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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할매꽃

문정현, 2007

[초이스]할매꽃 대표 이미지

요즘에는 6.25가 조선시대에 일어난 일인줄 아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역사의 한 장면이 무심하게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나면 내 주변, 어쩌면 내 가족에게서도 6.25를 비롯한 한국현대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영화는 6.25 당시 좌,우익으로 갈라진 마을을 무대로 삼는다. 지금은 평온하기 그지없는 이 시골마을은 반상의 차별이 여전했던 시절, 좌우의 이념이 뒤섞여 분열한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이웃끼리 적대하고 죽임이 횡행하는 비극의 현장으로 변한다.

감독은 우연히 발견한 작은 외할아버지의 이상한 일기를 발견하면서부터 영화를 찍게 된다. 3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된 일기에는 날마다 찬송과 성경구절을 읽었다는 반복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할아버지가 무서웠던 감독은 이 일기에 대한 궁금증을 가족들에게 묻게 되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가족의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

해방 후 빨치산 활동을 하던 외할머니의 오빠는 경찰에 자수하러 가던 길에 한 마을 사람에게 죽임을 당한다. 좌익의 편에 가담했던 외할아버지는 인민위원회 활동으로 경찰에 구금되고, 작은 외할아버지는 형을 면회하러 갔다가 경찰의 고문과 공포탄에 정신병을 앓게 되어, 이 때부터 이상한 일기를 쓰게 된다. 자식들은 연좌제에 묶여 제대로 된 직업을 찾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비극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일본에 있던 외할머니의 남동생은 형제들의 소식을 듣고, 귀국을 포기하고 일본에서 조총련 활동을 시작한다. 나중에 가족이 보고 싶어 방문사실을 숨기고 방한했으나, 당시 체체경쟁을 벌이던 군사정권에 의해 대대적으로 홍보에 이용된다. 조총련 동경지부장이었던 그의 삶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하나밖에 없는 딸은 북송선을 타게 되고, 두 아들과도 멀어져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외할머니는 이 모든 현실을 견디며 일가를 돌본다. 손주들의 기억에는 늘 인자하고, 천사같았던 모습으로 기억되는 할머니의 모습의 뒤에는, 기울어가는 가세 속에 모든 고통을 남몰래 속으로만 삭여야만 했던 현실이 엄존하고 있었다. 

영화 내용은 무겁지만, 이야기 전개는 무겁지 않다. 감독이 부모님께 국보법 폐지, 전교조 활동 같은 현안에 짖궂게 질문했을 때, 어떨 때는 같고, 어떨 때는 다른 대답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한 지붕에 살고 있는 사람도 이렇게 다른데, 같은 현실을 살았던 사람들의 상반되는 기억과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보다는 점차 이해할 수 있겠다고 얘기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애초 ‘밤손님-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빨치산 교과서`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던 영화는 한 가족의 일대기를 넘어 한국의 현대사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현재에도 의미를 가질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이 많이 있다. 그에 대한 한가지 대답이 ‘할매꽃`이 개봉했을 때 포스터의 카피 속에 담겨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지금 들어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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