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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강철의 군대문화 그리고 <폭력의 씨앗>과 <직무유기>

[초이스]강철의 군대문화 그리고 <폭력의 씨앗>과 <직무유기> 대표 이미지

장편 <폭력의 씨앗>과 단편 <직무유기>는 두 편 모두 군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니,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단지 그 사건으로 끝나지 않으며, 해당 인물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경고하고 있는 작품이다.

우선, 2017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단편 <직무유기>는 경계근무 중인 군부대의 초소 안에서 시작한다. 속칭 갈구는 선임병과 아무 말 못하고 당하는 후임병의 야간근무. 결국 상급부대에 소원 수리가 접수되고 부대가 발칵 뒤집어지는 와중에 그 문제 사병이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다. 이후, 병사들의 처우에 대해 모른 척 하는 건 직무유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던 장교를 포함해 죽은 이의 동료 병사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지켜보는 게 관객의 역할이다.

그리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개봉한 장편 <폭력의 씨앗>은 장난처럼 지속되는 병영 내 폭력사건이 상부에 제보되고, 고참들은 그 제보자를 찾기 위해 또다시 폭행을 저지르는 장면들로 영화의 초반을 가득 채운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이빨이 부러진 피해자를 선임병이 치과의사인 자신의 매형에게 데리고 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 영화는 병영내 폭력이 어떤 방식으로 군대 외부로 확장되어 나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꽤나 합리적으로 보였던 주인공이 매형의 가정폭력을 목도하는 순간 그 안에서 이미 자라나기 시작한 ‘폭력의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직무유기>와 <폭력의 씨앗>에서 그려진 부대 내에서 벌어지는 갑작스러운 사고와 그 사고에 대처하는 극 중 인물들의 판단과 선택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도 안타깝지만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를 보는 듯하여 더욱 참담하기만 하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군대임에도 전우의 안전은커녕 생명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군대이기도 하거니와, 집단이라는 우산 아래 실상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들어 버리는 군대라는 이 조직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게다가 군대조직의 이 영향력이라는 것이 과연 군대 안에서만 그 힘을 발휘할 것인가. 집단의 폭력뿐만 아니라 사건을 무마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경험들로 가득한 군대를 그린 영화 <직무유기>와 <폭력의 씨앗>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당사자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속출하는 병영 안에서의 경험들은 결국, 타인에 대한 공감의 능력을 상실해가는 과정이며, 폭력이 불러오는 가해와 피해의 결과에 대해 둔감해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개인적으로 경험해봤느냐의 유무와는 무관하게 이미 그런 일들의 지속적인 반복으로 구축된 강철의 군대문화가 병영을 넘어 사회 곳곳에서 얼굴만 바꾼 채 되풀이되고 있음을 혹은 되풀이될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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