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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만담강호

오인용, 2016

[초이스]만담강호 대표 이미지

어린 시절 만화를 통해 그림과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판타지를 처음 경험했다. 그 이후 빠져드는 장르가 추리와 무협인데, 두 장르의 공통점은 선과 악이 서로 충돌하여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이 공식은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 그중 중국무협은 선을 대표하는 주인공이 악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이 희열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무술고수는 하늘을 날고, 최고의 경공술과 무술 실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재능을 뽐낸다. 오래전부터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동양의 판타지인 것이다.

<만담강호>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중국무협 장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전형성을 탈피하고 연출자의 개성과 특징을 살리기 위해 설정만 가져온 채 다른 방식의 스토리를 선택했다.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기존 무협스토리의 고정관념을 뒤집어 코믹과 풍자, 재미를 주기 위함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스토리의 시작은 이렇다. 중국영화에서 본 듯한 평범한 객잔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곳에 미모의 한 여인이 나타나자 남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러자 동네 건달 산적 무리가 여인에게 다가가 찝쩍거리기 시작하고, 당연히 미모의 여인을 구하겠다고 정파 공자가 등장하여 산적 일행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중국무협 스토리로 전개된다. 하지만 연출자 오인용은 이후 다른 형태의 이야기를 선택한다. 무림고수라면 당연히 칼을 뽑아 싸워야 하지만, 이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자꾸 말로만 싸운다.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무림 고수들이 보여주는 뛰어난 무술 실력은 보이지 않는다. 지질 할 뿐이다. 하늘을 날지도 못하고, 물 위를 경공술로 달리지도 못한다. 칼을 휘두르긴 하지만, 악당들이 쓰러지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만담강호>라는 애니메이션은 무림고수들의 허세를 때론 거칠게, 때론 코믹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그렇게 5분 남짓한 에피소드 24편으로 코믹한 웹 애니메이션이 전개된다. 현재 연재 중이며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2000년대 초중반 많은 남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신연예인 지옥>을 만든 오인용 팀에서 연출했다. 애니메이션 전공자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자신들이 추구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팀을 만들었다고 한다. 미친 듯이 플래시 툴을 활용하여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다가 각자의 생활이 있어 더 이상 신작을 내놓지 못하던 중, 거의 10년 만에 <만담강호>라는 작품을 들고 온 것이다. 전보다는 조금 더 체계화된 방식으로, 2차 저작물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면서 제작하고 있다. 

텔레비전 채널을 위한 유아용 애니메이션과 극장에서 상영하기 위한 가족용 애니메이션이 넘쳐나는 이 시기에, 웹이라는 새로운 채널이자 플랫폼에서 성인을 위한 애니메이션 만들기를 다시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틈새시장을 위해서라도 중학생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시장을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기존 3D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텔레비전 채널 중심인 상황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역시 제작비 때문이다. 하지만 플래시 툴을 사용하여 빠르게 에피소드를 연결하는데 이미 검증된 실력을 갖춘 오인용은 최신작 <만담강호>를 통해 자신들의 특징을 드러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을 확장시키는 개척자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필자가 <만담강호>를 기대하는 이유다. 

유튜브 ZOMBARA TV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yjZzK1rjTWjxBXGYsGOR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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