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초이스]거짓말

임오정, 2008

[초이스]거짓말 대표 이미지

영희(이정아)와 연희(이채은)는 이름도 비슷하고 동네도 같지만, 체구와 성격이 한참 다른 오랜 절친이다. 어느날 문득 영희네 집에 도착한 편지. 수취인을 늦게 찾아온, 때문에 잘못 배달된 편지 안에는 `나쁜 놈 안되려고 이 얘기 저 얘기 갖다붙인` 문장과 그래도 나름 진심이었을 약속이 첨부되어 있다. 키 크고 싱거운 영희는 - 구영탄의 여성 버전이랄까 - 친구에게 저도 모를 사연을 긁적거리며 말해보지만 작고 단호한 연희는 - <고스트월드> 이니드의 한국 버전이랄까 - 시큰둥하다. 

제 편한 자리로 착지하곤 하는 사람들의 책임감에 혐오를 발산하는 연희와 그래도 편지를 뜯어본 호기심에 책임감을 느끼는 영희. 들쩍지근한 사연이 있는 결혼식에 함께 가던 중, 마음처럼 길을 잃고, 축의금 봉투 안에 뒤늦은 경고를 삽입하다 기분처럼 손을 벤다. 이럴 때 누군가 멱살 한 번 잡혀주면 좋으련만, 연희의 뾰족한 일갈들은 시원한 과녁을 찾지 못하고 영희의 안쓰러운 시선은 난처한 정황 대신 애먼 데를 쳐다본다. 

그렇게 기스만 쌓이던 주말 오후, 어찌됐든 이드거니 함께 걸었던 연희와 영희. ‘연대’ 라는 거창한 호명을 동원할 필요는 없겠지만 안쓰러움과 번거로움이라는 두 덕목과 은근히 동행을 한 이 둘은 어쩐지 행복한 공동체. 영화의 말미, 편지의 본래 임자에게 영희가 보내는 나레이션은 다름 아닌 관객의 마음이다. 

“우연히 닿았겠지만 편지에 담긴 당신의 이야기는 우리의 오늘 하루와 닮아 있었습니다. 당신이 결국 받지 못한 비어 있는 기억을 제가 대신 간직하겠습니다.” 

마음을 담은 서간문은 결국 누군가 읽어줄 사람을 찾아 도착하기 마련. 우리 존재 파이팅, 우리 동무 파이팅.

ps. 영화 바깥의 몇가지 정보. 연출자인 임오정 감독은 홍상수 감독 최근작들의 든든한 조연출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내러티브 바깥의 실험적인 영상작업을 주로 해왔다면 <거짓말>을 통해 인물과 서사를 다루는 솜씨도 확인시켜준 셈. 선머슴 같은 영희 캐릭터를 감칠나게 연기한 이정아는 단편영화 <남의 속도 모르고>의 연출자이자 영화아카데미에서 촬영을 전공한 비전문 배우. 이 단편을 계기로 스탭 요청보다 출연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한다. 한편, 따박따박 말 짧게 하는 연희는 <송한나><모퉁이의 남자>등의 단편으로 낯익은 배우 이채은. 감히 한국 독립영화계의 크리스티나 리치라 부르고픈 이 ‘관록의 동안’은 이 단편에서 특히 몸에 맞는 캐릭터를 입은 듯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며 미장센 단편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공히 연기상을 받았다.

관련 영화인

불러오는 중입니다.

관련 영화글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