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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

리브 베이스베리, 2015

[초이스]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 대표 이미지

지난 6월, 20세기 초 영국 여성참정권 운동을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가 개봉했다. 이 작품은 여성의 시민권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이 모든 것을 걸고 싸워 힘들게 쟁취한 권리임을 잘 보여준다. 백인 부르주아 남성들에게만 참정권을 허락했던 미완의 민주주의는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들의 정치 투쟁을 통해서 그 의미를 확대해 왔다. 민주주의와 그 역사는 여성운동을 통해 발전해 온 것이다. 이처럼 페미니즘은 부분 운동에 머물지 않으며, ‘참여의 평등’이라는 정의를 달성하기 위해 투쟁해 온 보편 운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참정권의 쟁취가 여성 시민권의 온전한 획득으로 이어졌을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여전히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시민을 대표/대의 하는 자의 얼굴은 남성으로 상상된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연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대 총선에 출마한 한 여성 청년 후보가 ‘아재정치 OUT’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것처럼, 한국은 50대 한국 원주민 출신의 비장애인 기혼 남성에 의해서 과도하게 대표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과연 한국 사회의 수많은 소수자를 대변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거의 질문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여성정치인의 수가 늘고는 있지만, 그 행보로 보았을 때 여성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불평등은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2005년, 스웨덴의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에 도전하고 기울어진 정치의 판을 새로 짜기 위해 페미니스트 정당 창당에 뜻을 모은다.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2015)는 이 패기 있는 정치 실험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물론 창당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재정은 불안정하고 인력은 충분하지 않으며, 토론이 진행될수록 구성원들 사이의 의견 차가 불거지고 내부 갈등은 점점 첨예해진다. 페미니즘의 가치인 ‘다양한 목소리의 공존’은 페미니스트 정당 FI(Feminist Initiative)의 가장 큰 역량이자 가장 큰 난관이기도 했던 셈이다. 그러면서 대중정당으로서 FI는 과연 어디까지 급진적일 수 있으며 어느 선에서 대중/정치와 타협해야 하는가의 문제 역시 등장한다.

치열한 내부 논쟁과 갈등, 그리고 여전히 견고한 가부장제 사회의 역공(backlash) 속에서도 FI는 결국 창당에 성공한다. 그리고 첫 선거에서 처절하게 ‘패배’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멈춰 서지 않았다. 그리하여 2014년. 창당 10년 만에 FI는 원외 정당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으며 유럽 의회에 당선된다. 페미니즘을 정체성으로 내건 정당이 세계 최초로 의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성평등 지수가 높다는 스웨덴에서도 시민들에게 페미니스트 정당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힘을 얻기까지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도전은 이런 설득의 과정 자체가 가장 급진적인 정치임을 보여준다.

결국 정당정치가 도달해야 할 곳은 페미니즘이 정치의 기본적인 의제이자 설정값이 되는 진보장치의 장이다.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이주민 등 정치적 소수자가 충분히 대표/대의 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장에서 그들의 동등한 참여가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한국 사회의 ‘아재정치’로는 이런 진보정치의 가치가 달성될 수 있을 리 없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에 이를 때까지 우리에게도 페미니스트 정당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FI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취를 보면서 진지하게 질문하게 된다. 

※ 이 작품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카이브 보라에서 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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