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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의OST]서든 임펙트(클린트 이스트우드, 1983)

작곡가: 랄로 쉬프린 Lalo Schifrin

[비장의OST]서든 임펙트(클린트 이스트우드, 1983) 대표 이미지
샌프란시코 강력반 형사 하나가 단골 식당에 들른다. 언제나처럼 커피를 시키며 신문에 정신 팔린 형사. 그 때문에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단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사실 식당은 4인조 무장 강도들에 의해 포위된 상태. 긴장이 최고조에 올랐음에도 신문 삼매경에 빠진 형사는 종업원이 타준 커피를 받아 계산을 치르고 유유히 밖으로 나선다. 한 모금 커피를 맛보고서야 고개를 들고 식당을 쳐다보는 형사. 문에는 어느새 영업종료 간판이 걸려있다. 그가 나가자마자 작업을 개시하는 4인조 강도들. 손님과 주인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는데, 식당 안쪽 문에 형사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우뚝 서 있다. 그의 등장에 깜짝 놀라는 강도들. 그들과 상관없이 형사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10년간 이곳에서 단골로 블랙커피를 마셔왔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너무도 단 커피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우리가 가만있지 않겠다는 형사의 협박에 영문을 모른 채 되묻는 강도들. 분명 그 혼자 서 있는데 ‘우리’라니? 그러자 스미스와 웨슨과 나라고 대답하는 형사. 그의 ‘스미스 앤 웨슨’ 총에서 불꽃이 튄다. 순식간에 쓰러지는 3명의 강도. 그리고 인질을 잡은 한 명의 강도에게 총을 겨누며 AFI에서 선정한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대사 6위에 오른 바로 그 말을 건넨다. “Go ahead, Make my day!” (덤벼봐, 오늘 다 죽었어!)
 “Go ahead, Make my day!”
 “Go ahead, Make my day!”
 
7~80년대 가장 파급적이고 논쟁적인 경찰영화였던 <더티 해리> 시리즈는 그간 도덕 교과서에 나올법한 모범적인 경찰 이미지를 걷어차고 악을 악으로 제압하는 이이제이식의, 다소 불경한 태도를 보이며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 당시 가장 강력한 성능의 매그넘 44를 들고 언제나 인상 쓴 얼굴로 당당하게 등장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렇다고 공권력에 대해 불신하거나 남용하지 않는, 나름의 소신과 임계치를 갖고 있는데, 이는 마치 그가 이전에 연기했던 마카로니 웨스턴 속 ‘반영웅’ 총잡이들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무대만 현재로 바뀌었을 뿐,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세력과 매스미디어의 탐욕 그리고 70년대 당시 인권 신장과 부흥으로 교묘히 법망을 악용해 피해가는 범죄자들과의 싸움은 과거 황무지 속 무법자들과의 결투와 다를 바 없다고 빗대는 듯하다. 히피나 동성애자들에 대한 공정치 못한 시선이나 보수·우경화된 내러티브가 종종 엿보이지만, 그런 동시에 사회적 입지가 약한 히스패닉과 흑인, 여성과 동양인을 각 시리즈마다 파트너로 택할 만큼 공정하고 진보적인 측면도 갖고 있었다. 그중 시리즈 사상 가장 흥행했던 <서든 임팩트>는 여러모로 더티 해리 영화들 중에서 인상적인 특징들을 보이는데, 우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유일하게 직접 감독한 작품이자 영화 내 그의 파트너가 등장하지 않으며, 시리즈의 배경인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 센폴로에서 사건이 전개되고, 유일하게 범인을 처단하지 않고 묵과해주는 파격적인 엔딩을 취하고 있다. 그나마 변함이 없는 게 있다면 시리즈 내내(는 아니다. 3편만 제리 필딩이 맡았다) 음악을 맡아주던 랄로 쉬프린 정도랄까. <미션 임파서블> 테마의 작곡가로 잘 알려진 그는 재즈를 차용한 리드미컬한 악곡으로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를 창출해내 귀를 사로잡았다. 이미 오랜 기간 방영된 TV 형사극 <매닉스>나 피터 예이츠 감독의 <불리트>를 통해 이런 장르에 최적화된 바 있는 그는 <더티 해리> 시리즈에서도 그루브한 리듬에 탁월한 멜로디 감각으로 시니컬한 영화에 더욱 쿨한 감성을 채워 넣는데, 때론 멜랑꼴리한 라운지 음악으로 우수에 젖다가도, 재즈가 가진 즉흥성과 불협화음으로 혼돈의 시대상과 흉포한 야수성을 드러내고,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고유의 테마를 부여하며 최신 유행 스타일과 접목하는 등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물론 1편부터 5편까지 반복되는 더티 해리의 고유 선율은 존재하지만 이에 특별히 집착하기보단 더 확장되고 펑키한 사운드를 덧입히며 멈출 수 없는 폭주 기관차 같은 형사의 단죄와 고독한 질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티 해리>에서 락킹한 일렉 기타와 도시감각 넘치는 재즈로 기본 베이스를 잡았다면 2편 <이것이 법이다>에선 으스스하고 사이키델릭한 여성 보이스를 극대화시켜 역동적이고 폭력적인 색채를 더했다. 3편 <집행자>를 건너뛰고 10년 만에 시리즈에 복귀한 4편 <서든 임팩트>에선 시대적 유행을 받아들여 기본 그루브한 재즈 사운드는 유지한 채 DJ 스크래칭과 무선 경찰 주파수를 믹스시킨 그루브하고 박력 넘치는 메인 테마를 완성해냈다. 이는 당시(1983년) 가장 화두를 이끈 허비 행콕의 ‘Rock it‘을 연상케 만드는 파격적인 힙합 비트로 최첨단 유행을 지나치지 않고 접목시킨 랄로 쉬프린의 노련한 감각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거기에 그루브한 베이스와 열정적인 브라스 섹션이 어우러져 쉽게 잊혀지지 않을 더티 해리만의 세상을 구축했다.

 
물론 메인 테마 외 다른 큐들도 언더스코어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이전의 <더티 해리>와 <이것이 법이다> 때보다 원숙해지고 절정에 오른 쉬프린은 더 크고 풍부해진 스트링 편성에 목관부와 혼의 강조, 그리고 신디와 어쿠스틱 사운드의 결합을 통해 다양하고 깊어진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보다 개인적이고 어두우며 침울해진 영화의 내용처럼 분열적이고 실험적인 큐들도 종종 눈에 띄는데, 트라우마로 가득한 놀이동산을 상징하는 카니발 사운드 (‘Remembering Terror’나 ‘Unicorn’s Head’)의 기괴한 변조와 인용은 여성 유린을 담은 남성 유희에 대한 음악적인 기믹이며, 악당들과 더티 해리와의 최종 대결에서 등장하는 ‘A ray of Light’같은 곡조는 얼핏 그가 주연하고 랄로 쉬프린이 음악을 맡았던 일련 서부극(<일망타진>이나 <조 키드>같은) 사운드를 의도적으로 연상케 한다. 또한 첫 번째 살인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차 안에서 흐른 ‘Muder by the sea’의 초반부나 제니퍼와 저녁 식사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장면에서 흘러나온 ‘You’ve come a long way’의 초반부는 라운지 스타일의 무드 곡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안타깝게도 사운드트랙엔 더티 해리의 주된 테마 선율로 만든 엔딩 크레딧 때 흐른 로베타 플랙의 주제곡 ‘This side of forever’가 실려 있지 않은데, 그 연주 버전인 ‘San Francisco after dark’로 조금은 해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서든 임팩트>는 랄로 쉬프린의 가장 황홀했던 전성기의 마지막에 위치한 작품이다. 이후 그는 브렛 레트너 감독과 <러시아워>를 함께 하기 전까지 주로 TV물이나 마이너급 영화들의 음악을 담당하거나 재즈 콘서트 작업에 매진했다. 점점 거장이 되어간 액션스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달리 인상적인 필모를 쌓지 못한 랄로 쉬프린은 그러나 자신의 레이블을 런칭하며 여전히 현역으로 최일선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비록 상복도 작품복도 유난히 없던 그이지만, 누구나 들으면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전설적인 음악을 만든 그는 누가 뭐래도 이 시대의 진정한 마에스트로 중 하나다. 이견이 많았던 <더티 해리> 시리즈와 달리 전혀 이견 없는 스코어를 완성한 그의 천부적인 재능과 빛나는 노력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랄로 쉬프린의 이 강력하고 매력적인 사운드트랙은 영상도서관(F-0444)에서도 만날 수 있다.

Track list
1. Main Title
2. Murder by the Sea
3. Too Much Sugar  
4. Frisco Night
5. Target Practice
6. The Road to San Paolo
7. Remembering Terror
8. Cocktails of Fire
9. Robbery Suspect
10. Ginley’s Bar
11. Another Victim
12. You’ve Come a Long Way
13. Darkness
14. Crazy
15. Hot Shot Cop
16. Alby and Lester Boy
17. The Automag 
18. Unicorn’s Head
19. A Ray of Light
20. Stairway to Hell
21. San Francisco After Dark (End Titles)
Bonus track:  
22. Main Title (Altern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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