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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늘에서 내려준, 죽이는 이야기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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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픽사의 <업>이 수상했다. 뭐, 대세이기도 했고, 당연한 결과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수긍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업>이 건드려준 눈물 핑! 도는 향수와 추억, 모험의 세계에 매료됐으니까. 다만 개인적으론 후보에 올랐던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그리고, TV 시리즈의 확장판이라 후보에서 제외됐다던 <에반게리온 - 파> 같은 작품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로알드 달의 원작을 새끈하게 각색한 것도 놀랍지만 애니메이션을 처음 연출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웨스 앤더슨의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는 정말 강적이라고 느꼈다. 스톱 모션 특유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리듬과 유머, 쿨하게 살아가는 미스터 폭스 캐릭터의 매력. 기똥차고 신기하고 슬프기까지 했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도 아이디어의 승리였다. 전혀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맛깔스런 설정을 지닌 짧은 동화를 얼마나 신선하게 요리했는지. <에반게리온 - 파>는 또 어떤가. 총감독 안노 히데아키 개인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철학적 깊이의 총체를 보여준 이 작품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라는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가 그리고 동시에 인류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오랜 고민의 해답을 발견케 했다는 점에서 전율적이었다. 심지어 후보작 중 안티가 가장 많았을 <벼랑 위의 포뇨>조차 바다 위를 달려오는 포뇨의 미칠 듯한 사랑스러움 하나로 모든 것이 이해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들 모두를 관통하는 것은 CG와 기술력이 아니라 스토리와 철학이다. <아바타>가 난리를 쳐도,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의 기술이 일취월장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아이폰이 인류 최고의 장난감이며, 세상이 테크놀러지로 마구마구 연결돼가는 이 시대에 여전히 중요한 것은 이야기인 것이다. 기발하지만 난데없이 튀어나온, 하늘 아래 전혀 없었던 이야기인 것도 아니다. 우리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 본 듯한 것이다. 익숙한 무언가를 조금 변형한 것들이다. 다만, 자기만의 방식과 신념으로 밀어붙인 그런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기술에만 미쳐가는 일련의 흐름들이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햄버거, 스파게티 폭풍의 그림을 우리라고 그릴 수 없을까? 하늘을 나는 풍선집은? 파도 위를 다다다다 달리는 꼬마는? 당연히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발상을 그들이 먼저 했다는 것이 문제다. 

픽사가 얼마나 많은 스토리 작가들을 보유하고 있는지 아는가? 드림워스는? 디즈니는? 지브리 스튜디오는 얼마나 많은 세상의 원작 동화들을 읽으며 어떤 이야기로 차세대 관객들에게 다가가려 고심하고 준비하는지 아는가? 그런 자료는 찾기 힘들고, 알기 어렵고,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는다. 온갖 세미나나 컨퍼런스, 시그라프나 코믹콘 등에서 공개되는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정보보다 그것이 더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그렇게나 중요하다.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창작집단이 회사 형태로 튼튼히 존재하는 할리우드에 비해 우리에겐 그런 기반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최근 IPTV는 비디오렌탈점이 거의 없어진 요즘 최신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집에서 볼 수 있는 대안 창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한국 애니메이션을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거의 제작되지도 않으니 제공되는 컨텐츠도 없고, 있다 해도 독립영화로 구분돼 최신영화 콘텐츠만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잘 찾아지지도 않는 구석진 곳에 배치된다. 하지만 어떻게든 찾아보게 된 사람들은 <제불찰씨 이야기>나 <인디 애니 셀마의 단백질 커피> <별별 이야기> 같은 작품들을 희한한 시선으로 보고는 한다. 이런 얘기도 있었나? 이런 애니도 있었나? 하면서. 소개할 애니메이션 컨텐츠도 거의 없는 환경에서 이야기의 가치를 논한다는 게 덧없어지긴 하지만, 그 와중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돌파구는 여전히 이야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말 어느 날 하늘에서 기똥찬 이야기로 가슴을 사로잡는 애니메이션이 내려온다면, 그 얼마나 업 되고 기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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