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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초행

김대환,2017

[초이스]초행 대표 이미지

김대환의 전작 <철원기행>이 그랬던 것처럼 <초행>도 눈 오는 겨울날 외출했다가 고생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하지만 <철원기행>의 눈이 처음부터 시나리오에 들어가 있었고 눈이 온 다음에 촬영에 들어갔던 것과는 달리, <초행>의 눈은 계획에 없었던 수많은 우연 중 하나이다. 이 영화에 들어간 다른 우연으로는 갑자기 차를 스치며 지나가는 비둘기, 그네를 타다가 실수로 뒤집어진 기주봉 배우 그리고 절대로 조작할 수 없는 2016년 겨울의 촛불시위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외부 세계의 묵직한 움직임에 꾸준히 반응하며 갈 길을 탐색할 수밖에 없다. 목소리가 작고 가녀리며 숫기 없는 그들에겐 외부세계와 정면으로 맞설 힘이 없다.

그들의 고민은 단순하다. 두 주인공은 7년차 커플이다. 슬슬 결혼하거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종편 방송국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여자와 학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남자 모두 미래가 밝지 못하고 경제력도 시원치 않다. 게다가 여자는 임신을 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다. 모든 게 확실하게 나쁘지는 않지만 불안하고 두려운 상태이다. 그리고 이 붕 뜬 불안함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둘은 두 차례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처음에는 여자의 부모를 만나러 인천에, 다음에는 남자 아버지의 생일잔치에 참석하러 삼척에. 이 여행은 이들의 불안감을 가중할 뿐이다. 두 사람의 부모는 그들에게 경제적, 사회적 지원을 해줄 수 없는 상태이고, 기혼자의 롤모델은 더더욱 되지 못한다. 나이 든 어른들이 안겨주는 건 ‘나의 부모를 닮은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공포이며 이는 남자의 아버지 생일잔치 때 극대화된다. 조곤조곤 예의 바르고 수줍게 진행되던 영화가 이 장면에서 한국식 욕설과 폭력으로 물드는데, 아마 이 영화에서 답변에 가장 가까운 장면일 것이다. 그 답변의 의미가 무엇이건. 

<초행>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에 대해, 지금의 2, 30대 젊은이들에 대해 어떤 해답을 내놓는 영화는 아니다. 만약 이 영화가 해답을 갖고 있었다면 지금만큼의 힘은 없었을 것이다. <초행>은 탐색 과정 자체에 대한, 그 과정의 불안함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의 대사와 상황 상당 부분은 배우들과의 협업에 따라 거의 즉흥적으로 만들어졌고 그 즉흥성의 불안함이 연기와 카메라를 통해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서툰 이야기꾼이라면 촛불시위를 통해 주인공들에게 답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시위에 나가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며 끝끝내 답을 얻지 못한 채 이야기의 끝을 맞는다. 그리고 지금 와서 당시를 돌이켜보면 그들이 거기서 답을 얻지 못한 건 그냥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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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서울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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