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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영화 만들기와 가르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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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독립영화의 테두리 안에 있을 어떤 영화들을 수년동안 해오면서 영화를 만드는 일외에 하나의 직업이 더 생긴 것 같다. 영화 만드는 것을 가르치는 일이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내가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언뜻 위험해보이기도 하지만 또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기에 영화만들기를 가르친다는 것 또한 용기를 내어 해볼만한 일이기도 했다.

수년 동안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재밌는 일도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수강생들이다. 말 안 듣는 중학생부터 말은 정말 잘 들으시는데 결국 아무 말도 듣지 않으셨던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취미로 여행이나 손주들의 영상을 담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에게 핸디캠과 무비메이커로 간단한 편집을 가르치는 일부터 (끝나면 선생인 나는 다시 손주가 되어 어르신들이 사주신 순대국을 얻어먹었다) 특히나 애정이 있었던 미디액트의 짧고 굵은 단편영화 만들기까지 (일주일동안 영화 만드는 법을 배우는 수강생들에게는 초인적인 노력을 바라는 워크숍이다.) 다양한 형식의 워크숍에서 다양한 수강생들을 만났다.

산골에서 만난 중학교 학생은 벌써 영화를 전공하는 대학생이 되었고, 영화판에서 청춘을 소비하며 나를 원망하는 이도 있겠다. 뭐 대단한 거 있는 것처럼 꼬드긴 것들은 가끔 미안하게 생각한다. 나또한 그러한 워크숍에서 느꼈던 설렘으로 영화를 시작했고 이 곳에서 방황하고 있다. 나 또한 완성시키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면서 이러한 워크숍들을 진행하게 된 것은 나의 설렘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부터는 모기업에서 후원하는 “휴대폰과 디카로 영화 만들기”라는 뭔가 사기성이 농후해 보이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휴대폰과 디카로 영화를 만든다니.. 기본적인 영화의 메카니즘도 설명할 수 없는, 아주 기본적인 반석도 깔아놓지 않은 채 영화를 만들라고 한다니... 영혼을 담아야 할 신성한 영화라는 그릇을 모독하는 일이다. 

영화는 세부의 힘이다. 세부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완성시키며 그 영화에 의미가 생긴다. 이런 단발의 워크숍에서 만드는 단편영화는 그러한 세부의 힘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작에 엉망징창이 되기 십상이다. 분명 대부분의 실패작이 만들어진다. 이들이 영화를 하게 된다면 세월이 지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영화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수강생들에게는 분명 의미 있는 실패작이 된다. 설렘을 가지고 영화에 첫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질문들은 여러 가지 답들을 들을 테고 거기에 욕구를 느낀 누군가는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되면서 영화를 배워갈 테니까.. 메카니즘에 현혹 되 기술적인 질문들을 늘어놓기 전에 운이 좋다면 자신의 내면에서 첫 질문을 하게 될 테니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첫 번째 질문이 중요하다. 그곳에서 그 다음 질문들이 결정되니까 말이다.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만들고 싶은 영화를 찾은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내면의 질문을 뒤늦게 찾았다. 수강생들 또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설렘을 찾기는 쉽지만 첫번째 질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설렘이든 첫 질문이든 그들의 첫 경험을 옆에서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내 열정으로 만드는 영화작업과 더불어 그들의 첫 경험을 보는 일 또한 나에게는 큰 의미로 자리 잡았다. 취미, 위로, 자위, 진로의 선택,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프레임 안에 담기는 움직이는 세상을 보고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여러 가지 모습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또한 나에게는 영화를 만드는 것 이상 세상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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