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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주말의명화]컬러풀 웨딩즈

필립 드 쇼브홍, 2014

[신판주말의명화]컬러풀 웨딩즈 대표 이미지

경북 청도의 보수적인 혈통의 가장이 연쇄적으로 일본인, 중국인, 캄보디아인, 그리고 아프리카인 사위를 맞이한다면? 옛날 같았으면 이건 비현실적인 코미디의 소재였을 뿐이겠지만, 21세기 한국은 다르다. 다문화 사회, 다인종 사회로 변화한 지 오래됐다. 국제결혼은 특히 도시 지역이 아닌 곳에서 더욱 흔한 일이다. 어느 읍내나 시내에 나가도 아시아 식재료 전문 상점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프랑스 영화 <컬러풀 웨딩즈>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야기처럼 보인다. 

<컬러풀 웨딩즈>는 2014년 프랑스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다. 프랑스의 자국 영화 산업의 규모는 한국과 비슷하다. 말하자면 ‘프랑스 천만 영화’와 ‘한국 천만 영화’는 비슷한 수준의 히트라는 이야기다. 이렇게도 엄청난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바로 ‘연쇄 국제결혼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어 제목은 ‘Serial Bad Weddings’. 연쇄 나쁜 결혼 사건? 도대체 어떤 결혼이 나쁜 결혼일까. 

프랑스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주인공 클로드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부유하게 살아온 노인이다. 아내와 사이좋게 대저택에 살며 딸들은 장성해 결혼을 할 나이가 됐다. 이제 완벽한 여생을 살 준비가 갖춰진 것 같은데,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 첫 딸이 데려온 예비 사위가 아랍인이다. 변호사라는 반듯한 직업을 지니고 있지만 무슬림이라니,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자식 이길 부모 없다고 결국 결혼을 허락하게 된다. 첫 딸이 결혼하는 것을 보고 둘째 딸도 이제 앞차가 빠졌으니 뒤 차가 나갈 차례라고 사윗감을 데려오는데 이번엔 유대인이다. 첫째 사위는 아랍인, 둘째 사위는 유대인이라니. 이게 무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도 아니고, 또다시 머리를 싸매고 드러누울 일이 생기지만 결혼하겠다는 딸을 말릴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셋째 딸은 중국인 사윗감을 데려온다. 앞서 아랍인과 유대인 사위를 본바, 이제는 충격이 좀 덜한 것도 같지만 여전히 달갑지는 않다. 영화는 여기까지를 일사천리로 보여주고 비로소 제목을 띄운다. 
 
세 명의 사위
세 명의 사위

결혼은 시켰지만, 외국인 사위를 둔다는 건 그냥 피부색과 억양이 다른 가족이 생긴다는 것으로 멈추는 일이 아니다. 외국인 사위들은 자신들의 문화대로 2세를 양육한다. 특히 유대인은 ‘할례’라는 이름의 의식을 한다. 우리에게는 포경수술로 잘 알려진 바로 그 시술이다. 남자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포피를 제거하는데, 프랑스인들에게는 너무나 끔찍하고 생경한 일이다. 더구나 이 유대인 사위는 소중하게 간직해줬으면 한다면서 장인 장모에게 선물하는데, 그것은 바로 갓 절제한 손주의 ‘포피’다. 울며 겨자 먹기로 손주의 포피를 받은 클로드 부부는 그것을 직접 정원에 묻게 되는데, 짐작하다시피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중국인 세 번째 사위까지 진용을 갖춘 이 가족들은 모이기만 하면 사위들 간의 국제적 분쟁이 일어난다. 아랍인 첫째 사위와 유대인 둘째 사위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댄다. 인종 갈등의 현장이다. 중국인 사위는 이 모습을 소 닭 보듯 하며 무관심한 듯하다가도 깐족대기만 한다. 도무지 뭉칠 길이 없어 보이는 이 세 명의 사위는 넷째 딸의 결혼 소식을 듣고는 하나로 뭉치게 된다. 
 
알제리 출신의 네 번째 사위
알제리 출신의 네 번째 사위

넷째 딸이 알제리 출신의 아프리카인 사윗감을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인은 전통적으로 강한 남성성을 지니고 있다는 인종적 편견. 자신들이 아프리카인 넷째 사위와 ‘비교를 당할’ 것을 두려워한 세 명의 사위들은 넷째 딸의 결혼을 방해하는 작전에 돌입한다. ‘아프리카인들은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인종적 편견으로 접근한 그들은 결국 넷째 딸의 애인이 다른 여성과 호텔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제보한다. 그러나 넷째 딸은 버럭 화를 낼 뿐이다. 프랑스를 방문한 아프리카인 사윗감의 친여동생이었던 것이다. 이런 어이없는 뒷조사를 한 것에 넷째는 언니들에게 화를 내고, 언니들은 넷째가 무사히 결혼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그러나 산 넘어 산, 알제리 출신의 사윗감의 아버지, 사돈 감은 알제리 식민 시대를 기억하며 프랑스에 깊은 반감을 지닌 인물이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독립투사 가문의 자제가 일본 전범의 자제와 만나는 형국이랄까. 화상 채팅을 통해 결혼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사돈 감과 나누는 대화는 거의 온라인 전쟁이다. 사돈 감은 무조건 예식을 알제리식으로 할 것을 주장하고 하객도 수백 명을 데리고 가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과연 이 결혼은 제대로 될 것인가. 그래서 ‘베네통 광고’처럼 모든 인종들이 어우러지는 하나의 가족이 만들어질 것인가. 
 
크리스티앙 클라비에: <비지터>의 작꾸이(좌)와 <아스테릭스>의 아스테릭스
크리스티앙 클라비에: <비지터>의 작꾸이(좌)와 <아스테릭스>의 아스테릭스

<컬러풀 웨딩즈>은 배우들의 능력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영화를 이끌고 있는 가장 끌로드 역의 배우는 크리스티앙 클라비에다. 이 배우가 출연한 유명한 작품으로는 <비지터>가 있다. 중세 기사 장 르노가 20세기의 프랑스로 떨어져 벌이는 해프닝들을 다룬 바로 그 영화다. 크리스티앙 클라비에는 장 르노의 하인인 작꾸이 역을 맡았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각본까지 맡은 바 있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인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로 <아스테릭스>다. 이 히트 시리즈에서 주인공 ‘아스테릭스’ 역을 맡기도 했다. 

<컬러풀 웨딩즈>는 인종차별이라는 매우 민감하고 피곤한 이야기를 너무나 밝고 화사하게 풀어낸다. 인종 간 갈등의 근원을 찾는 구도적인 시선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어쨌든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게 되는 다른 인종들의 이야기’를 해맑게 풀어냈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은 한국의 현실에 대입하는 것이다. 도입부에 그런 이야기를 했다. 경북 청도의 한 부자가 연쇄적으로 외국인 사위를 맞이한다. 머릿속에 ‘비정상 회담’이 그려지며 즐거운 관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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