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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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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많은 독립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독립영화제의 출품 편수만 해도 몇 년 전부터 천 편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독립영화의 대중적 붐이 막 형성되기 시작했던 1999년 한국독립단편영화제1)의 출품작이 334편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괄목한 만 하다. 90년대 중반은 여러모로 현재 독립영화 신의 원형이 자리 잡던 시기였다. 인디포럼, 인권영화제, 퀴어영화제, 기타 장르 및 부문 영화제, 지역 독립영화제 등이 고만고만한 규모로 생겨났다. 영화제가 개최되며 작품은 비로소 ‘영화’로 연출자는 ‘감독’이라는 호명을 얻었다. 초기 많은 감독들은 칭호를 어색해했는데, 누군가는 쑥스러워했고, 누군가는 거북해했다. 모 영화제에선 수상 소감 대신 ‘투쟁!’이 외쳐지던 때였다. 그럴수록 영화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입이 마르고 닳도록 ‘감독님!’을 외쳤다. 영화 있고, 감독 있고, 영화제가 있다는 단순한 출발에서였다. 

감독이라는 소박한 이름이 자리 잡고 나서, 이후 기획자도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프로듀서, 프로그래머, 상영기획자, 정책연구가... 창작 분야에 비하며 소수이지만 일당백의 몫이 필요한 자리들이다. 필자는 독립영화 기획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꽤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독립영화의 대중적 성장과 공적 담론의 활성화, 산업적 진입의 역작용과 정책적 후퇴를 다이내믹하게 경험했는데, 결과적으로 독립영화를 둘러싼 환경은 커졌지만, 본질은 과거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예컨대 독립영화는 여전히 힘들게 만들어져서 어렵게 관객을 만나고 있다. 블랙리스트로 지난 몇 년간 독립영화가 심각하게 배제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요즘, 버티고 싸우느라 낭비되었던 에너지가 온전히 투여되었다면 어땠을까 미련한 상상에 들어본다.

이 시기 일신상의 변화를 갖게 된 것에 만만치 않은 무게감을 느낀다. 서울독립영화제의 연장을 넘어, 올해부터 집행위원장으로서 영화제를 이끌어 나가게 되었다. 전임 조영각 선배가 15년간(활동을 포함하면 18년) 지켜 온 영화제 책임의 바통을 넘겨받은 것이다. 독립영화에 관한 한 많은 것을 배워 온 이상, 앞서 조영각 선배에 대해 잠깐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반면교사로서 공과를 살피어 성과는 잇고 부족한 점은 개선하고 채워가야 할 것이나, 독립영화에 대한 태도만큼은 이어가려 한다. 수많은 개성이 존재하는 독립영화 영역에서 기획자는 영화를 알아주고, 창작자를 격려하고,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첫 번째 관객이다. 독립영화와 창작자에 대해 그만큼 유난했던 이도 드물다.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는 롤 모델로서 후임인 필자에게는 여러 면에서 기준이 되겠지만, 독립영화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창작자에 대한 애정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내주었던 것에 대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집행위원장의 교체로 세대교체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늘 자그마한 소리로 전하는데 사실 필자의 경험은 앞서 조영각 집행위원장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참신함을 앞세우기엔 민망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을 공약하자면, 어쨌거나 좀 더 젊다는 것과 중간 기획자와 실무자로서의 경험이 아닐까 싶다. ‘젊다’는 말을 애써 쓴 것은 새로운 집행위원장으로서 다음 세대의 독립영화인, 창작자들을 향한 지향을 가지려는 의지라 하겠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독립영화인들과 더 열심히 소통하며 진짜 젊은 독립영화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하지 않겠나. 실무자로서의 ‘경험’은 독립영화를 조용히 밀고 가는 기획자들에게 향하고 싶다. 활동가의 발전과 안정을 어떻게 이루어 낼 수 있을지, 기획자의 탄탄한 기반 위에 성장하는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그려본다. 더불어 보태면 ‘여성’으로서의 성취가 있겠다. 문화 영역에서 역시 실무는 여성, 결정은 남성이라는 이분법이 지속되어 왔었다. 이러한 고착은 적극적인 도전과 변화를 통해 지양되어야 할 것이었다. 영화계 성평등 환경 개선에 대한 다양한 노력이 모이는 가운데 영화제가 염두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사려 깊이 숙고하고자 한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중앙위원회에서 선출 의결 받고, 총회에 정식 보고된 이후 3월부터 신임 집행위원장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한다. 늘 그렇듯이 응원과 격려해 줄 것을 믿는다.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서 여러 자리에서 새롭게 인사드리겠다. 조언의 말이라면 기쁘게 기다리겠다.


1. 한국독립단편영화제(제25회)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전신으로 시상 중심이던 행사를 상영과 함께 하는 형식으로 확대 운영하였다. 후원으로 참여하던 한국독립영화협회는 2001년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공동 주최 단체가 되었다. 2002년 현재의 서울독립영화제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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