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개청춘
나비 , 지민, 2009
2009년 여름, 유명 영화제에서 소개된 것도 아니고, 극장 개봉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오로지 입소문 하나만으로 수십차례의 상영회를 통해 수많은 관객을 만나는 사건을 일으킨 영화가 등장했다. 20대의, 20대를 위해, 20대가 스스로 이야기 하는 <개청춘(開청춘)>이다.
영화는 세명의 20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7년차 대기업 직장인 민희는 남들이 보면 번듯한 정규직 직장을 다니고 있다. 고졸이라는 한계로 몇 년째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회사 일에 익숙해지는게 답답하고 무섭지만 그만두고 싶어도 자신이 없다. 술집 직원 인식씨는 젊음 하나로 무슨 일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사지 멀쩡한데 왜 일을 할 수 없는지, 청년실업이라는 말이 우습기만 하다. 그러나 현실은 의지 하나만으로 살아가기에 그리 녹록치 않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방송국 막내작가 승희는 매사가 활발하고 적극적이다. 입봉을 위해 휴일도 없는 빡빡한 회사생활을 버티고 있지만, 정작 작가로서 글을 쓸 기회는 회사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방송국에서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방송작가 자체를 없애려고 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인공, 제작진 반이다는 20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담고 싶지만, 돈도 없고 경험도 없는 터라 자꾸 문제가 생긴다.
‘88만원 세대’로 이름지워질 정도로 이 시대의 20대에게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회를 고발하거나 무언가 대책 마련을 호소하지 않는다. 취업을 위해 어떤 스펙을 쌓고 준비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카메라를 든 20대와 카메라에 찍히는 20대가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관객들에게까지 ‘너희도 같이 한번 이야기 해 보자’며 은근히 추파를 던진다. 마치 끝없는 수다를 통해서만이 ‘20대’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지는 수많은 젊은이들 각자의 차이와 생동감을 잡아낼 수 있다고 믿는 듯이 말이다.
반이다는 ‘젊을 땐 다 그런거야’라는 말을 들으며 현실을 고스란히 견디기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20대들의 일상과 고민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대로 보여주고 같이 얘기하고 싶었다고도 한다. 영화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자리를 갖게 된다면 행복해지는가를 묻고 있다. 스스로도 영화를 완성하게 되면 행복해질까를 질문하면서.
상영회에 참석한 관객들은 이 쉽고 재미있는 영화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다.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취업이냐 진학이냐를 묻는 고민상담부터, 대학을 가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의 생각을 이해하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에, 심지어 자신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찍어서 나눌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까지, 이 영화는 관객 스스로를 이야기하게 하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다.
<개청춘>은 말그대로 개같은 청춘이라며 자조하는 말을 하다 제목이 되었는데, 그러다 너무 패배한 느낌이 싫었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작업을 하며, 열릴 개자(開)를 써서 ‘開청춘’이 되었다고 한다. 정말 말 그대로, 청춘이 열리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분들은 한번쯤 이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