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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의OST]렛 미 인 (토마스 알프레드슨, 2008)

작곡가: 요한 소데르크비스트 Johan Soderqvist

[비장의OST]렛 미 인 (토마스 알프레드슨, 2008) 대표 이미지
그들이 이사 오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천신만고 끝에 그들을 태워준 운전사를 추적해냈지만 그는 그것에 대해 그다지 할 말이 많지 않았다. 그저 한 아버지와 어리고 예쁜 딸이 탔었다고 기억했다. 그리고 하나 더. 꼭 밤에 이사해야 한다고 했다. 돈이 더 들어가도, 시간이 걸려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들에겐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삿짐도 유달리 적었다. 여행 가는 사람들처럼 최소한의 짐들뿐, 큰 가구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일이 무척 편했다고 느꼈다. 조용히 내리던 눈이 모든 걸 덮어주던 밤이었다. 본인만 모르고 있었을 뿐, 그는 그들을 이곳에 들인 장본인이었다. 경찰이 들려준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이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평생토록. 그렇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란 걸 깨닫고 있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소년은 수영장에서 가해자들을 폭행하고 살해한 소녀와 함께 사라졌고, 엽기적으로 온몸의 피를 뺀 채로 사람들을 죽이던 소녀의 아버지는 병실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그 병원에선 햇볕을 쬐고 자연 발화돼 죽은 여인에 관한 소문이 돌았으며, 그 여인의 남자친구는 소녀와 그 아버지가 머물던 집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스톡홀름 근교의 도시 블라케베리에는 한동안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들이 겨울 맹추위처럼 배회했다. 교회가 없는 동네라 그런 거란 추측도 있었다. 그러나 자세한 내막은 오로지 사라진 소년과 소녀만이 알고 있을 터였다.

수영장
 수영장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가 쓴 「렛 미 인」은 작가 자신이 태어난 고향 블라케베리를 무대로 뱀파이어가 나오는 자전적인 성격을 띤 소설이었다. 하지만 내용이 괴상하다는 이유로 여러 출판사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으로 투고한 곳에서 연락이 와 2004년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기구했던 시작과 달리 출간 후 반응은 뜨거웠다. 전 세계 23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독일과 미국 등지에서 영화화 제의가 쇄도했다. 그중 자국의 촉망받는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구애를 받아들여 작가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매만져 영화로 완성했다. 1980년대 초 냉전이 극에 달하던 시기, 살인사건에 관심을 갖던 왕따 소년이 외톨이 뱀파이어 소녀와 만나 기묘한 관계를 맺게 되는 모습을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무시무시하게 그려낸 영화 <렛 미 인>는 트라이베카 영화제,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등 30여 개 영화제에서 48개의 상을 받으며 2008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선 다소 보기 힘든 북유럽권 영화에, 호러라는 장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후 할리우드에서 재빠르게 리메이크를 진행해 ‘힛 걸’로 떠오르는 신성이 된 클로이 모리츠를 앞세워 원작과는 또 다른 감성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로의 존재에서 생의 이유를 발견하는 두 아이의 외롭고도 가슴 아픈 성장담은 이렇게 세계를 매혹시켰다. 이에 깊은 울림과 서정을 부여한 건 요한 소데르크비스트의 스코어 덕분이었다.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스웨덴 태생의 영화음악가 요한 소데르크비스트는 1966년에 태어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톡홀름 왕립음악학교에서 작곡과 편곡을 전공했다. 재즈 밴드와 민속 음악그룹에서 활동하며 경험을 쌓던 그는 여느 작곡가들처럼 우연히 영화음악을 맡게 되며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에겐 1991년 작 <아그네스 세실리아>와 덴마크 출신의 수잔 비에르 감독 데뷔작 <프로이트의 리빙 홈>이 그런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영화뿐만 아니라 TV와 라디오, 연극 등 다양한 분야로 행보를 넓히며 실력과 인지도를 갖춰나갔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수잔 비에르 감독과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브라더스>부터. 이 영화로 유로피안 필름 어워드와 칸영화제에서 음악상을 석권하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내었다. 이후 그녀와 함께한 <애프터 웨딩>과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인어베러월드>와 토마스 알프레드슨의 <렛 미 인>까지 연달아 호평받으며 국제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여전히 유럽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그는 최근 <콘티키>와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 <페인리스> 등 어드벤처와 로맨틱 코미디, 호러와 같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최고조에 오른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주로 기타와 피아노를 바탕으로 절제됐지만 애수 어린 멜로디를 선사하는 그는 잘 설계된 풍부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는 실력도 지녔다. 게다가 워터폰이나 허디거디, 어레이 마림바 등 독특한 민속 악기들을 활용해 새로운 사운드를 창출하는 등 색다른 시도와 실험을 멈추지 않는 탐구심과 신선한 감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요한 소데르크비스트
요한 소데르크비스트 Johan Soderqvist

<렛 미 인>의 음악은 차갑고 시린 동시에 아름답고 따스하다. 소데르크비스트가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스코어를 쓸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라이너노트에 적었을 만큼 양면적인 색채가 도드라진다. 전형적인 호러영화음악에서 벗어나 십 대의 성장통과 가슴 아픈 멜로라인까지 보듬어낸 감성적인 분위기는 절절하게 심금을 울리고 가슴을 저미게 한다. 애수 어린 선율은 한없이 우울하고 어두운 영화에 한줄기 구원의 빛처럼 다가오지만, 평온한 안식을 심어주지 못한 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함으로 관객들을 괴롭힌다. 그 사이를 잠식하는 건 베이스 워터폰의 허무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잔향들이다. 얼핏 신디사이저로 착각할 만큼 다채로운 사운드스케이프를 선사하는 워터폰의 존재감은 스코어 전반을 지배한다. 공포영화에 쓰이는 악기로 한때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던 이 기괴한 몰골의 악기는 리처드 A. 워터스가 1967년에 발명한 것으로 물에 의한 공명 현상과 진동을 통해 독특한 소리를 들려준다. 타악기처럼 두드리거나, 활로 켜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데, 음향에 가까운 낯선 쇳소리로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마력을 지녔다. 마치 차가운 북유럽의 대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스산한 기운으로 고독의 깊이와 세월의 무게감을 전해주는 듯하다. 이를 감싸 안는 건 슬로바키아 내쇼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짙은 스트링과 피아노, 그리고 기타의 몫이다. 처연하면서도 구슬픈 선율을 연주하는 이들은 워터폰에 맞서 사람다운 일말의 온기를 부여하고 있다. 영화 내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쓰인 건 ‘Eli’s Theme’다. 아름답고 서정적이지만 애달픈 선율의 현악 앙상블은 듣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오랜 세월 어린 모습으로 홀로 버텨온 뱀파이어 이엘리의 심정과 기구한 사연을 대변한 곡으로 ‘The Father’와 ‘Then We Are Together’, ‘Going Home’, ‘Let the Right One In’ 등 여러 차례 변주되며 제법 선명한 잔상을 남긴다. 주로 소년과 소녀가 잠깐 동안 행복한 시간을 가질 때 흘러나오는데, 현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미래의 운명이 그 숨겨진 비극성을 더 강하게 부각시킨다. 결국 ‘Eli’s Theme’는 무기력하고 어두운 생존의 저주를 고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자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모습을 담은 곡으로 음악적 메타포로도 활용된 셈이다. 그 외 부분은 주로 호러적인 감수성을 품고 있는 짧은 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귀에 거슬리는 베이스 워터폰의 잔향과 독특한 음색들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는데, ‘The Arrival’이나 ‘The Slaughter’, ‘Hiding the Body’와 ‘Virginia wakes up’, ‘Spotting a Victim’, ‘Death of Hakan’, ‘Lacke Dies’ 등 전반적인 트랙에 걸쳐 엠비언스처럼 사운드 디자인적인 측면으로 다뤄지고 있다. 새로운 시도는 아니지만 초현실적이고 공감각적인 소리의 향연으로 어둡고 나약한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호러영화음악만의 고유한 미덕이 담긴 큐들이다. 요한 소데르크비스트의 <렛 미 인>은 변방에 있던 북유럽권의 영화음악을 세상에 널리 알린 첨병과도 같은 사운드트랙이다. <브라더스>로 자신의 이름을 처음 드러냈다면 <렛 미 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는 수잔 비에르 감독과의 협업 외에도 능히 통용될 수 있는 영화음악가임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어둡고 아름답지만 애잔하고 감미로운 선율을 통해. 이쯤 되면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넘어 독일과 스페인 등으로 보폭을 넓혀가는 그의 다음 행보가 퍽 궁금해진다.
Track List
1. The Arrival  
2. Eli and Oscar  
3. Eli’s Theme  
4. The Slaughter  
5. Oscar in Love  
6. Hiding the Body  
7. After the Fight  
8. Oscar Strikes Back  
9. Virginia Wakes Up  
10. The Father 
11. Spotting a Victim  
12. Giving Up 
13. Death of Hakan  
14. Virginia Is Bitten 
15. Then We Are Together  
16. Virginia in Flames  
17. Eli Bleeds 
18. Related by Blood  
19. Lacke Dies  
20. Going Home 
21. Let the Right On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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