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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가와세 나오미, 2014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대표 이미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해외에 비해 자국 내에서 비교적 저평가되고 있는 감독이다(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도 그러한 예이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 되고, 가와세 나오미가 ‘자신의 최고 걸작’이라고 소감을 밝혔을 때도 일본 내의 반응은 무덤덤한 편이었다. 칸에서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일본 내의 이러한 반응은 좀 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도쿄를 떠나 고향인 나라 현을 기반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아웃사이더이며(그녀는 자그마한 규모이기는 하지만 나라국제영화제도 개최하고 있다), 순탄치 못한 개인적 삶을 살아온 여성감독이다. 지역의 독립영화와 굴곡진 삶을 살아온 여성감독에 대한 편견이 그녀를 거장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는 확실히 그녀의 영화경력에 있어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가족’과 ’자연’은 그녀가 지난 20여 년간 천착해온 주제이다. 특히, 가와세 나오미 감독에게 있어 자연은 인간의 삶 그리고 죽음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에서 자연은 인간에게 신비의 존재이며, 또한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아마미의 조그만 섬마을. 고등학생인 카이토는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카이토와 가깝게 지내는 교코는 암에 걸린 어머니 이사의 임종을 앞두고 있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이사는 가족들 품에서 숨을 거두고, 어머니의 불륜을 의심한 카이토는 태풍으로 인해 소식이 끊긴 어머니가 살아있음에 안도한다.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에서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자연에 귀의하는 죽음을 말한다. 이사가 죽음을 맞이할 때,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노래와 춤으로 보낸다. 섬마을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방식은 철저하게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다. 이사의 임종의 마지막 순간,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릴 때 이사는 ‘엄마’를 부르며 숨을 거둔다. 어쩌면 바람이 곧 엄마였을지도 모른다. 또한, 가와세 나오미감독은 자연과 인간의 삶을 ‘순환’의 의미로 바라본다. 이사가 세상을 떠난 뒤, 카이토와 교코는 그들만의 성년의식을 치른다. 그리고, 바다를 두려워하던 사이토는 바다에서 교코와 함께 수영하며 자유와 평온함을 얻는다. 그들은 이렇게 성장해 가며 훗날 누군가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을 것이며, 세대는 그렇게 이어져 간다. 그리고, ‘순환’에는 ‘희생’과 ‘고통’이 따른다. 영화의 도입부에 노인이 염소를 죽이는 장면 역시 이러한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이처럼,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에서 인간의 삶의 순환구조는 자연과 다를 바 없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보여주는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이러한 통찰력은 구도와 카메라 워킹, 편집, 사운드 등 모든 영화적 기법에 녹아 들어가 있다. 섬마을 바닷가의 거친 파도, 약하거나 거세게 부는 바람, 마당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수백 년 된 반얀 트리,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등은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미묘한 심리변화, 그리고 성장 과정을 담아내는 상징적 의미로 작용한다. 그리고, 따사로움과 슬픔, 격정, 아름다운 기억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숱한 감성을 담아내는 그릇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면 하나하나는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고, 사운드 역시 이들 장면들과 세심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결국 영화 전편을 통해 장면 하나하나가 어떻게 의미를 연결하고 있는 가를 되새겨본다면, 이 작품은 퍼즐 맞추기와 같은 흥미를 선사한다.

이처럼,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현존하는 감독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그녀의 철학은 그녀만의 영화적 스타일과 맞물려 진화하고 또 깊어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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