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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주말의명화]헤드헌터

모튼 틸덤, 2011

[신판주말의명화]헤드헌터 대표 이미지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어느 부분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는 사람들이야 다 알겠지만 어쨌든 대중으로부터는 숨겨져 있는 노르웨이산 꿀잼 스릴러라고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록스타인 동시에 경제학자이고 노르웨이의 국민작가라는 칭호까지 쟁취한 원작자 요 네스뵈의 이름부터 거론하는 것이 좋을까. 혹은 이 영화의 감독이 <이미테이션 게임>의 모튼 틸덤이고 현재 할리우드에서 무려 6편의 영화를 기획하고 있는 데다 그중 하나는 크리스 프랫과 제니퍼 로렌스 그리고 로렌스 피쉬번이 등장하는 SF 기대작 <패신저스>라고 작품 자체와는 별 상관없는 미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액셀 핸니
액셀 핸니

어쨌든 <헤드헌터>는 유럽 영화광이 아니고서는 다소 낯선 배우들이 등장하며 노르웨이어로 만들어진 2011년 영화다. 미드 <왕좌의 게임>의 시청자라면 자이메 라니스터 역을 맡은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의 얼굴을 반가워할 텐데, 이 배우는 나에게 무슨 이유인지 워킹 타이틀표 로맨스 <윔블던>에서 주인공 폴 베타니의 절친 테니스 선수로 등장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주인공은 이 영화 이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어 <마션>에도 출연하는 액셀 헨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 남자는 그리 잘생기지도 않았고, 170cm가 되지 않는 단신임을 고백하며 등장한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다면 젊은 시절의 스티브 부세미가 했을 법한 역할이다. 그렇게 ‘보잘것없는 외모’의 주인공 로저 브라운은 주로 기업의 CEO들을 소개하는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다. 이 정도면 커미션만 받아도 꽤나 잘 먹고 잘살 텐데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초호화판의 생활을 한다. 금발의 아름다운 8등신 아내에게 미술관을 차려주고, 럭셔리한 전원주택에서 산다. 이런 종류의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여러 여자들과 바람도 피운다. 당연히 회사 월급으로 지탱하기는 힘들어 부업을 하는데 그 부업이라는 것이 바로 고가의 미술품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 고백하자면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미술품 절도’라는 아이템 때문이었다. 관련된 시나리오를 써 보려고 이런저런 레퍼런스를 찾다가 발견한 영화다. 로저 브라운이 미술품을 훔치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주로 간부급 이상의 인력이나 고급 기술자를 기업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관계로 부유한 사람들과 면접할 기회가 많다. 이때 중간중간 슬쩍 필요한 부분을 묻는다. 취미는 무엇인가. 집에서 강아지는 키우는가, 미술에 관심이 있는가. 그렇다면 어떤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가. 물론 상대가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똥철학으로 바르는 것은 기본. 그리고 기업과의 미팅을 잡으며 언제 집을 비우는가 하는 스케줄까지 확보하고 나면 그다음은 액션이다. 훔칠 그림의 복사본을 만든다. 그것을 가지고 지문과 각종 모발류가 남지 않도록 꼭꼭 감싼 채 그 집에 침입해 그림을 바꿔치기하면 되는 일이다. 부유층의 집들이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는데 쉽게 침입할 수 있는 이유는 공범이 사설 보안업체 직원이기 때문. 어쨌든 영화의 시작 부분은 줄리안 오피나 뭉크 등 유명 작가들의 그림이 도난당하며 생기는 해당 업계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펼쳐질 기세였는데, 이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아내의 소개로 만난 어느 GPS 전문가가 루벤스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훔치게 된다. 그런데 그 남자의 집에서 아내의 휴대전화가 발견된다. 아내가 이 남자와 불륜 관계였던 것이다. 충격을 받아 집으로 돌아와 보니 공범이 자신을 찾아와 차 안에서 죽어 있다. 이런 난처한 상황에 빠진 로저 브라운은 일단 공범의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강에 버리는데, 독침에 찔렸던 공범이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발견한다. 일단 구해내 그의 집으로 옮기고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를 맞춰보던 중 공범과 싸우게 되고 우발적으로 그를 죽이고 만다. 그 와중에 이미 이런 진창에 빠져 있는 주인공을 뒤쫓는 남자가 있다. 
 
미술품 절도
미술품 절도

이쯤에서 영화의 제목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 ‘헤드헌터’는 원래 ‘인간 사냥꾼’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현대 기업문화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고급 인력 소개업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 제목은 단수인 ‘헤드헌터’로 돼 있으나 영문 제목을 자세히 보면 ‘Headhunters’다. 주인공의 직업인 헤드헌터, 그리고 그런 그를 쫓는 인간 사냥꾼의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범죄자이며 사생활이 구려 자력 구제만을 해야 하는 한 남자가 무자비한 인간 사냥꾼에게 쫓기는 주인공 개고생물로 전환된다. 인간이 용광로 다음 정도로 들어가기 싫어하는 어떤 무더기에 머리통까지 잠기는 경험, 총알을 피해 다니거나 하는 것은 예사, 주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건 물론이며 경찰에 체포되기도 하고 교통사고로 혼자 살아남기도 하는 등 온갖 파란만장한 개고생들이 반전에 반전을 이으며 영화는 진행된다. 

우리는 주인공이 무지막지한 싸이코 킬러에게 추격당하며 벌어지는 각종 개고생을 담은 너무나 훌륭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떠오르는 플롯인데, 이 영화는 적어도 스토리라인에 있어서만큼은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자신을 둘러싼 음모가 대충 어떻게 구성됐는지 알게 된 주인공 로저 브라운은 살아남기 위한 작전을 세운다. 처음엔 단순히 이 상황으로부터 빠져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역전시키겠다는 원대한 포부로 이어진다. 이 코너는 영화를 리뷰한다기보다는 해당 영화를 안 보신 분들에게 영화를 소개해 결국 보게끔 만드는 사탕발림이 목적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스포일러를 배제하고 이야기하자면 로저가 자신을 구해내고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작전들은 영화 속에서 그가 겪었던 개고생들을 응용하거나 그 상황 속에서 발견된 단서를 이용해 뒤집거나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탄성이 나오는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장면들이 줄지어 나오지만 영화 속 게임의 법칙에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플롯 구성으로 개연성을 극복하는’ 전형적인 예로 이 영화를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헤드헌터 Hodejegerne」
「헤드헌터 Hodejegerne」

누군가 요 네스뵈의 어마어마한 스토리텔링을 손에 쥐여주며 영화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라고 물었을 때 쉽게 예스라고 대답하는 감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원작의 묘사 자체가 워낙에 비주얼 플랜을 어렵지 않게 짤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은 있지만 그 복잡하고 설명이 많이 필요한 플롯을 어떻게 두 시간 안팎으로 구성할 것인가의 숙제는 마치 초등학생에게 주어진 미적분 문제와도 같은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 영리한 감독 모튼 틸덤은 자신이 원작자라도 된 양 능란하게 처리했다. 

이렇게 써 놓으면 마치 모든 관객들에게 통할만 한 영화처럼 보이는데 왜 개봉을 안 하고 IPTV로 직행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분명한 부분은 상당히 불쾌한 장면들이 많고, 윤리적인 문제도 많은 영화라는 점.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는 변태 같은 발언으로 칼럼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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