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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주말의명화]아메리칸 드림 인 차이나

진가신, 2013

[신판주말의명화]아메리칸 드림 인 차이나 대표 이미지

미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미국만 가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환상은 맹목적인 열기를 낳았다. 너도나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그 시절. 진가신 감독이 연출한 <아메리칸 드림 인 차이나>는 80년대 중국의 경제 개혁기, 아메리칸 드림에 젖어있던 세 청년이 어떻게 그들이 열망하던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에서 빠져나오게 되고 지금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지 20년의 세월을 되짚으며 따라가는 성장스토리다.

80년대 캠퍼스. 입학하는 날부터 쳉(왕효명)은 왕(통따웨이), 맹(덩차오)과 우연히 ‘엮이게’되고 그렇게 절친히 된다. 가난한 지방에서 삼수 끝에 어렵사리 대학에 온 쳉은 미국 여자와의 섹스가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이라 여기며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왕이 신기하고, 유학파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둔 맹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어쨌든 같은 캠퍼스 안에서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기회의 땅인 미국에 가는 것이다. 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별다른 규칙도 없이 퇴짜를 놓는 미국 비자 심사관의 눈에 들기 위해 갖은 방법을 강구하는데 그들의 20대를, 대학 시절을 아낌없이 바친다. 바야흐로 중국은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고, 젊은이들은 그 변화의 가치를 직접 몸으로 습득하고 있던 때였다. 맹은 “우리가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이 우리를 바꿀 거야”라고 말하며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나라’는 바로 자신의 고국이 아닌 미국이라고 확신한다. 

진가신 감독은 그렇게 미국행에 목을 맨 세 친구 중 맹 만을 미국으로 보내준다. 쳉은 번번이 비자 심사에서 탈락해 좌절하고, 왕은 여자친구가 중국에 남길 원해 미국행을 자진 포기한다. 맹에 대한 부러움을 접고 쳉은 교편을 잡지만 대학등록금으로 어머니가 진 빚을 갚으려 아르바이트로 불법 과외를 하다가 적발돼 교사직 파면을 당한다. 그즈음 왕은 여자친구에게 버림받고 홀로 남겨진다. 이렇게 친구들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동안, 셋 중 유일하게 미국행에 ‘성공’한 맹의 미국생활도 바라던 생활이 아니었다. 전공을 살려 그럴듯한 일을 하는 건 불가능인 데다 식당에서 고된 노동만이 그를 기다린다. 채광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살며, 세탁소에서 노동으로 지쳐가던 맹의 아내는 급기야 “우리 도대체 이 나라에 왜 온 걸까”라며 절규한다. 맹과 그의 아내가 맛 본 좌절과 패배의 시간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지만 실패한 수많은 이들의 얼굴이 겹쳐진다. 홍콩 반환기, 기회를 찾아 본토에서 홍콩으로 미국으로 가 힘들게 적응해야 했던 <첨밀밀>의 소군과 이요의 초상도 다르지 않았다. 
 
아메리칸 드림 인 차이나

세 친구가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장소로 진가신 감독은 이제 미국이라는 해외가 아닌 중국 내부로 눈길을 돌린다. 쳉은 돈을 벌기 위해 토플 강습을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잘돼서 왕에게도 같이 할 것을 제안한다. 미국 생활에 실패한 맹 역시 중국에 돌아와 챙의 학원사업에 함께 참여하게 되고 점점 사업이 커진다. 80년대 미국을 못 가 안달하던 세 친구가 모두 중국 학생을 미국으로 보내는 유학원 ‘뉴드림’의 운영으로 성공한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은 이제 그들이 거닐던 80년대의 낙후된 캠퍼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90년대 초가 되면서 중국은 고도성장하였으며, 비록 불발됐지만 북경올림픽 유치를 시도하는 등 국제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해 한창 달리던 때였다. ‘하루 종일 있어도 치킨 한 조각만 시켜도 뭐라 하지 않는’ 미국 체인 패스트푸드점 KFC는 이제 미국이 아닌 북경에서도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흔한 장소가 되었다. 그 급격한 변화의 시대가 불과 10년 만에 도래한 것이다. 

쳉에게 미국행은 씁쓸한 기억이었다. 비자심사에 실패해 좌절감을 맛봐야 했던 자신과 달리 비자를 받은 여자 친구만 미국에 가게 되고 결국 환경의 차이로 헤어진 젊은 날의 실패한 연애담과도 얽혀있었다. 그런 그가 비자를 받게 되는 건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다. 바로 뉴드림이 EES의 기출문제를 도용했다는 혐의로 미국 영어 평가 EES 시스템 저작권 침해 소송 건에 휘말려서였다. 소송을 위해 미국에 간 쳉과 친구들은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중국인에 대한 선입견에 맞선다. EES 사의 변호사들과 동석한 자리에서 세 친구는 미국인의 눈에 비친 ‘컨닝을 일삼고’ ‘이민 오고 싶어 안달하는’ 중국인의 모습은 80년대 아메리칸 드림으로 점철된 과거일 뿐, 더 이상 현재는 아님을 알려준다. EES사에 맞선 뉴드림의 일방적 승리를 보여주는 이 장면의 연출은 다소 과장되어 있지만, 실패도 좌절도 기회도 승리도 이제는 미국이 아닌 중국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치다. 맹목적인 아메리칸 드림 이후 실패한 그들이 실패를 딛고 지금의 중국에서 ‘차이니즈 드림’을 키워나가는 세 친구의 모습은 중국인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신동방학원의 위민홍
신동방학원의 위민홍

진가신 감독의 작품으로 볼 때 <아메리칸 드림 인 차이나>는 <퍼햅스 러브>(2005) 이후 <명장>(2007) <무협>(2011)과 같이 주로 스케일이 큰 대작 위주로 연출에서 벗어나 오랜만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세 친구가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서의 갈등을 그린 후반부보다는 역시 전반부 연출이 진가신 감독 특유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맛보게 해주는 장면이다. 특히 최근 중국 대중영화에서 각광받는 소재인 80년대 복고 콘텐츠의 정서가 세 친구의 젊은 시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지방에서 올라온 어리숙한 쳉이 캠퍼스에서 가장 예쁜 수메이를 향해 구애하는 장면의 멜로 연출이나, 비자를 받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고군분투하는 청춘드라마의 풋풋함이 잘 연출되어 있다. 영화 속 쳉의 모델이자 진가신 감독이 모티브로 삼은 이야기는 중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중국 최대의 사교육업체 신동방(新東方)의 창업자 ‘위민홍’의 스토리다. 1993년 31살에 북경에 신동방학원을 설립한 그는 44살에 자신의 사업체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키며 승승장구해 온 기업가다. 또래 친구들이 모두 미국으로 갈 때 국내에서만 공부해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변화하는 시대, 중국인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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