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2000년대 후반 한국애니메이션의 변화
■ 국산 TV애니메이션과 극장애니메이션의 상황
이제 2000년대도 끝나고 2010년대에 접어들었다. 지난 2000년대, 그 중에서도 후반에 접어들면서 한국애니메이션계의 모습은 「극장애니메이션의 위축과 아동용 TV애니메이션의 제작 활성화」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2000년대 후반 개봉된 극장애니메이션으로는 2009년에 『로망은 없다』『오디션』, 2008년에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와 실사의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 『그녀는 예뻤다』, 2007년에 『천년여우 여우비』『빼꼼의 머그잔 여행』과 『로보트 태권브이』 재개봉판 등이 있었다. 보다시피 2008년부터는 인디 애니메이션이나 단관개봉 혹은 소규모 개봉작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0년에는 4월 현재까지 한국애니메이션 개봉작은 없다.
그 반면 비슷한 시기에 TV애니메이션 쪽으로는 아동용 교육애니메이션이나 유아용 3D애니메이션이 다수 제작되었으며,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일지매』(2009년)나 『매직키드 마수리』(2008년), 『장금이의 꿈(2기)』(2007년)라든지 프로야구와 함께 홍보 효과를 노렸던 『롤링스타즈』(2009년), 과거의 인기작품을 리메이크한 『NEW 아기공룡 둘리』, 만화 원작의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2007년) 등 다종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또한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겨울연가』『던전 앤 파이터』『엘리먼트 헌터』『와글와글 꼬꼬맘』 등이 2009년도에 제작되었고, 한국·캐나다 합작 『메타제트』(2009년)나 한중 합작 『도야지봉』(2007년) 등도 만들어졌다.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매년 어느 정도 작품이 개봉되던 극장애니메이션이 사실상 사라지고 TV애니메이션, 그 중에서도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강세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역시 예산의 문제가 클 것이다. TV애니메이션 쪽도 방영시간대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는 있으나, 극장애니메이션의 경우 2008년부터는 2년 넘게 사실상 메이저 개봉작이 없다는 것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TV애니메이션의 사정이 낫다고는 할 수 있을 듯하다.
■ 2000년대 후반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의 분위기
극장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2007년 『로보트 태권브이』 디지털복원판이 재개봉되면서 한국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다관객동원(66만명)을 기록했고, 완전 오리지널 작품인 『천년여우 여우비』 역시 4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고무적인 결과를 남겼지만 반대로 그 뒤를 이을 작품은 더 이상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애니메이션 역시 2004년 말에 개봉되어 2005년 초까지 300만명 정도를 동원했다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로는, 2008년 말 『벼랑 위의 포뇨』가 153만 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을 뿐 1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단 한 편도 없는 상황이다. 2005년 이후로 50만명 이상을 동원한 일본 애니메이션은 『벼랑 위의 포뇨』 외에는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2009년, 65만명) 단 한 편에 불과한 상황이다. 나머지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대개 15만에서 30만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했고, 아동용이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썸머 워즈』가 13만명, 『에반겔리온: 서』가 7만명, 『에반겔리온: 파』가 6만명,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스팀보이』가 각각 6만명 이하를 동원한 정도다.
그에 반해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2008년 『쿵푸 팬더』가 45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의 애니메이션 관객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또한 2009년 『마다가스카 2』가 123만명, 『업(UP!)』이 103만명, 『아이스 에이지 3: 공룡시대』가 8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8년에는 『월·E』가 132만명, 『꿀벌대소동』이 124만명, 『볼트』가 75만 명을 동원했으며, 2007년에는 『슈렉 3』가 283만 명, 『라따뚜이』가 102만 명을 동원하는 등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작품이 나왔다. 2010년에도 『토이 스토리 3』『슈렉 포에버』 등 대작이 기다리고 있어, 100만 명을 동원하는 작품이 또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10년에도 한국애니메이션의 본격적인 극장 개봉은 요원해 보인다. 일본애니메이션조차도 아동용 작품이 50만 명 전후를 동원하면 대성공으로 생각되고 있을 뿐,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아니 더 정확히는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을 제외하면 흥행 성적이 좋지 않다. 단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하지 않은 스튜디오 지부리 작품인 『게드 전기: 어스시의 전설』은 20만명밖에 관객이 들지 않았다. 그때문에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하지 않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더부살이 아리에티』(오는 2010년 7월 일본에서 개봉 예정)가 국내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관심이 가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2010년대에는 한국애니메이션이 『로보트 태권 브이』 재개봉판의 66만명 기록을 돌파하여 100만명의 벽을 꼭 깰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