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영화를 검수한다는 작업
SBS에서 방영 중인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를 보면 가끔씩 검수의 달인들이 등장한다. 쏜살같이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불량품을 찾아내는 통조림 검수부터 벽지, 형광등, 소주병까지 검수 되는 제품의 종류도 다양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눈을 붙들어 매는 건 묘기를 넘어서 신공에 가까울 정도인 그들의 환상적인 손기술이다. 지켜보는 사람을 무념무상의 상태로 강력히 몰입시키는 그들의 실력은 처음엔 신기함을, 마지막엔 경의를 표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분들께서 검수업무를 성실히 수행해주시고 있다. 그리고 한국영상자료원에서도 검수는 필요하다.
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의 주요업무 중 하나는 당연히 수집이다. 수집은 여러 경로로 이뤄지는데, 그 중 ‘제출’이라는 경로가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영화로 등급심의를 받은 작품은 영화 및 비디오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 의해, 한국영상자료원에 의무 납본된다. 말은 의무 납본이지만 영화 제작사는 많고 이들이 모두 영비법의 존재에 대해 늘 인식하거나 영화 만들 때 의무 납본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심의작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섭외’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제출의 경로로 들어오는 영화들은 실로 다양하다. 대기업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상업영화들부터 다큐멘터리, 저예산 영화들까지 현재 대한민국에서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만들어지는 작품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멀티플렉스에 걸리는 작품들 외에도 평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기 힘든 작품들을 많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된다. 우리나라가 영화 강국임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영화계를 부러워하는 나라들이 많다. 연간 제작 편수도 많고 국산영화가 인기 많은 데다 그 제작 시스템도 잘 되어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이는 비단 영화계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음악과 방송 면에서도 아시아에서 우리나라만큼 고퀄리티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뽑아내는 나라는 드물다. 이로 인해 월드 스타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무분별한 “두유노” 질문 공세의 빌미가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가 아시아 콘텐츠 강국의 반열에 올라선 반증이라 생각한다.
한국영상자료원에 작품 제출 시 보상금이 지급되게 되어있다. 그래서 제출로 자료원에 들어오는 영화들은 품질검사의 단계에 들어간다. <생활의 달인>에서 그 많은 달인들이 검수업무에 종사하는 이유도 그 검수의 대상이 상품이기 때문이었다. 돈 받고 팔아야 할 물건들이라 품질에 이상이 없어야 하는 것처럼 보상금 지급 대상인 제출작들 또한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공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결국 영화를 검수한다는 말인데, 그 방법은 어떻게 되는가... 물론 ‘보는’ 것이다. 제출로 들어오는 영화를 보면 된다. 보고, 영상과 음향에 문제 유무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세상에 많고 많은 일들 중에 영화를 보고 돈을 버는 일도 있다. 언뜻 재미있어 보이고 세상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내부자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군대도 자신이 나온 부대가 제일 고된 법인 것처럼 이 일도 그러하다. 한국영화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제출량 폭증으로 일감의 절대량 증가와 보상금 지급기한은 늘 압박이 된다.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애로사항도 있고 이로 인해 여가시간엔 극장을 자주 안 가게 되는 아이러니도 발생하나 이는 지속적 안과 방문 및 녹황색 채소의 중요성의 절감으로 퉁치고 있다. 현재는 육안 검수로 일이 진행되지만, 이러한 방식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올해를 관통하는 화두 중 하나가 인공지능과 자동화였다. 이로 인한 파고를 실감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한 바둑대결 덕분에 잘 알게 되었다. 국내외의 아카이브와 방송국들 가운데는 검수업무를 자동화한 곳들이 있다. 소프트웨어에 영상을 돌리면 미리 세팅해둔 설정값에 의해 에러라고 판단된 파트를 사용자에게 보고해준다. 이러한 업무 자동화의 일장일단에 대해서 썰을 풀기 시작하면 거한 스크롤 압박이 예상되므로 이 글에서는 여기서 생략하기로 한다.
세상엔 실로 많은 직업들이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일도 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가운데는 경기 불황시대에 좋은 일 하면서 엄살 피운다고 혀를 차시는 분들도 더러 계시리라 사료된다. 하지만 필자는 절대 엄살을 피운 적이 없다. 그저 이 일을 수행해오면서 들었던 단상들을 모아놓고 미래를 바라보며 약간의 비전 섞인 ‘뻘글’을 추가했을 뿐이다. 본 업무를 수행하면서 한국영화의 다채로운 얼굴을 발견하고 이러한 다양함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결과물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늘 보람되는 일이기도 하다.
* 사진설명: 한국영상자료원 기관 홍보 동영상 중 여자친구 멤버인 엄지가 디지털 영화 검수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
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의 주요업무 중 하나는 당연히 수집이다. 수집은 여러 경로로 이뤄지는데, 그 중 ‘제출’이라는 경로가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영화로 등급심의를 받은 작품은 영화 및 비디오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에 의해, 한국영상자료원에 의무 납본된다. 말은 의무 납본이지만 영화 제작사는 많고 이들이 모두 영비법의 존재에 대해 늘 인식하거나 영화 만들 때 의무 납본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심의작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섭외’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제출의 경로로 들어오는 영화들은 실로 다양하다. 대기업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상업영화들부터 다큐멘터리, 저예산 영화들까지 현재 대한민국에서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만들어지는 작품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멀티플렉스에 걸리는 작품들 외에도 평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기 힘든 작품들을 많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된다. 우리나라가 영화 강국임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영화계를 부러워하는 나라들이 많다. 연간 제작 편수도 많고 국산영화가 인기 많은 데다 그 제작 시스템도 잘 되어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이는 비단 영화계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음악과 방송 면에서도 아시아에서 우리나라만큼 고퀄리티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뽑아내는 나라는 드물다. 이로 인해 월드 스타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무분별한 “두유노” 질문 공세의 빌미가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가 아시아 콘텐츠 강국의 반열에 올라선 반증이라 생각한다.
한국영상자료원에 작품 제출 시 보상금이 지급되게 되어있다. 그래서 제출로 자료원에 들어오는 영화들은 품질검사의 단계에 들어간다. <생활의 달인>에서 그 많은 달인들이 검수업무에 종사하는 이유도 그 검수의 대상이 상품이기 때문이었다. 돈 받고 팔아야 할 물건들이라 품질에 이상이 없어야 하는 것처럼 보상금 지급 대상인 제출작들 또한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공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결국 영화를 검수한다는 말인데, 그 방법은 어떻게 되는가... 물론 ‘보는’ 것이다. 제출로 들어오는 영화를 보면 된다. 보고, 영상과 음향에 문제 유무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세상에 많고 많은 일들 중에 영화를 보고 돈을 버는 일도 있다. 언뜻 재미있어 보이고 세상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내부자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군대도 자신이 나온 부대가 제일 고된 법인 것처럼 이 일도 그러하다. 한국영화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제출량 폭증으로 일감의 절대량 증가와 보상금 지급기한은 늘 압박이 된다.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애로사항도 있고 이로 인해 여가시간엔 극장을 자주 안 가게 되는 아이러니도 발생하나 이는 지속적 안과 방문 및 녹황색 채소의 중요성의 절감으로 퉁치고 있다. 현재는 육안 검수로 일이 진행되지만, 이러한 방식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올해를 관통하는 화두 중 하나가 인공지능과 자동화였다. 이로 인한 파고를 실감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한 바둑대결 덕분에 잘 알게 되었다. 국내외의 아카이브와 방송국들 가운데는 검수업무를 자동화한 곳들이 있다. 소프트웨어에 영상을 돌리면 미리 세팅해둔 설정값에 의해 에러라고 판단된 파트를 사용자에게 보고해준다. 이러한 업무 자동화의 일장일단에 대해서 썰을 풀기 시작하면 거한 스크롤 압박이 예상되므로 이 글에서는 여기서 생략하기로 한다.
세상엔 실로 많은 직업들이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일도 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가운데는 경기 불황시대에 좋은 일 하면서 엄살 피운다고 혀를 차시는 분들도 더러 계시리라 사료된다. 하지만 필자는 절대 엄살을 피운 적이 없다. 그저 이 일을 수행해오면서 들었던 단상들을 모아놓고 미래를 바라보며 약간의 비전 섞인 ‘뻘글’을 추가했을 뿐이다. 본 업무를 수행하면서 한국영화의 다채로운 얼굴을 발견하고 이러한 다양함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결과물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늘 보람되는 일이기도 하다.
* 사진설명: 한국영상자료원 기관 홍보 동영상 중 여자친구 멤버인 엄지가 디지털 영화 검수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