었던 전작 <기이한 꿈>, 댄서를 비롯한 여성들이 물에서 유영하는 육체를 탐구하는 <비밀스런 짐승>, 제목서부터 ‘춤’을 언급하는 <교미의 춤>은 모두 1940년대에 만들어진 마야 데렌의 <뭍에서 At Land>와 <변형 시간의 의례 Ritual in Transfigured Time>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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