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드래곤 길들이기 배우기
‘드래곤 길들이기’ 본편이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생각보다 얌전히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우와~ 재밌다’! 영화 ‘아바타’ 뺨치는 수준의 3D 표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구성의 절제된 균형이 돋보였습니다. 다시 말해 극장을 찾은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함께 온 부모들도 몰입할 수 있는 가족용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모범을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극장가에 애니메이션 붐이 다시 일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디즈니의 공세부터일겁니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 등이 연달아 히트를 기록합니다. 이 애니메이션들을 전 20대에 극장에서 봤는데, 애니를 졸업(?!)했다고 생각하던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재밌게 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일찍이 알고 있는 명작들을 현대 감각에 맞게 구성하고, 적절한 유머와 아름다운 뮤지컬 음악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감동을 주었죠. 하지만 이후의 작품들은 디즈니식 유머와 뮤지컬 구성이 식상해진 탓인지 전작들 만한 감동을 주지 못했고 흥행도 시들해졌습니다.
21세기 들어 드림웍스의 ‘슈렉’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대단한 성공을 거두죠. 이전 디즈니 작품들과 비교하면 슈렉은 악동입니다. 원작을 모범적으로 재탄생시킨 디즈니 작품들에 비해 슈렉은 기존 가치를 엎어버리는 수준의 창의력을 발휘했죠. 기발한 발상의 패러디는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들마저 웃겨주었고, 아이들은 독특한 캐릭터의 매력에 흠씬 빠져들었죠. 이후에 나온 여러 애니메이션들의 선전 문구에 꽤나 오랫동안 ‘슈렉’과 비교하는 카피를 쓰거나, 제작진이 슈렉 제작에 참여했음을 강조하곤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만큼 슈렉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셈이죠. 하지만 유행처럼 번진 악동스러운 패러디는 다시금 식상해집니다. 특히 갈수록 작품들이 대사로 유머를 표현하려고 하고 있었고, 그 유머의 대부분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정작 어른들은 그때 극장좌석에 파묻혀 정신줄을 놓고 있었죠. ‘가족’을 만족시키기엔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은 구성이었던 겁니다.
이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고전의 재해석, 고전 비틀기에 이어 오리지널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들이 등장했죠. 특히 ‘쿵푸 팬더’와 ‘월-E`는 괄목할 만 했습니다.그리고 ’드래곤 길들이기‘에 이르러 새로운 기준이 완성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합니다. 애니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상상력‘이 십분 발휘되었습니다. 사납고 위협적인 드래곤이 사실은 애완동물처럼 귀여운 면이 있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거기에 더해 정말 다양한 종류의 드래곤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살리는 저력을 보입니다. 포켓 몬스터같은 장편 TV시리즈도 아니고 극장용 한 편에서 말이죠. 쓸데없는 말장난이 안보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할 주제와 어른들이 몰입할 수 있는 주제가 절묘하게 섞이며 이야기를 끌어나갑니다. 거기에 마지막은 100%가 아닌 95%수준의 해피엔딩을 보입니다. 그리고 예전 작품과 달리 부족한 그 5%를 주인공이 마음의 상처 없이 극복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120%의 해피엔딩으로 끝내버립니다. 눈이 휙휙 돌아가는 3D 기술력도 좋지만 무엇보다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 그리고 미국 애니의 저력이 더 크게 다가오더군요.
앞서 언급한 슈렉 1편이 극장가를 휩쓸고 있을 때, 애니메이션 관계자 한분이 ‘이제 애니메이션은 올 때까지 왔다’ 라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더 이상 새롭게 재미를 주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죠. 잠시 그 예측이 맞는 듯 했지만 다시금 새로운 사례가 제시되고 애니메이션의 발전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내용적인 균형에 3D로 상징되는 기술력까지 더해져서요. 우리도 새로운 패러다임인 3D를 수용하며 우리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면보다도 애니메이션은 ‘재밌는 상상력’에서 나온다는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할 듯 합니다. 그리고 가족 관람객을 위한 균형 있는 스토리!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고 배울 것은 기술만이 아니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