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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구술로 만나는 영화인] 김수철 -음악
김수철(1957~ )은 잘 알려져 있듯 198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이자 작곡가였다. 1978년 그룹사운드 ‘작은거인’으로 전국대학축제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두 장의 그룹 음반을 발표하며 록 음악을 들려주었던 그는 솔로 가수로서 <못다 핀 꽃 한 송이>(1983), <젊은 그대>(1984) 등을 발표하며 인기를 구가했다. 그렇지만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해 의미 있는 실험은 영화음악을 통해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 재학시절부터 영화모임 활동을 통해 그는 이미 영화음악과 한국 전통음악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대중 가수로 활동하였을 때에도 이른바 ‘국악가요’ 창작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예비하고 있었다.
그가 영화음악가로서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배창호 감독의 로드무비이자 청춘영화로 그가 출연하기도 했던 <고래사냥>(1984)을 통해서였다. 이후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 이른바 ‘코리안 뉴웨이브’를 주도했던 감독들의 주요 영화들, 예를 들어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1988)와 <그들도 우리처럼>(1990), 이명세 감독의 <개그맨>(1988), 장길수 감독의 <은마는 오지 않는다>(1991)와 <웨스턴 에비뉴>(1993),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 길>(1991) 등을 통해 영화음악가로서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의 영화음악은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 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 이른다. <칠수와 만수> 사운드트랙 음반은 주로 노래 스타일의 곡과 이를 변주한 버전을 위주로 실은, 다소 평이한 편곡이라고 평가받기도 했지만, ‘무엇이 변했나’에는 당시 가요에는 부재하던 랩을 삽입하는 특이한 시도도 담겨 있다. <두 여자의 집>(1987, 곽지균)의 경우 메인 테마가 어두우면서도 화려한 현악 연주로 편성되었다면, 러브 테마는 김수철 특유의 발라드적인 선율을 왈츠풍 현악에 담아내며 대조적인 구성을 들려준다. 한편 그의 주제가 중에는 유쾌하고 심플한(동요적이기까지 한) 노래가 인기를 얻기도 했다. <고래사냥>에도 삽입된 ‘나도야 간다’나,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1990)의 주제곡 ‘치키치키챠카챠카’,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1993, 김유진)의 대다수 곡들처럼.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손꼽을 수 있는 김수철의 의미는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접목하여 탁월한 음악적 성취를 이룬 (거의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 있다. 무용음악, 뮤지컬음악을 아울렀을 뿐 아니라, 장대한 규모의 국제적인 행사음악을 통해서도 그의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가 발표한 국악 음반이 소량밖에 판매되지 않아 전부 폐기해야 했으면서도 전통음악을 현대화하는 작업에 계속 몰두했다.
그런 점에서 김수철 본인의 음악적 지향과 가장 잘 부합했던 영화음악은 뭐니뭐니해도 임권택 감독 작품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당시 흥행 기록을 수립했던 <서편제>(1993)를 비롯해, <태백산맥>(1994), <축제>(1996), <(노는 계집) 창>(1997)을 비롯해 최근의 <달빛 길어 올리기>(2010) 등에 이르기까지 임권택 감독이 천착해왔던 한국적 정서와 일맥상통하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특히 <서편제>는 주인공은 김명곤이나 오정해가 하는 판소리이지만, 이러한 ‘전통’이 ‘현대적으로’ 반향되도록 조율했던 일등공신은 김수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인테마라 할 수 있는 ‘천년학’이나, 고즈넉하게 펼쳐지는 대금이나 소금(또는 그 둘)이 어우러지는 ‘소리길’은 이질적으로도 느낄 수 있는 서양악기인 신시사이저와 전통악기가 더없이 조화롭다. <축제>의 경우에도 ‘먼길’에서의 아쟁이 협연하는 비감한 정서와, ‘꽃의 동화(하나)’에서의 소금 편성을 통한 소박하고 아기자기함을 아우르도록 편곡했다.
그는 사운드트랙 음반에 대한 인식의 부재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든 영화음악을 음반으로도 발매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많은 영화음악들이 음반으로 발매되지 못하여 영화가 끝나면 사라져 버리는 운명에 처했던 상황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영화음악 음반사상 높은(당시 기록으로 대략 70만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국악을 대중적으로도 넓게 알린 <서편제> OST는 그렇게 탄생했다.
김수철은 <창> 이후 13년 만에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과 <달빛 길어 올리기>의 영화음악에 참여했으며, 2010년 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영화음악상을 수상했다.
/ 글: 최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