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반드시 크게 들을 것
백승화, 2009
부산, 광주 등 지역 인디음악씬을 다루는 연작 다큐멘터리 <In the Cold Cold Night>을 시작으로, 가수 연영석과 그가 다루는 음악을 둘러싼 우리 사회를 이야기하는 <필승必勝 Ver 2.0 연영석>, 제목 그대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이야기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 `좋아서 하는 밴드`를 담은 <좋아서 만든 영화>, 그리고 `루비살롱` 레이블을 무대로 한 <반드시 크게 들을 것>까지, 최근 몇 년 사이 인디밴드를 다룬 많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영화제 등을 통하여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역사에서 이렇게 인디음악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한꺼번에 등장한 것은 지난 90년대 후반 이후 처음입니다. 1990년대 중반 홍대를 중심으로 한국 인디음악이 주목받기 시작했을 당시 이를 다룬 다양한 다큐멘터리영화들이 선보인 바 있습니다, 초기 `델리 스파이스`를 다룬 <POP>, `메이데이` 등 저항적인 록을 연주하는 음악인들을 다룬 <전선은 있다>, 펑크밴드 `18크럭`의 꿈과 일상을 다룬 <18>, 부산에서 막 활동을 시작할 당시의 `에브리 싱글 데이`를 <에브리 싱글 데이>가 바로 그 작품들입니다.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인디음악씬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최근 몇 년 동안 인디음악씬이 다시 르네상스라 부를만한 시기를 맞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인디음악 중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레이블 루비살롱과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을 통해 지금 한국 인디음악씬의 열정적인 한 단면을 (`크라잉 넛` 함경록의 유쾌한 입담에 담아) 보여줍니다.
`이 빌어먹을 나라엔 록큰롤 스타가 필요하다`라는 문구로 비장하게 시작하는 이 영화는 `왜 음악을 하는지`, `인디음악인으로서 생활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라는 식의 질문들은 담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의 연출자가 직접 인디음악을 하는 내부자(영화에 등장하는 밴드 `타바코 쥬스`의 드러머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질문들은 TV VJ류의 프로그램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며, 인디밴드를 그저 대상화하고 이상한 방식으로 `신화화`하는 질문들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다만 `당신들에게 록큰롤이란 무엇인지`를 물어볼 뿐입니다.
영화 속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쥬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집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공연장을 통해 관객과 호흡하는 순간들이, `타바코 쥬스`는 별로 열심히 하지 않는 일상 속의 순간들이 주로 포착되어 있습니다. 락다큐멘터리답게 그들의 음악을 오래 보여주는 장면 역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공연장에서의 `단독 공연`이고, `타바코 쥬스`는 첫 정규앨범에 들어갈 히든트랙을 `집에서 녹음하는 장면`입니다. 이 흥미로운 대비는 영화 속 두 밴드를 `성공적인 것과 성공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비교하여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공연과 음반 작업을 하는 음악인이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을 즐기는 다른 순간들`을 병치하여 보여주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서 인디씬의 사람들이 `왜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에게 록큰롤이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즐기고, 할 수 있을 때 하고, 할 수 있다면 그만큼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음악을 하는 자세인 것입니다. 영화는 관객들이 그 순간을 공유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