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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지오토

허준석, 2016

[초이스]지오토 대표 이미지

수컷을 사랑하게 된 남자가 있다. 아닌가. 사자를 사랑하게 된 건가. 아니지, 인형을 사랑하는 남자인가. 주인공 재근은 축구연습을 하다 자신의 공을 찾아와준 지오토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둘은 닭도리탕을 먹고, 놀이공원에 가고, 같이 셀카를 찍으며 평범한 사랑을 나눈다. 그러다 재근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갈기가 있는 사자는 수컷이라는 거다. 보통 여자들이 머리를 기르고 남자들은 머리를 자르는데, 이 사자들은 반대라는 거다. 헷갈리는 일이다. 재근은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이 수컷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통스러워한다. 아니, 사실 누가봐도 사자랑 사랑에 빠졌다거나, 사실 그게 일반 사자가 아니라 인형이라는 게 더 놀라운 일이 아닌가. 동성애를 비난하는 자들을 작품은 직설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뿌리는 전단지나,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피켓들이 화면에 대놓고 자료화면처럼 나오지만 말이다. 오히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관습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재근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작품은 주인공 재근과 지오토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다. CCTV 화면이라던가, 블랙박스 영상이 등장하고, 둘의 행복했던 시간은 스틸사진과 핸드폰 동실사 영상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지오토의 움직임은 모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소개된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는 <바시르와 왈츠를>이라는 장편이다. 만들어진 영상인 애니메이션과 사실에 기반한 다큐멘터리라는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개의 장르의 만남을 통해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을 전달하는 데 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앞에 작품이 보여주었다면 <지오토>는 오히려 반대편에서 접근하고 있는 작품이다. 즉, 사실에 대한 새로운 재현의 방법으로써 애니메이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넘어서는 극단적인 허구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보통 페이크 다큐는 페이크처럼 안 보이게 만들지만, 이 작품은 페이크 다큐이면서 누가 봐도 페이크인 것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누구도 속지 않을 페이크 다큐를 통해 허구적인 이야기보다 더 말도 안되는 현실을 풍자희극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재근의 진지한 대사에서 드러나는 현실에 대한 풍자와 지오토의 어눌한 한국어와 영어 대사의 재치가 어울려 25분이라는 긴 시간이 짧게 지나가는 작품이다. 동성애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페이크 다큐라는 새로운 형식이 잘 조합되어 있는 <지오토>와 같은 작품이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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