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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김선, 2011

[초이스]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대표 이미지

현실정치를 풍자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타이틀만으로 영화는 어쩌면 제 몫을 다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지경도 정도를 넘어선지 오래인 한국사회, 보수와 진보가 얽혀 매일 웃지 못 할 코메디를 만들어 내는 세상, 정말이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는 2008년 제작된 단편 <자가당착>의 장편버전으로 영화의 톤과 스타일은 유사하나, 전혀 다른 주인공의 대한민국 생존기이다. 정치적 레토릭으로 가득 찬 영화는 쌍둥이형제 곡사(김선, 김곡)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서사와 난해하고 실험적인 표현들로 관객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고, 웃음 짓게도 한다. 제 멋대로 이어지는 이미지와 사운드 사이에서 대한민국과 관객들은 쥐락펴락 롤러코스터를 탄다.

단편버전 <자가당착>에서 왕눈이 마네킹이 호연을 펼쳤다면, 이번에 큰 눈망울을 자랑하는 공공의 귀염둥이 포돌이가 주인공이다. 딱딱한 공인의 이미지는 풍자를 통해 어떻게 해체 될 수 있을까. 그 끝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정말이지 이 영화에서 포돌이는 귀엽기 그지없다. (물론, 포돌이의 성적 유희를 보여주는 몇몇 장면은 여성들이 보기에는 불편한 지점이 있다.) 

대한민국 지구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포돌이는 하반신이 없다. 필연적으로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포돌이는 하반신을 얻어 세상 밖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러나 삶은 녹록치 않은 법, 쥐떼들이 그의 꿈과 희망을 갉아 먹는다. 이제 포돌이는 그의 아파트에서 악의 세력을 소탕하기 위한 일대 전투를 벌인다. 그리고 그것은 단언컨대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조악하고 난삽할 것이다. 또한 단단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엄숙한 주제를 조롱하는 곡사의 통제 불가능한 영화적 상상력으로 어쩌면 당신의 정숙한 영화관이 붕괴될 수도 있을 터이다. 16mm필름의 거친 질감, 현실계의 어지러운 이미지 콜라쥬, 핸드메이드 애니메이션 기법의 이합집산, 거침없는 액션과 포돌이 가정의 미스터리, 여기에 판타지와 멜로까지 가미 되었으니, 이야 말로 초호화 버라이어티 무비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영화의 영화적 불순함을 알아차린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대한민국 성인남녀도 볼 수 없는 영화이니 지정된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하라는, 일종의 영화적 감금상태이다. 영화계는 곧바로 이에 항의하였고, 영화의 제작사인 곡사는 행정소송을 청구하기에 이른다. 영화의 운명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까? 며칠 전에 있었던 대통령선거 결과가 나오자, SNS에서 이 영화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자가당착 어떡해...’ 등의 슬픈 위로로 기억된다. 정치적 코메디가 계속되고 있다는 하나의 징후가 아닐 런지. 관객이 그 영화를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행여나 부차적인 상처로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지금도 여전히 목도하고 있는 지구, 대한민국, 어느 곳의 씁쓸한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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