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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땅의 여자

권우정, 2009

[초이스]땅의 여자 대표 이미지

선희는 말한다. “어머니 제가 국회의원 출마하기로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답한다. “농사는 누가 짓고.” 어머니의 말을 들은 당뇨로 고생하고 있는 남편이 거든다. “농사는 한 해 안 지어도 돼. 내가 다 지으면 돼.”

권우정 감독의 <땅의 여자>는 경남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농민 운동에도 참여하는 세 여성의 인생을 보여준다. 강선희, 소휘주, 변은주는 대학에서 만났다. 그 시절의 회고를 들어보면, 그녀들은 농민 운동에 대한 꿈과 소망이 있었다. 하지만, 농촌으로 시집을 온 후 경험해야 하는 것은 농촌의 진짜 현실이었다. 현실은 절망감을 주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아주 상세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농촌의 분위기 속에서 그들의 희망은 처음부터 자리를 찾을 수는 없었다. 아이를 키우고, 가사일을 돌보며, 농사일까지 잘한다는 것은 어머니 세대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어머니처럼 일을 할 수 없다며 결혼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는 어머니 세대와는 다른 여성의 삶이 있었다. 꿈꾸던 것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땅의 가치, 땅 위에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해 나갔다. 시어머니와 함께 홍콩까지 나아가 FTA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것은 보통의 한국 가족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경험일 것이다. 그것은 땅 위에서의 신뢰, 땅에서의 믿음을 구현할 때만 가능한 땅 위의 공동체적 경험이며, 그녀들을 가정의 신화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주요한 동력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들은 농촌 밖에서 비판하거나 항변했던 농촌 여성이 아니라 땅 위에 함께 거주하며 삶을 추구했던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 이러한 모습은 선거에 출마하겠다던 선희에게 반대 의견을 피력하던 시어머니를 동참하게 만든다.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왔지만 땅위에서 그들은 하나가 된다. 

한 편의 영화나 다큐멘터리 속에서 매우 격정적인 사건을 구경하기를 갈망하지만 이 작품에는 매순간 선택을 둘러싼 작은 사건이 있다. 그것은 때를 놓치게 되면 망칠 수밖에 없는 ‘농사일’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가사일의 피로감 때문이기도 하며, 여러 사람들이 모인 농민회의 활동 덕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갈등과 선택의 순간들은 보다 나은 삶을 향한 인간적인 소망들을 피력하면서, 그녀들의 선택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의 과정에서 그녀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진다는 것이다. <땅의 여자>를 보며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바로 이러한 모습을 대할 때이다. 당당한 그녀들의 선택과 책임을 마주하게 되는 때는 피로한 삶 속에서 인생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엿보게 한다. 

그녀들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행복을 가장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므로. 나아가 직접 얻어내야 하는 것이므로. 이들의 삶은 인간의 보편적인 행복에 대한 권리를 꿈꾸게 만든다. 아스팔트가 아니라 그녀들이 딛고 있는 땅 위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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