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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계속된다-미등록 이주노동자 기록되다

주현숙, 2004

[초이스]계속된다-미등록 이주노동자 기록되다 대표 이미지

“잡아. 언제까지 잡을 거야. 야 나 권리 말 못하는 거 어디 있어. 나 권리 말 할 수 있어. 왜 내 입 막아. 나 권리 이 한국 땅에 나 권리 이야기할 수 있어. 나 권리 이야기하면은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요”종로에서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에 저항하며 농성 중이던 이주노동자 비두씨의 외침. 상반신이 탈의 된 채 온 몸으로 절규하는 그의 몸을 붙들어 움직이지 못하게 저지하고 있는 경찰무리들.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외치는 이에게 지나가던 한 (한국인) 행인의 다그침. '도망가려고해 씨발놈이! 빨리 집어넣어.'

다큐멘터리 <계속된다>를 떠올리면 항상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다이내믹한 이미지이자, 이 영화에서 담아낸 가장 절박한 장면이다. 7년 전의 일이다.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은 순식간에 ‘불법 거주자’가 되었고, 이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었다. 그제껏 조용히 자국민들이 기피하는 소위 3D 현장에서 일을 해왔던 이들은 무분별한 단속과 강제추방에 저항하는 운동을 자발적으로 조직했다. 이전까지 남한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까지 대변해왔다면, 당시의 움직임은 그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때였고, <계속된다>는 그들의 존재와 목소리를 담아낸 최초의 독립 다큐멘터리였다. 

지금까지도 내게 이 영화는 투쟁 현장의 모습만이 뚜렷하게 남아 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목소리가 부재했던 만큼 감독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단속, 공장에서의 폭력 등을 차분히 들려준다. 영화의 전반은 중동건설붐 시절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일을했던 감독의 아버지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는데, '거기서의 외로움은 말로 못'한다는 아버지의 씁씁한 얼굴은 과거의 남한 사람들 역시 타국에서 외로이 이주노동자로 살아야했던 삶을 증언한다. 그 사이 남한은 노동자 `수출국`에서 `수입국`이 되어, 과거를 잊은 채 일하는 공장을 옮길 수 없고 4년 이상 거주자는 자국으로 떠나야만 하는 `고용허가제`란 노예법에 가까운 규율로 이주노동자를 관리해왔다. 그로 인해 고국 방글라데시로 떠나야 했던 이는 '내 나라가 내 나라 같지 않다'고 씁쓸히 전한다. 전지구적 자본화는 국경을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로든 넘나들 수 있게 되었지만, 일개 노동자의 삶은 그가 고국에서 날리는 연처럼 공중 높이 떠올라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이 부유하는 존재가 되었다.

<계속된다>던 감독의 적합한 예측이었던지, 영화를 보았던 2003년의 이주노동자의 모습은 여전히 그때와 다름없이 불투명한 삶 속에 지속되고 있다. 사실 갑자기 이 영화가 떠올랐던 것도 최근 G-20의 개최 여부에 따라 정부의 강화된 단속때문이었다. 필리핀에서 온 친구 미셸은 강제추방에 맞서 2주째 단식투쟁을 하다 건강이 악화되어 (글을 쓰는 시점인 오늘) 7월 6일 병원에 실려갔다. 다양성이니 다문화주의니 하는 시대에도 정작 그 주체인 이들의 삶은 외면당한 채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은 바로 이곳에 함께 살아가며 온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은 침묵으로 바라볼 뿐이다. 이 변하지 않는 서글픈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건지, 다시 영화를 보니 마음이 무겁게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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