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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컴, 투게더

신동일, 2017

[초이스]컴, 투게더 대표 이미지

신동일 감독이 장장 8년 만에 내놓은 장편 신작 <컴, 투게더>는 중산층의 위기라는 가족 멜로드라마의 고전적 주제를 통해서 동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돌아보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기본적인 설정은 다음과 같다. 한 회사에서 장기근속 중이던 아버지는 느닷없이 정리해고를 당한다. 카드 회사에 재직 중인 어머니는 치열한 사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업계 내에서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편법까지도 마다치 않는다. 재수 끝에 명문대학에 지원한 딸은 예비후보가 된 상태에서 초조하게 최종합격자 발표를 기다린다. 이처럼 영화는 가족이라는 운명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과 악전고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아버지의 실직이다. 직장 상사로부터 그간 수고했다는 겉치레 인사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표정은 의외로 무덤덤하다. 마치 예상하던 일이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아버지의 실직은 한 가정을 엄습할 경제위기와 가부장의 권위 하락을 암시하는 적신호이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 속에서 전개될 우연적인 만남, 도덕적 갈등, 물리적 충돌, 충격적인 파국의 서곡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무기력이 증가하는 정도에 비례해 어머니와 딸이 체감하는 심리적 압박은 가중된다. 어머니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는 것은 물론 경쟁 관계에 있는 동료를 질투하고 모함하는 악수를 둔다. 영화는 어머니의 비정상적인 행실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유보한다. 대신, 보이지 않는 사회 구조적 힘으로 일상 곳곳에 경쟁 구도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한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갈등을 겪으면서 주택대출금에 대해 걱정하거나, 직장 동료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신용불량자임을 고백하는 장면이 그러하다. 어머니가 처한 극한의 상황과 그녀의 폭발하는 감정은 수사학적으로 대조법과 과장법을 통해 설득력 있게 그려지고 있다. 

한편, 딸이 처한 상황도 어머니의 처지만큼이나 가혹하다. 그녀에게 내려진 형벌은 일종의 희망 고문이다. 그녀는 과거 명문대학에 지원해서 예비합격자 명단에 올랐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다. 그리고 재수 끝에 같은 대학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또다시 예비후보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도뿐이라면, 그 기도의 내용은 필연적으로 이율배반적일 수밖에 없다.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불행을 빌어야하기 때문이다. 신의 자비와 은총이 사라지고 잔혹한 경쟁만이 남은 세계에서 종교의 논리는 승자독식의 논리로 대체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와 딸이 겪고 있는 각각의 상황은 자본주의의 사회의 단면을 잘라 놓은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잔인한 경쟁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윤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영화는 비언어적 기호와 특정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두 여성의 심리적 고통을 극대화한다. 우선, 심리적 고통이라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단위를 배우들의 히스테릭한 몸짓과 말, 무표정한 얼굴을 통해 표현한다. 그리고 극 중 인물이 체감하는 비정한 현실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특정 공간의 물질적 특수성을 강조한다. 어머니와 딸이 겪고 있는 사건이 위기로 치달을 때, 두 사람은 모두 심야의 도로변을 배회한다. 자동차의 강렬한 서치라이트 불빛과 요란한 경적으로 감각이 마비되는 그 공간에서 두 사람은 억눌렸던 감정을 격정적으로 토해낸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내던져진 그녀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현대인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이처럼 영화는 단순 가족 멜로드라마의 이야기 구조를 넘어서 현대인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개개인의 고통의 총합을 넘어서는 사회적 고통이다. 다만, 그 고통은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지 않고 징후로서만 감지될 뿐이다. 이 영화에서 사회적 고통의 존재를 간파하는 유일한 인물은 아버지이다. 그는 영화 초반부터 냄새를 맡지 못하는 특이한 신체적 증상을 앓는다. 그러던 그가 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밀폐된 공간에서 구토한 다음 온 세상에 악취가 풍긴다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 그가 말한 악취란 사회 도처에 은폐된 구습, 폐단, 악행, 부조리에 대한 은유이다. 이 결정적인 장면을 통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을 것으로 짐작된다. 세상이 부패해가고 있음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때, 오직 한 사람만은 그러한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고. 다시 말해, 신동일 감독의 <컴, 투게더>는 붕괴 직전의 사회를 되돌아보면서 잠들어 있던 의식이 깨어날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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