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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나의 연기 워크샵

안선경, 2016

[초이스]나의 연기 워크샵 대표 이미지

감정의 탐구라는 점에서 연기는 언제나 보다 더 알고 싶은 미지의 영역이다. 연기는 자기감정을 영민하게 쓸 줄 아는 배우가 상대 배우의 감정과 맞부딪히길 거듭하면서도 관객의 견고한 감정의 문까지 두드려야 하는 작업일 거라 짐작한다. 연기의 메커니즘과 감정의 메커니즘이 꽤 너른 교집합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가장 극적이고 압축적으로 감정을 쓰는 일인 만큼 배우의 이 작업은 상당한 감정노동이기도 하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안선경 감독의 <나의 연기 워크샵>은 이런 내 궁금증을 자극한 작품이었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영화의 형식 자체가 영화 속 ‘연기 워크샵’의 커리큘럼과 부합한다. 영화는 총 4장으로 구성됐고 영화 속 워크샵을 따라 진행되며 각 장이 마무리되면 영화도 중간중간 일단락을 맺는 식이다. 영화 속 연기 워크샵에 참여한 이들은 또래인 헌(이관헌), 은(김강은), 준(성호준), 경(서원경)과 이들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미래(김소희)다. 이들은 한 달 동안 몸의 긴장을 푸는 연기의 기초 훈련에서부터 인물을 창조하고 장면을 만드는 연기 워크샵의 전 과정을 경험한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현실과 영화 사이의 장벽이 지극히 낮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그 중간 지점에 위치한 영화다. 영화의 출발부터가 그렇다. 2011년부터 영화연기 교실을 직접 운영해오고 있는 안선경 감독은 2014년 이 수업에 참석한 이관헌 배우를 보며 이번 영화의 모티프를 얻었다. 자기 속내를 도통 드러내지 않는 이 배우가 수업을 거듭하면서 아주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서 감독은 연기 메커니즘에 대한 탐구뿐 아니라 영화적 이야기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감독의 전작인 <파스카>에 출연한 성호준을 제외하면 <나의 연기 워크샵> 속 워크샵에 참여한 이들은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아마추어 배우들이다. 이들과 감독은 <나의 연기 워크샵> 이전부터 <나의 연기 워크샵> 속 워크샵을 이어왔고 그 연장선에서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을 완성한 것이다.

성글게 짜인 연기 스타터들의 연기를 이어 붙여주고 영화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건 미래 역의 배우 김소희다. 연출가 이윤택에 이어 연희단거리패를 이끄는 핵심 배우다. 미래가 전하는 연기에 대한 말들은 곧 배우 김소희의 연기론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한 예로 워크샵의 1장 ‘균형과 교감’에서 미래는 ‘교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교감이란 널 완전히 맡겨버리는 것이 아니야. 상대를 완전히 믿으면서도 네가 완전히 있어야 교감할 수 있어.” 2장 ‘긴장과 두려움’에서는 “연기의 시작은 자기에서부터일 수 있으나 결국 연기를 계속하게 하는 힘은 (그 사람의 연기를 보고 싶어 하는) 남들에게 있다”는 유의 말도 잊지 않는다. 미래의 이런 가이드는 연기의 세계를 먼저 체험한 선배로서 들려주는 그럴듯한 조언으로 머물지 않는다. 워크샵 참여자들이 연기뿐 아니라 각자가 처한 생활상의 난처함 앞에서 주춤할 때 슬쩍슬쩍 ‘이쪽으로’라고 손짓하듯 미래의 말들을 삽입해둔다. 미래가 헌에게 “연기는 궁극적으로 관객에게 살짝 감정을 들켜주는 일이야. 그런데 너는 들키지 않는 기술을 너무 많이 갖고 있”다고 말할 때 이것은 헌의 연기뿐 아니라 헌이라는 사람에 대한 통찰에서 나온 말이다.

영화의 3장에 이르면 헌, 은, 준, 경은 미래가 준 ‘현의 일기’를 받아들게 된다. 현이 마주한 최초의 폭력과 고통에 대한 글이다. 그 일기를 살폈을 헌, 은, 준, 경은 처음으로 다 함께 마주 앉아 밥을 해 먹고 둥글게 원을 그리고 또 한 번 앉아 각자의 과거 한때와 현에 대한 저마다의 해석을 붙인다. 이후 이들은 그들이 이해한 현을 연기해 보인다. <나의 연기 워크샵>은 그런 면에서 ‘연기하기’의 체험적 학습을 옮겨둔 것이자 헌, 은, 준, 경 (혹은 이제 막 영화 연기를 시작하려는 영화 밖 네 배우들까지)의 감정 교육의 기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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