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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야간근무

김정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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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헬조선’해서, ‘탈조선’한다는 말이 유행이었다. ‘이명박근혜’ 시절에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말이 나왔겠는가. 마침 장강명 작가의 책, 『한국이 싫어서』가 출판되어,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청년세대들의 마음을 잘 대변했다. 단편영화 <야간 근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주인공 린과 연희. 린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노동 4년 차다. 한국 생활도 어느 정도 적응했고, 공장에서 친구 연희와도 친하게 잘 지낸다. 연희는 호주로 유학 또는 이주를 꿈꾸며 휴학 중이다. 이주 자금 마련을 위해 잠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둘은 처지가 다르지만, 한 공장에서 서로에게 의지한다. 야간 근무를 마친 린과 연희는 아침 퇴근길에 바다에 가자고 약속한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다. 린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만 주말에 근무하라는 지시와 함께 연희가 공장을 그만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둘 사이에 묘한 긴장이 흐른다. 하지만 린 혼자 고장이 난 자전거를 고치러 다니면서, 연희는 (아마도) 부족한 이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전단을 돌리면서 같은 자리를 공유하게 된다. 마침내 린은 연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향한다. 린과 연희. 영화 <야간 근무>는 비슷한 듯 다른 처지를 통해, 현재 다양한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 젊은 세대들을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에서 린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한국에 왔고, 연희는 돈도 벌고 공부도 하려고 호주로 이민 갈 예정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한국의 공장들은 한국으로 온 이주민들로 돌아가고 호주의 농촌은 한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농사를 짓는다. 세계자본주의 이주의 계층화, 계급화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결론을 내리고 드라마를 전개하지 않는다. 린이 연희에게 묻는다. “넌 나보다 (한국에서) 기회가 많고 돈 많이 벌 수 있잖아”라고. 영화에서는 바로 답을 하지 않는다. 조금 늦게 돌아온 연희의 답은 연희와 엄마의 대화 장면에서 등장한다. “엄마, 나 이렇게 애매하게 살기 싫어!” 애매하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것인지 저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를 뜻한다. 애매하지 않고, ‘분명한’ 청춘은 분명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거의 모든 젊은 세대들은 애매한 실존들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상황. 그래도 용기를 내서, 돈이라도 있어 외국이라도 나가면 다행이지만. 그런 선택마저도 사치스러운 결정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뭔가 재미가 없고, 해도 잘 안 될 것 같은 사회 시스템. 이런 상황과 상태가 싫어서 떠난다. 『한국이 싫어서』에서 주인공 계나는 한국을 떠나는 이유를 지겨운 추위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영화는 주인공 린과 연희를 통해 애매한 삶의 조건에 처한 이들에게 너의 선택을 무엇인지. 묻는다.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이더라도 조용히 응원할 뿐이다. 영화는 끝에서 린이 캄보디아에 있는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와 출국하는 연희의 묘한 설렘을 교차로 담아내고 있다. 마치 린이 처음에 한국 땅에 왔었을 때 가졌을 법한 흥분을 연희의 표정을 통해 드러낸다. 영화에서는 웃거나 쳐다보거나 하는 인물 장면들을 잘 잡아내고 있다. 묘한 설렘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생동감 있는 클로즈업. 현재를 살고 있는 청춘들의 모습을 배우와 감독이 자신의 모습처럼 연기하고 담아내고 있다. 같은 세대들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의 메시지이다. 

영화에서 중요한 공간으로 등장하는 장소는 바다다. 파도치는 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연상되는 공간, 바다. 린과 연희가 함께 간 마지막 공간, 바다. 그런데 자전거로 바다를 갈 수 있는 곳. 항구도시. 바로 인천이다. 영화에서 인천임을 분명히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저 가까이에 바다가 있을 법하게만 묘사된다. 그곳에서 바다를 건너 있을 수도 있는 기대, 설렘이 드라마를 통해 강조되고 있다. 오늘의 린과 연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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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서울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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