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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배다리뎐

김혜미, 2014

[초이스]배다리뎐 대표 이미지

솔직히 말하자면 국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에도 “그건 상황마다 다르지!” 하며 약간 삐뚤어지게 생각하는 편이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전래 동화나 전통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워낙 교육용 콘텐츠에서 많이 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아! 또 전통소재.” 하면서 편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 작품, <배다리뎐>을 보게 되었다.

이 작품은 국악이 나오는 전통적인 소재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나의 편견을 멋지게 넘어서 주었다. 작품에 사용된 판소리에는 놀라움이 있고 음악적인 재미가 있어서 지루한 틈을 주지 않는다. 감독이 직접 이야기와 가사를 만들어서 판소리 명창에게 부탁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원래부터 전승되고 있었던 판소리를 듣는 것처럼 완성도가 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화성 융릉에 행차하기 위해 한강에 배를 엮은 배다리를 놓았던 이야기를 모티브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배다리를 만든 그곳에 낚시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어린 개똥이가 사는데 역시 아버지의 제사상을 차려야 했던 개똥이는 감히 정조의 배다리를 끊고 낚시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구한다. 효심이 깊었던 정조는 개똥이를 용서하고 오히려 왕의 제사 물품들을 개똥이에게 하사한다. 이러한 전개 또한 너무 자연스러워서 나는 이것이 원래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내용인 줄 알았다. 그리고 정조의 백성을 대하는 자애와 온화함은 감동을 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또 인상적인 것은 아트웍이다. 이 작품은 정조의 화성 행차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수행하는 병사들의 복식과 특징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문화재 그림을 보는 느낌을 준다. 우리가 사극에서 보아 막연히 알고 있던 왕의 행차보다 훨씬 더 화려하다. 전통적인 복식을 잘 재현하고 있어서 수행원의 옷을 보는 것만으로도 볼 거리리가 풍부하다.

김혜미 감독은 2004년에 작품을 만든 후로 꽤 오랫동안의 공백을 가졌다.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니기도 하고 결혼과 육아 끝에 복귀한 그녀는 <배다리뎐>으로 2015년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대상 ‘인디의 별’을 수상하였다. 수상 후 소감을 말해야 하는 시간에 감독은 거의 5분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천천히 수상소감을 말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작품을 못 만들어서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술적인 면도 모두 잊어버려서 걱정을 많이 하며 작업을 했는데 상을 받게 되어서 무척 행복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수상 소감은 고백과도 같이 너무나도 진솔했고, 현실적인 어려움과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전부 전해지며 깊은 감동을 주었다.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든다는 것, 직업으로 애니메이션 선택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상 소감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다음 작품을 응원하게 만드는 소감이었다. 다음 작품으로 김혜미 감독이 또 다른 수상 소감을 하는 것이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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