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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아이언 자이언트

브래드 버드, 1999

[초이스]아이언 자이언트 대표 이미지

거대 로봇과 소년의 우정을 그린 숨겨진 보석 같은 애니메이션!
한 해 개봉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에 비하면 당연히 숫자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것이 사실지만, 당해 연도에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들에서 상영되는 단편 애니메이션까지 모두 합해본다면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양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한 영화제에 출품되는 애니메이션 작품 편수가 해마다 천편 이상이나 되니 말이다. 디즈니를 비롯해 픽사나 드림웍스 등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몇몇 블록버스터급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제작사들은 수십 개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개봉관을 잡아 비교적 여유 있게 상영을 하지만, 그 외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사실 개봉관 상영은 언감생심이요, 주로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들을 통해 관객들과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된다. 그나마도 선택된 작품들에 한해서만 말이다.

이쯤 되니 사설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각설하고, 어찌됐던 세상에는 우리가 만나보지 못한 보석 같은 진귀한 애니메이션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개봉 당시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 관객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거나, 혹은 시기가 적절하지 못해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거나, 그도 저도 아닌, 배급사와의 갈등으로 배급망을 충분히 타지 못했거나 혹은 아예 관객들에게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사라져 버린 애니메이션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런데 <아이언 자이언트>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독립제작사도 아닌 거물급 영화·TV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에서 직접 제작한 작품에다가 심지어 1999년 미국 개봉 당시 그해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라는 평단의 찬사까지 받으며, LA 비평가협회가 주는 애니메이션 부문의 수상작이라는 화려한 타이틀까지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 성적은 초라했고,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영화제를 통해 극장에서 소개된 것이 고작이다. 혹자는 언론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워너브러더스의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위, 제작사의 ‘소극적인 배급탓’이라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고 지나쳤으면 더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던 불운의 명작이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현재 픽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감독들 중 한 사람으로 <인크레더블스>, <라따뚜이>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 대박을 터뜨렸던 바로 브래드 버드의 장편 데뷔작이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당시까지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디즈니의 전통적인 애니메이션과는 차별화된 스타일과 소재, 탄탄한 스토리 구성에 코믹함까지 더해지면서 재미와 감동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테드 휴즈의 동화 ‘아이언 맨(The Iron Man)`을 각색한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는 1950년대 미국의 록크웰이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시대로 돌입한 상황에서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와 공산주의 거센 물결이 미국인들에게는 위협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시기였다. 주인공인 아홉 살 소년 호거스는 이 작은 마을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느 날, 거대한 물체가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소문은 조용하고 평화롭던 마을을 들썩이게 만든다. 호기심 많은 소년 호거스는 추락한 물체의 실체를 찾고자 탐험에 나서게 되고 마침내 거대 로봇과의 첫 만남이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로봇의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정부는 국가안보를 운운하며 거대 로봇을 오로지 위협의 대상으로만 몰고 가게 되고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접하게 되면 흡사 지브리의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등장하는 로봇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혹은, 흔한 로봇물의 공식을 떠올릴 법도 하겠다. 그러나 기존의 로봇끼리 싸우는 대결 구도와는 다르게 이 애니메이션은 거대 로봇과 꼬마 소년이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의 교감과 우정을 그리고 있다. 거기에 브래드 버드식의 유머가 더해지면서 보는 내내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짓게 한다. 그리고 엔딩 장면에서 거대 로봇의 알듯 모를 듯한 미소가 주는 극적 반전은 묘한 흥분과 함께 눈가에 살짝 눈물까지 어리게 하면서 가슴을 따듯하게 만들어준다. 

비록 미국시장에서의 흥행 실패로 국내에서는 개봉조차 하지 못한 비운을 겪은 작품이지만, ‘낭중지추’라 했던가? 결국 좋은 작품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마련인가 보다. 매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명작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에서도 이미 꽤나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가 아니다. 동심의 세계에 대한 향수와 유쾌한 상상력을 자극해 주는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기분 좋은 동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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