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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미얀마선언

최신춘, 2010

[초이스]미얀마선언 대표 이미지

제목부터 뭔가 무거운 분위기가 난다. 미얀마는 버마라고 불렀지만, 현재는 군사정권에 의해 국가명이 바뀌었다. 아직 버마 민주화 운동을 하는 이들은 미얀마라 부르지 않고, 버마라고 부른다. 그 곳에서 무슨 선언이 일어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작품은 한국의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좀더 명확히 말하면, 작품을 연출하고 있는 감독의 친구들과 자신의 부정확한 미래와 지금 자신에게 다가오는 현재에 대해 성찰적 질문을 발랄하게 던지고 있다.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함께 모인 고등학교 친구들, 이들은 각자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쉬워 보이는 것은 별로 없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있지만, 당당하다. 미래를 만들어가려는 나름대로의 도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친구들을 찾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툭툭 질문한다. 질문은 명확히 전달되지 않아 보이지만, 친구들은 솔직하게 지금 현재에 대해 즐겁게 답변한다. 24세 대학졸업반이 보는 세상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소리를 지르게 한다거나, 하고 싶은 것은 예산과 관성에 부딪혀야 하고, 비정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해야 한다. 돈을 모아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를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끌어들이는 기업, 하고 싶은 것을 하길 바라지만, 돈도 많이 벌었으면 하는 부모세대. 그런데, 작품은 이런 이야기를 고리타분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의 대화로서 가볍게 처리해 나간다. 현실이 심각하다는 것은 충분히 잘 알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까지 심각할 필요는 없다는 듯이.

`미얀마 선언`은 88만원 세대라 부르는 것을 거부하는 선언이다. 작품이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곧바로 미얀마 선언을 해버린다. 처음 미얀마 선언을 말할 때는 장난스럽게 들리지만, 점차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점점 이 말은 그냥 웃어넘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강한 저항이 된다. 잘 되길 바라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이미 잘 안될 것이라 것을 알기에 ‘미안하지만 우리 아마 안될거야’라는 냉소와 부정의 선언을 하는 것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의 강의를 듣고, 감독은 강의실에서 그와 인터뷰를 한다. 우리를 88만원 세대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함을 던지면서 오히려 ‘안될거야’라는 부정이 새로운 시작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질문을 던진다. 모두 다 잘 되고자 하는 경쟁 사회의 이데올로기 앞에서 잘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면서, ‘안될거야’라고 말하는 것이 곧바로 지금 현실에 대한 강한 저항의 언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작품은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고 발랄하게 치고 나가면서 즐기고 있어 보인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는 마지막 시퀀스는 작품의 주제를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감독은 작업후기에서 ‘우리 아마 안 될거야 같은 영양가 없는 농담으로 실실대며 즐거워 질 수 있다면 자기 자신과 세상을 조롱하되 희망을 잃지 않는 현명한 비관주의자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정말 좋겠다.’ 라고 말한다.이렇게 말한다.(http://filmisdead.tistory.com/155) 세상을 조롱하는 이야기꾼 최신춘 감독의 ‘미얀마 선언’은 세상에 대해 부정함으로써 긍정하게 되는, 없음으로 있음을 만드는 발랄한 저항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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