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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상상극장]무덤에서 나온 신랑

이용민, 1963

[시나리오상상극장]무덤에서 나온 신랑 대표 이미지

대부분 영화팬들은 이용민을 60년대 한국 호러영화의 대표작인 <살인마>의 감독으로 기억할 텐데, 그는 이 작품 이외에도 <악의 꽃> <목 없는 미녀> <공포의 이중인간>과 같은 구미 당기는 제목의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다. 김일안이 원안을 쓴 <무덤에서 나온 신랑>은 63년 작인데, 포스터와 캐스팅만 봐도 알겠지만 코미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시작하자마자 타이틀롤이 나온다. 혁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무덤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다. 길가에 쓰러진 그는 지나가던 택시에 올라타고 부상을 당했다며 집으로 데려달라고 한다. 집에 도착한 그는 돈을 주겠다며 기사에게 따라오라고 하지만 겁에 질린 기사는 달아나고 만다.

이 정도면 혁이 정말 귀신이긴 한 건가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귀신 맞나 보다. 그러니까 귀신이 택시 타고 집에 찾아오는 영화다. 택시에 탄 귀신 이야기는 역사가 꽤 긴 편이니 이는 호러가 될 수도 있고 코미디가 될 수도 있다. <살인마>의 도입부를 생각해보면 둘 다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 날은 당연히 혁의 제삿날로, 그의 친구 맹갑과 삼룡이 제상 앞에 앉아 있다. 혁은 자기가 귀신과 결혼해서 신혼 첫날에 이 꼴이 되었으니 오대산 백년골이란 곳에 가서 원수도 갚고 저승길에 갈 때 꼭 필요하니 거기 있는 자기 양복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맹갑과 삼룡이 가는 백년골이란 곳은 ‘삼칠 기도를 드리면 병 가진 사람이 완쾌해서 백 년을 산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 좋은 곳인 거 같은데 그곳까지 가는 길은 호러 경험의 연속이다. 무시무시한 할머니가 나타나기도 하고 선경이란 여자가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다가 달걀귀신과 만나기도 한다. 단지 시나리오에 그냥 ‘달걀귀신’이라고 나와 있는 것이 진짜로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 선경이란 여자가 목욕하는 걸 훔쳐봤는데 선경이 갑자기 달걀귀신이 되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훔쳐보고 있는 맹갑 앞에 갑자기 달걀귀신이 나타났단 말인가. 계속 읽다 보면 후자인 것 같지만.
 
무덤에서 나온 신랑

둘은 탈박노인이 살고 있는 폐옥에 도착한다. 그들은 자기가 왜 여기에 왔는지 이야기하고 노인은 원수를 갚을 생각이냐고 묻는다. 그냥 사연을 듣고 원혼을 위로할 생각이라고 하자 노인은 그들에게 방을 내어준다. 단지 조건이 있다. 이 마을에서는 사람이 죽어도 다시 살아날까 봐 한 달 스무날 동안은 장사를 지내지 않는데, 마침 한 달 스무날이 된 시체가 들어 있는 관이 두 개 있으니 두 사람이 차례대로 다녀와 못을 박으라는 것이다. 삼룡은 허겁지겁 임무를 완수하지만 겁에 질린 맹갑은 온갖 소동을 연출한다. 

임무를 마친 둘은 오월이라는 여자가 약사대전에 들어가는 걸 목격한다. 몰래 훔쳐보니 오월과 탈박노인은 고양이에게 약을 먹여 독살하고 있다. 이 묘사를 보면 걱정이 된다. 당시 충무로 사람들이 고양이를 얼마나 험악하게 다루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살인마>에도 수상쩍은 장면이 하나 있다.

엿보다 들킨 둘은 화살을 쏘며 쫓아오는 탈박노인을 피해 달아나지만 결국 잡히고 만다. 이제 그들은 억지로 마을에 머물며 삼칠기도를 드려야 한다. 노인은 계속 약초를 기르며 무슨 실험을 계속하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아까 잠시 등장한 선경이라는 여자가 그 노인의 딸이고, 노인은 딸의 치료법을 찾고 있는 듯하다.

삼룡은 선경이 혁의 신부라고 확신하고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지만 선경은 오히려 결혼해달라며 삼룡을 유혹한다. 그러는 동안 맹갑은 오월이와 엮인다. 그 뒤로 사람인지 귀신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들과 벌이는 소동들이 이어진다. 이 장면들을 보다 꼼꼼하게 묘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유감스럽게도 내가 갖고 있는 시나리오의 지문은 빈약하기 짝이 없으며 몇몇 장면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아마 내가 이렇게 탈락시킨 장면들이 진짜로 괜찮았을 가능성이 높다.

결말에 가서야 진상이 밝혀진다. 알고 봤더니 선경은 몽유병 환자였고 탈박노인은 지금까지 그 병을 치료하려고 연구 중이었다. 혁은 선경이 몽유병에 걸려 떠도는 선경을 보고 놀라 죽었던 것이고. 다행히도 선경은 치료가 되었고 삼룡은 선경의, 맹갑은 오월이의 짝이 된다. 합동결혼식을 올리겠다며 호들갑 떠는 결말은 발랄하기 그지없는데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저승에 입고 갈 양복을 가져오길 기다리고 있는 혁의 귀신을 기억하는 것 같지 않아 조금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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