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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쿠바의 연인

정호현, 2009

[초이스]쿠바의 연인 대표 이미지

나는 3년 전, 영화 <쿠바의 연인>을 찍고 있던 정호현 감독과 애인이었던 오리 엘비스를 만났다. 쿠바 사람을 직접 만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쿠바하면 떠오르는 체게바라에 대한 인상이 강해서일까? 검붉은 피부에 돌돌말린 레게머리, 그리고 크고 까만 눈이 우리를 한눈에 사로잡았다. 아홉 살과 여섯 살이던 내 아이들은 인사를 하러 다가오는 오리 엘비스를 피해 소파 뒤로 숨었다. 여섯 살 딸아이는 급기야 울기 시작했다. 무섭다고.. 순간 오리 엘비스에게 미안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오리 엘비스는 큰아이에게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했고, 큰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영화 캐릭터를 보자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아서 웃고 놀기 시작했다. 작은 아이는 여전히 멀리 앉아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문화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새삼 놀랐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와 적당한 시간이 있으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면 금세 친구가 될 수 있다.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가끔, 머리가 햇님 같은 그 형은 잘 있는지 궁금해 한다.

<쿠바의 연인>은 정호현 감독이 쿠바에 살고 있는 한인 3세를 촬영하기 위해 그곳에 갔다가 쿠바청년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다. 영화는 한인 3세들의 삶을 통해 쿠바 사회주의의 힘든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중반부에 들어서는 감독과 쿠바 청년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에 오히려 초점이 맞춰진다. 

쿠바의 사회주의와 춤, 그리고 음악을 좋아한 정호현 감독. 그녀는 체게바라의 사진이 걸려있는 아바나 대학에서 오리 엘비스라는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이해하는 시간들로 그들의 사랑은 채워져 간다. 오리 엘비스의 가족들은 좁은 집안에서 끓임 없이 춤을 추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배 나온 아버지도 거침없이 빠른 음악에 몸을 맡기고, 부엌에서 음식을 하던 어머니도 춤을 춘다. 정호현 감독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들. 풍족해 보이진 않지만 행복해 보인다. 

정호현 감독과 결혼하기 위해서 한국에 온 오리 엘비스는 그녀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딸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가능하다면 엄마는 딸이 결혼 하지 않길 바라는 엄마, 이방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들 거라고 걱정하는 오빠와 새 언니들... 하지만 가족들은 그녀를 사랑한다.

그들은 결혼을 하고 캐나다에서 살고 싶어 한다. 모두가 평등하지만 너무 가난한 쿠바.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만 끊임없이 소비하고 노동해야 하는 한국. 오리 엘비스는 쿠바에 살고 싶지만 그곳에선 그녀와 살기가 힘들다. 한국에선 둘 다 일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지만, 이방인에 대한 배타가 너무 심하다. 세상에 완벽한 나라는 없다고 말하는 오리 엘비스. 하지만 사랑하는 그녀와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괜찮다고 한다. 사랑의 힘으로!! 그들에게 아이가 생겼다. 이들 쿠바의 연인과 그 아이의 인생항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이 영화는 섹시하게 살사 춤을 추는 여인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한국 다큐멘터리에서 보기 힘든 섹시함과 경쾌함이다. 또한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반나신를 볼 수 있다. 아마 극장개봉을 한다면 다큐멘터리로는 처음으로 청소년 관람불가영화가 되지 않을까? 경쾌한 쿠바 음악과 감각적인 편집,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영화는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정호현 감독의 <엄마를 찾아서>라는 전작을 보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느껴지고, 깊이 있는 인터뷰와 재치 있는 자막 편집이 감독의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 <쿠바의 연인>은 전작과 함께 정호현 감독의 기발함과 상상력 그리고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영화이며, 한국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재미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정호현 감독과 영화 <쿠바의 연인>(2009)은 요즘 다큐멘터리 편집을 하고 있는 나에게, 끊임없는 질문과 자극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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