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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다음 주에 뵙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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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근에 코미디같은 일을 겪었다. 아니 코미디라는 점잖은 표현보다는 누군가의 표현처럼 수준 낮은 저질 개그라는 표현이 좀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모 방송에서 거의 2년간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를 진행해 왔었는데 이제 방송이 끝물에 왔다는 것쯤은 제아무리 둔한 사람도 느낄수 있을 만큼 분위기가 싸하게 식어가던 무렵이었다.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방송이니 이 정부의 독립영화 정책을 감안하면 오히려 2년이나 독립영화 코너를 유지해 왔다는게 신기하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항상 이번주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2년을 온 끝에 이제야말로 정말 마지막에 도달했음을 직감하면서 작가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기위한 특집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지막 2주를 국내외 독립영화 결산특집으로 꾸미면서 국내외 독립영화 화제작들을 점검하고 독립영화의 현재와 전망에 대해 짚어보려 한 것이다. 하지만 분주하게 종방 특집을 준비하던 중에 느닷없이 준비하던 내용을 멈추라는 얘기를 들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언제 코너 종방을 할지 확정되지 않았는데 결산방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준비했던 내용을 미루면서 한주 한주 ‘땜빵’ 식으로 시간보내기를 두어 주, 드디어 마지막 방송이 왔을 때 공식통보를 받지 못했지만 나는 그날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공식적으로 들은 말은 방송에서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는 거였다. 순진한 한 MC는 다음주에도 방송을 하게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건 그의 지나치게 순진한 해석이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패널의 작심에 따라 얼마든지 돌출발언이 튀어나올 수 있는 생방송의 특성상 마지막 방송에서 내가 뱉어낼지도 모를 독립영화 정책에 대한 쓴소리에 대해 방송국 측에서 민감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표정에는 나에 대한 미안함이 묻어났지만 정부의 공식적인 입 역할을 하는 공무원들에게 나의 돌출발언은 반드시 피해야할 끔찍한 방송사고였던 것이다. 일선에서 일하는 그들의 처지를 모르는바 아니었지만 그렇다해도 그 방송에서는 나름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시청률도 가장 높았다는 ‘독립영화’ 코너를 폐지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단 한마디 고지 없이 퇴출시키는 것은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나는 스탭들의 난처한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그러나 현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완곡하게 비판하는 상당히 점잖은 종방 클로징멘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 한마디 할 기회는 있을거라 믿었다. 하지만 나는 지나치게 순진했다. 그들은 프로였다. 나같은 순진한 아마추어가 어찌 손 써볼수 없게, 주어진 시간을 조율하고 질문을 빼고 더하면서 앵무새처럼 짜여진 각본놀이를 하다보니 어느새 방송시간이 후다닥 끝나 있었다. 그날 마지막 멘트는 평소와 다름없이 “맹수진 선생님, 오늘도 감사합니다.”라는 ‘-ing형’ 멘트였다. 허무했다. 내 상식으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도대체 뭐가 이렇게 자신없는걸까? 뭐가 그렇게 두렵길래 이렇게까지 촌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끝내야 하는걸까? 정부정책을 전면적으로 비판하는 시사 프로그램도 아닌데 이런 작은 코너 하나까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그들은 자신이 없는걸까?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광화문 광장을 둘러친 명박산성이 떠올랐던건 그저 나의 과도한 연상 탓이었을까? 방송을 마치고 나오는데 함께 일했던 작가의 “이대로 끝낼수는 없습니다.”라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저질 코미디같아서. 그 코미디에 들러리를 선 내 처지가 하두 우스워서 말이다. 하지만 사실 요즘, 나는 정말 기분이 좋다. 왜냐구? 여러분이 아는 그대로다. 여러 가지 웃긴 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났고, 여러 사람 황당해할 사건들이 계속 이어졌지만 그 황당한 사건들이 독립영화인들 안에 잠시 잠들어있던 야성을 흔들어 깨워주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확실히 최근에 만난 사람들의 얼굴 표정에서는 지난 몇 년간 볼수없던 설렘과 흥분이 느껴진다. 까짓거 뭐, 더 물러날 곳도 없는데 한번 해봐?하는 표정. 나 역시 마찬가지. 그러니 타령조의 이야기는 오늘로 그만해도 될 것 같다. 다음 칼럼에서는 나도 신바람 나는 칼럼을 쓸 수 있을것 같으니,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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