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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주말의명화]본 토마호크

S.크레이그 찰러, 2015

[신판주말의명화]본 토마호크 대표 이미지

<본 토마호크>라는 영화가 재미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호러영화, 고어를 좋아하는 지인들이었다. 그런데 서부극이었다. 서부에서 식인 부족을 만난다는 이야기. 이상하지는 않다. 공포영화 장르에서, 외딴곳에 사는 식인종이나 괴물을 만나는 것은 익숙한 관습이다. 토비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1974)과 웨스 크레이븐의 <공포의 휴가길 The Hills Have Eyes>(1977)부터 롭 슈미트의 <데드 캠프 Wrong Turn>(2003)로 이어지는 살인마 계보도 있고, 루게르 데오다트의 <카니발 홀로코스트>(1991)처럼 오지의 야만인을 찾아가는 유형도 있다. <카니발 홀로코스트>를 리메이크한 일라이 로스의 <그린 인페르노>(2013)는 한창 개발이 되고 있는 아마존에 살고 있는 식인 부족의 기괴한 풍습을 전시한다.
 
본 토마호크

<본 토마호크>는 공포영화의 관습을 투영시킨 서부극이다. 서부 개척시대, 시골 마을인 브라이트 호프에서 사람들이 납치된다. 의사인 사만사와 보안관 조수. 보안관인 헌트는 그들을 구출하기 위한 팀을 꾸린다. 나이 든 보안관 조수인 치코리, 사만사의 남편인 아서, 한때 사만사를 짝사랑했고 사격술이 뛰어난 브루더. 겨우 네 명이다. 하지만 식인 부족도 인원이 많지 않다. 황무지에서 살아가는 식인 부족은 겨우 종족을 보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원주민들에게는 끔찍한 적일 수밖에 없고, 식인만으로 살아가기에 식량도 부족하다. 

심심할 수밖에 없다. 단 네 명이 나섰는데, 아서는 지붕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상태다. 하나는 노인이고, 하나는 거동이 불편하고,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둘뿐이다. 적들도 계속 나오는 게 아니다. 부족이 살고 있는 영역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별다른 사건도 없다. 좀도둑들이 나타나 말을 훔쳐가려는 정도. 너른 서부를 달려가니 마주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중에 들러 작은 에피소드를 보여줄 마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네 명의 소소한 갈등이 벌어질 뿐이다.

시나리오 작가이며 촬영도 했던 S. 크레이그 찰러는 <본 토마호크>가 연출 데뷔작이다. 러닝타임도 짧지 않다. 무려 2시간 12분이다. 그런데도 크게 지루하지 않고, 적절한 긴장을 유지한다. 인물의 개성이 뚜렷하고, 갈등의 지점도 날이 서 있다. 커트 러셀이 연기하는 헌트는 거의 도인 같은 풍모를 보여준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모든 것을 헤아리며 해결책을 찾는다. 누구에게도 굽히거나 아부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치코리는 말이 많다. 생각도 많고, 말도 많고, 겁도 많지만 선을 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한다. 그가 해야 할 일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아서는 사만사를 사랑한다. 하지만 다리가 부러진 상태다. 소를 몰고 먼 길을 오고 가는 카우보이인 아서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직 사만사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성격이 급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할 줄 아는 남자다. 브루더는 수염을 멋지게 기른 신사다. 수백 명의 원주민을 죽였다고 말하는 남자. 하지만 그 사실이 결코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이어 말한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순진하지만 다혈질인 아서와 자주 충돌하지만 팀으로서의 그들은 잘 어울린다. 크레이그 찰러는 헌트, 치코리, 아서, 브루더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작은 긴장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
 
본 토마호크

<본 토마호크>는 결코 과장하거나 대단한 스펙터클로 눈길을 끌려 하지 않는다. 고어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은 분명히 있다. 머리 가죽을 벗기고, 몸을 둘로 갈라내고, 팔다리가 잘리는 장면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한다. 사람이 죽는 것도 별 게 아니다. 이곳은 공정한 결투가 벌어지는 공간이 아니다. 부족은 식량을 얻기 위해 사냥을 하는 것이고, 헌트와 동료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어쩔 수 없이 서로 죽여야만 한다. 대단한 일도 아니고, 심각하게 고민할 일도 아니다. 그런 고어 장면들이기에 오히려 눈에 확 들어온다. 일라이 로스가 <그린 인페르노>에서 의도적으로 식인의 풍경을 전시했던 것과는 반대다.

이곳에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식인 부족은 단지 먹는 것만이 아니라 여성을 대하는 야만의 풍습 등 모든 면에서 끔찍하다. 그들에게 소위 ‘인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남고, 종족을 유지하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존재 이유다. 그런데 인간은 어떨까? 소위 ‘인간성’을 갖고 있는 인간은 과연 그들과 다를까? <본 토마호크>의 첫 장면은 무법자들이 야영을 하는 사람들의 목을 베는 장면이다. 지나가는 이들을 모두 죽이고, 그들의 돈과 소지품을 가로챈다. 그런 살인자들이 도망을 치다가 식인 부족의 신성한 표식을 건드리고, 하필 살아남은 이가 브라이트 호프로 들어오게 된다. 그들을 쫓아온 부족들에게 함께 있던 의사도 납치되고. 식인 부족의 행태는 아주 끔찍하지만, 가장 야만적인 행태로 드러난다는 것 이외에는 문명인들의 행태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본 토마호크>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헌트 역의 커트 러셀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배우다. 존 카펜터의 <뉴욕 탈출>(1981), <괴물>(1982), <빅 트러블>(1986)의 커트 러셀은 최고였다. 싸구려 장르영화의 주인공으로 딱 어울리는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커트 러셀은 품위가 있었고, 과장되지 않았다. 그런 커트 러셀의 캐릭터를 가장 잘 이해한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였다. 그리고 <데쓰 프루프>와 <헤이트풀8>에서의 커트 러셀은 다시 한 번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본 토마호크>는 저예산 장르영화의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자신만의 개성과 호흡으로 긴장을 유지하는 수작이다. 서부극으로서도, 공포영화로서도 애매하지만 둘을 적절하게 결합시켜 보기에 좋은, 순간 짜릿하기도 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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