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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히치하이크

정희재, 2017

[초이스]히치하이크 대표 이미지

‘히치하이크’는 지나가는 차를 공짜로 얻어타는 것을 말한다. 여행 중 목적지에 보다 빠르게 가기 위한 선택이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많은 영화들에서 ‘하치하이크’를 해야 하는 간절한 상황이 사건을 부르고 주인공을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히치하이크>는 로드무비이기는 하지만 낭만적인 여행이 등장하지 않고 사건이 장르적으로 전개되지도 않는다. 정애(노정의)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두 갈래로 제시되지만 불분명하며, 어딘가에 도착해서도 머무르지 못하고 모호한 태도로 망설인다. 

정애의 여정은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미궁에 빠진다. 정애는 처음부터 자신을 위한 여정을 출발하지 못한다. 아버지를 찾으러 간다는 친구 효정(김고은)의 여정을 먼저 따라가기 때문이다. 낯선 그곳에서 정애와 효정은 ‘히치하이크’를 하다가 곤경에 처하고, 그로 인해 갑작스럽게 효정의 아버지인 현웅(박희순)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정작 효정은 자신의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정애만이 현웅이 효정의 아버지라는 것을 눈치챈다. 정애의 관심은 죽음을 앞둔 자신의 아버지도 아니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엄마로부터 온 편지도 아닌 현웅에게로 쏠려있다. 이미 정애는 자신에게 안락한 안식처를 제공해 줄 사람이 자신의 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소 난처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 갈림길에 서서 망설이며 갈등하는 정애. 그런 와중에 정애에게는 불행한 일들이 한꺼번에 닥쳐온다.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고 엄마 역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잔인하게 자신을 옭죄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정애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현웅의 주위를 맴돈다. 정애는 친구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라도 매달리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갈등할 뿐이다. 오랜 시간 외로움을 견뎌온 소녀의 애처로운 감정. 그러나 현웅의 가정조차 안락함과는 거리가 먼 갈등 속에 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히치하이크>는 정애의 감정에 집중한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상황이 제시되지만,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가혹한 조건을 견디며 이겨내려고 한다. 그런 표정이 보는 이를 가슴 아프게 만든다. ‘히치하이크’는 그토록 간절하게 누군가에게 얹혀서라도 조금이나마 안주하고 싶은 정애의 심정을 표현하는 제목인 것이다. 정애에게 닥친 커다란 시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정애를 애처롭게 그리지만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삶의 조건을 스스로 찾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영화가 선택하는 길은 정애에게 다시 한번 심기일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대리 아버지라고 믿고 싶었던 현웅을 떠난 정애는 엄마를 찾아간다. 병든 엄마가 정애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진 모르지만, 정애는 가족의 따뜻한 품을 그리워하며 엄마의 품에 안긴다. 먼 길을 돌아 끝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의 여정을 영화는 아프게 그려낸 것이다. 

<히치하이크>는 또한 실패한 어른들에 관한 영화이며 무기력한 아버지들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삶에 대한 의지가 없이 딸을 두고 목숨을 버리려는 아버지. 자신의 딸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하나뿐인 아들의 선택을 몰아붙이는 아버지. 어린아이에게 추궁만 하는 경찰. 무기력한 어른들의 불행이 고스란히 자식 세대에게 대물림되는 상황을 영화는 조용히 목도하고 있다. 

최근 독립영화들은 주인공을 위기 상황에 몰아넣고,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씌우는 경우가 많다. 혹은 상처와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지켜보게 만든다. 이것은 하나의 경향성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지켜보기 힘든 장면들이다. <히치하이크>는 주인공에게 고난과 시련을 안기면서 출발하지만 그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나려고 안간힘쓰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잔인하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단 하나 잔인하게 생각되는 장면은 물속으로 들어가는 아버지와 그것을 바라보는 어린 시절 정애의 꿈 장면이다. 거기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감내했어야 하는 어린 정애의 심정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정애의 새 출발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10대이지만 주인공으로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배우 노정의는 이 영화와 함께 주목해야 할 배우가 될 것이다. 또한 박희순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 역시 자신의 역할들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히치하이크>는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2018년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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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서울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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