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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독립영화 십년단상 獨立映畵 十年斷想

[칼럼]독립영화 십년단상 獨立映畵 十年斷想 대표 이미지

연일 올림픽 열기가 동장군을 몰아내던 지난 2월, 나는 조금 다른 각도로 경기를 지켜보았다. 성적과 관계없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 오른 모든 선수들은 그 자체로 이미 자신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선수들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저들은 저 위치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계를 내 본 적은 없지만 자신의 학교에서부터 시작해서 국가대표로 뽑히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 결과 올림픽에 나가게 되었을 것이다. 세계를 뒤흔든 김연아 선수만 하더라도 7살에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고 하고 스무 살에 세계를 제패했으니 13년이 걸린 셈이다. 사람은 누구나 비교당하는 걸 싫어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이미 비교시계가 돌아가다 보니 내가 영화업에 종사한 지가 몇 년이 됐나 헤아려 보았다. 십년은 넘었다고 생각하니 근데 왜 난 해 놓은 게 없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무엇을 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와 대구단편영화제 십년, 예술영화관 프로그래머 7년, 대구시네마테크를 9년간 이끌었고, 초중고생과 대학생, 일반인을 비롯해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예술영화와 독립영화의 중요성을 알리며 수백회의 강의를 하였다. 그간 가르친 친구들이 각 단체와 영화사에서 일하기도 하고 예술강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며 현재 동료의 위치로 만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꽤나 많은 일을 한 편이다. 적어도 지난 십년간은 밤낮으로 영화를 떠나 살아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이런 공허감을 느끼는 것은 스포츠로 말하자면 비인기종목의 설움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나는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사고가 좀 이성적인 편에 가깝다보니 픽션에 몰입 자체가 되지 않는 편이라 어릴 때부터 영화나 만화 등 영상매체 자체를 현실이 아니라고 인식했기에 의미 없는 것이거나 소일거리 정도로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대중사회에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소통하는데 영화라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매체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영화의 세계로 흘러들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처음 접한 곳이 독립영화판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이 판을 벗어나보고자 무척이나 노력했다. 1980년대로 대표되는 개인에 대한 전체주의에 가까울 만큼의 민주화에 대한 역사의 무게와 중압감에 시달리며 살아온 터라 좀 벗어나서 정말 자유롭게 살고 싶었고 그런 시대가 왔나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판에 와서 딱 마주친 것이 독립영화였으니 피하지 못할 숙명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보니 예술영화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천 편 가까운 영화를 개봉하고 말았고 시네마테크를 통해 이름도 생소한 유럽감독들의 회고전과 특별전 등을 수 십 회나 하게 되었다. 결국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공적영역에서 이뤄져야할 일을 민간영역에서 한 셈이다. 뭐 그렇다고 혼자 새마을 깃발을 들고 다닌 건 아니지만 그닥 주목받지 못할 일만 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다만 개인의 인생사를 들여다 보다 보니 지역 독립영화의 역사가 슬며시 보여 졌을 뿐이다. 

흔히 십년이면 강산이 변하다고 하기도 하고 권불십년이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금 독립영화계는 나처럼 뭐 개근상하나 타 본 적도 없고 가져 본 것도 없이 십년을 올인한 사람도 있고 그 십년을 수수방관하다 갑자기 엄청난 관심을 가지며 뭘 잃어버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을 찾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올림픽이 끝나면 대다수의 선수들은 또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고 차디찬 얼음을 지치며 살아갈 것이다. 잠깐 그 스포트라이트가 좋아서 열광하던 이들은 또 어디론가 밝은 빛을 향해 있다가 적당한 때를 봐서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독립영화와 예술영화가 영화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거창한 표어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장구조에서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의 주류영화만을 보며 애꾸눈으로 살아가야하는 모든 이들에게 두 개의 눈으로 공정하게 세상을 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잃어버렸던 뭔가를 가졌던 우리는 본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한다. 이것이 적어도 이 판에 들어온 우리들의 숙명이다. 독립영화는 이제 더 이상 임자 없는 나룻배도 아니고 타이타닉도 아니다. 우리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아이콘이자 우리들의 미래이다. 독립영화를 빼면 전 생애를 통틀어 초등학교 6년이 한 분야에서 가장 오래 머문 기억인 내가 이 말을 하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아이러니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지난 십년간 육체의 노화를 가졌지만 영화를 통해 잃어버린 것이 없어 행복하다.
* 사진 우측이 남태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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