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독립영화의 한해, 새로운 10년을 위하여
2009년 한해동안 독립영화는 여러 개의 흥행 홈런을 쳤다. 신년 벽두에 개봉한 <워낭소리>의 이례적이고 기록적인 흥행은 대중성과는 무관하다고 생각됐던 독립영화 그리고 다큐멘터리에 대한 선입견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연이어 <낮술>과 <똥파리>의 선전은 독립영화는 재미없고 심각하다는 편견을 해소시키면서 관객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어냈다. 이 작품들은 대중적인 호응 뿐만 아니라, 평단의 지지와 해외영화제에서의 연이은 수상으로 작품성에 대한 평가도 동시에 얻어냈다. 그리고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예고했다.
사실 이전에도 독립영화들은 주류영화와는 다른 재미로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물론 그 재미가 상업영화에서 추구하는 재미와 다르고, 현실을 잊게 하는 대신 환기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낯선 영화로 비춰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이고 다양한 도전과 실험들이 올해의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몇편의 영화가 얻은 성공이 불균등한 영화 환경을 바꿔놓을 수 없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대다수의 독립영화는 개봉하기가 어렵고 극장을 잡기가 어렵다. 개봉을 하더라도 관객을 만나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독립영화계에 오래 몸담고 있었던 사람으로 이런 일은 흔하게 봐왔기 때문에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물론 좋다고 생각한 영화에 관객이 없을 때는 역시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어렵게 영화를 만들고 처음 개봉하는 입장이 되는 감독들은 더더욱 이런 사실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도 자신의 영화에 관객이 없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때문에 극장 탓을 하기도 하고 배급사나 마켓팅사에 항의를 하기도 한다. 그 명백한 사실을 이미 체득한 감독들은 영화가 개봉할 경우 애써 무심한 척한다. 영화의 홍보에도 인색하고, 차라리 다음 영화에 더욱 에너지를 쏟는 경우도 있다. 흥행수치에 그건 내 일이 아니라는 듯 둔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오히려 배급사에게 핀잔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이런 사례들이 수집될 수 있었던 것은 일년 내내 독립영화만을 상영하는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반 극장과는 전혀 다른 영화들을 상영하면서 새로운 영화문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인디스페이스]는 2009년 12월 31일부로 문을 닫는다. 앞으로 운영자 공모를 통해 새로운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가 선정되고 새로운 극장이 생기겠지만, 어느 극장이 전용관이 될지 누가 운영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너무 아쉽고 참담한 기분이 든다. 많은 창작자들이 이제 자신의 영화를 어디서 상영해야 하는지 걱정하고 있다. 꾸준하게 독립영화를 관람했던 관객들은 자신들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다시 블록버스터들이 향연을 벌이는 멀티플렉스를 전전해야 하는가? 조금더 어렵고 힘들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돌파해내지 못한다면 독립영화가 아니다. 충분히 이런 상황을 넘어서고 극복할 수 있다. 당연하다. 독립영화전용관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비판하며 싸우는 것도 독립영화인들의 몫이다.
2009년에 쌓아올린 독립영화의 지난 10년 이상 쌓아온 노력의 결과이다. 그것은 몇편의 영화가 상징적으로 이뤄낸 성과 이상이다. 독립영화는 편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고 다양해졌으며 질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사회의 제도적 환경은 점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독립영화는 항상 시대와 대면하고 현실을 직시하면서 새로운 환경을 개척해왔다. 생각해보면 2009년은 연타석 홈런으로 대량 득점에 성공했지만,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대량 실점해서 패전의 위기에 몰린 해이다. 축구선수 박지성의 표현대로 심판의 편파판정이나 오심도 게임의 일부라면,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게임 자체를 포기할 수 없다. 홈런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안타와 치고 달리는 작전으로 지지 않는 게임을 벌여야 한다. 최근 독립영화에는 젊고 신선한 감각의 신인 뿐만 아니라 10년 이상 필모그라피를 채워오면서 역사를 지켜온 베테랑 감독들도 건재하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텁다. 2010년 새로운 10년이 시작된다. 새로운 시즌이다. 두터운 선수층으로 새로운 작전을 구사해서 지지 않는 게임을 해야 할 시기이다. 독립영화의 새로운 10년을 기대하시길. 그리고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