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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F로 시작된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원전

[칼럼]CF로 시작된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원전 대표 이미지

6.25 동란이 지나고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에 접어든 1960년대. 국내에 처음으로 서구 문명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극장이었다.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필름 문화에 대한 호기심은 종로 거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대형 극장가로 옮겨오게 되었고 이것은 당시 국내 대중 문화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한국에서 최초로 상업 애니메이션이 공개된 것도 극장의 대형 스크린이었다.

<피터팬>의 성공 이후, 국내 극장가에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의 대작 애니메이션들이 속속 개봉된다. 특히 국내 최대의 흥행관으로 군림해온 대한극장은 초창기 애니메이션의 덕을 가장 많이 봤던 극장 중 하나로서 화제의 해외 장편 애니메이션들을 연속 유치하게 되는데, 1961년에 개봉된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걸리버 여행기>와 이듬해 여름 개봉된 월트 디즈니사의 <신데렐라> 등은 초유의 흥행 기록들을 수립하며 오랜 기간 동안 장기 상영된 바 있다.

CF로 시작된 한국 애니메이션의 기원전

그리고 이러한 해외 수입 애니메이션들이 가져온 영향은 문화계뿐만이 아닌 사회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어 나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해 볼 만한 사실은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 기법을 이용한 영상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했다는 것이었다.

HLKZ(1956년 10월 개국한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국. 그러나 1961년 화재가 발생해 방송을 중단했고 이후 KBS에 권리를 넘기게 된다)의 전파를 타고 송출되기 시작한 <럭키 치약>의 CF 시리즈는, 당시 HLKZ 방송의 미술을 담당하고 있었던 문달부 선생에 의해 만들어진 상업용 광고였지만 동화와 원화, 그리고 촬영 과정을 거쳐 완성된 콤마 촬영물이라는 점에서 한국 최초의 애니메이션으로 정의되고 있다.

럭키 치약 CF

문달부 선생에 의해서 최초로 시도된 애니메이션 기법의 상업용 광고들은 초창기 제약 회사와 식품 회사를 중심으로 상당량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일반 실사 광고들과 달리 그림에 의해 표현되는 과장과 함축의 묘미 때문인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된다.

박카스 CF

이후 상업용 광고 애니메이션들은 초창기 한국 영상 제작 분야에 뚜렷한 한 줄기를 형성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되는데, 색깔이 들어간 컬러 애니메이션을 비롯하여 극장 상영용 시네마스코프판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심지어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합성된 한국 최초의 특수 촬영 애니메이션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한 상업용 광고 제작물의 편수가 늘어나게 되자 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애니메이터들이 출현하기에 이른다. 국립영화제작소 출신의 한성학, 박영일, 정도빈 트리오와 <활명수>의 CF로 유명한 엄도식, 그리고 특유의 리듬감 있는 연출로 각광을 받았던 신동헌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특히 신동헌이 의욕적으로 제작했던 <진로 소주>의 광고 애니메이션은 사전에 음악을 녹음하고 그림을 그리는 디즈니 방식의 선녹음, 후작화에 의한 24 프레임의 풀 애니메이션으로서 신동헌 감독 특유의 리듬 감각이 등장인물들의 경쾌한 움직임과 함께 앙상블을 이룬 수작으로 당시 상품의 시장 점유 판도를 바꾸어 놓았을 만큼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진로 소주

결국 이 광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신동헌은 마침내 지금까지 국내에서 그 누구도 실천에 옮기지 못했던 대형 프로젝트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 바로 한국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 1967>이 만들어 질 수 있는 토양을 닦아 놓은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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