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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구술로 만나는 영화인] 김영호 - 촬영감독
최근 화제를 모은 <퀵>(2011, 조범구)에서 시속 300km의 초고속 스피드를 내는 오토바이 라이딩 장면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김영호 촬영감독이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도기캠 스패로 200(Doggiecam Sparrow 200)이라는 장비 덕분이었다. <아일랜드 The Island>(2005), <트랜스포머 Transformers> 시리즈(2007~2011) 등에서 마이클 베이(Michael Bay) 감독이 사용했다는 이 장비는 2km 떨어진 곳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리모트 컨트롤 촬영 장비로, 카메라를 장착한 차량과 도기캠 컨트롤 장비가 실린 차량이 시속 170km 이상의 속도로 동시에 주행하면서 촬영이 가능해, 여기에 다양한 구도와 촬영기술, 그리고 CG(Computer Graphics)를 더해 시속 300km의 놀라운 속도감을 연출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영화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위해 김영호 촬영감독이 할리우드의 최신 촬영 장비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슈퍼스타 감사용>(2004, 김종현) 촬영 당시 국내 최초로 도기캠 촬영 장비를 바디 마운트(body mount)와 함께 들여와 패전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이범수 분)의 심리적 압박감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한 바 있으며, 이후 이를 본떠 자신의 촬영부원들과 함께 한국식 도기캠을 개발해 <안녕, 형아>(2005, 임태형), <중천>(2006, 조동오), <마이 뉴 파트너>(2007, 김종현) 등에서 즐겨 사용했다. 또한 <펀치 레이디>(2007, 강효진)에서는 Z캠(ZCam)이라는 장비를 역시 국내 최초로 도입해 독특하고 강렬한 카메라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Z캠은 Z축 모양의 크레인 장치로, 수직으로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트랙 위에서 달리(dolly)로 이동이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이종격투기 경기 장면에서 관객의 감정이입을 극대화시키고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시각적 쾌감까지 제공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유령>(1999, 민병천), <무사>(2000, 김성수) 등에서 B카메라를 맡기도 했던 그는 눈앞에 있던 촬영감독으로의 데뷔 기회를 뒤로 미룬 채 늦은 나이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San Francisco Academy of Art University)로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그의 유학 결정은 자칫 무모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바로 그 과감한 결단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밑거름이 되었다. 할리우드의 최신 촬영 장비 도입은 물론, 선진 촬영기술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유학시절 잠깐 귀국해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2, 유하)로 촬영감독으로 데뷔했고, 졸업 후 <맹부삼천지교>(2004, 김지영), <슈퍼스타 감사용>, <안녕, 형아> 등을 촬영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촬영 노하우를 쌓아나가던 그는 2006년 조동오 감독의 <중천>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 환생을 기다리는 영혼들이 49일 동안 머문다는 ‘중천(中天)’을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이 영화는 국내 최초로 사용된 디지털 액터(actor)를 비롯한 CG의 향연이었는데,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이른바 CG와 후반작업에서의 색보정(DI: Digital Intermidiate) 등을 염두에 둔 촬영에 있어 단연 선두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의 CG를 사용하는 장면에 대한 촬영 노하우는 <해운대>(2009, 윤제균)에서 크게 빛을 발했다. 특히 이 영화는 엄청난 높이의 빌딩이나 광안대교, 넓은 백사장이 화면의 일부일 정도로 CG를 사용해야 할 화면과 공간의 크기가 기존 영화와 달리 엄청나게 커 어려움이 많았는데, 광량이나 조명, 색감 등에 훨씬 더 섬세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작업한 끝에 CG를 위한 최적의 영상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결혼은, 미친 짓이다>, <바람 피기 좋은 날>(2007, 장문일), <하모니>(2009, 강대규) 같은 멜로드라마를 촬영하기도 했던 그는 쓰나미가 발생하기 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 훈훈한 웃음을 안겨준 것은 물론, 쓰나미가 들이닥친 후의 긴박한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비롯된 진한 감동까지 놓치지 않고 모두 영상으로 담아내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매료시켰고, 이 영화로 제2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촬영상을 수상하는 영예까지 얻었다.
/ 글: 안재석(한국영상자료원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