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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유부남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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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영화를 만들던 여자 친구와 부부가 된지 2년이 되었다. 오늘은 바로 그 기념일이기도 하다. 결혼식 6개월 전에 혼인신고까지 마쳤으니, (행정적) 부부 기념일은 그보다 더 오래되었다. 연애기간을 합치면 7년 가까이 눈빛을 마주치며 지내온 셈이다. 결혼 당시, 근황을 자주 주고받지 못했던 친구들은 내가 여자 친구를 임신시켜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거라고 짐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나온 내 역사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 뒤로도 가끔씩 술자리 같은 곳에서 ‘아이는 잘 크고 있어?’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때로는 ‘네 인생 좀 꼬인 게지?’라는 오묘한 뉘앙스와 함께 말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아이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선방하면서 별일 없이 지내고 있는 편이다. 

결혼해서 애 낳고, 보험에 들고, 반평생을 은행 대출금에 묶여 사는 대개의 삶을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과신했고, 피할 수 있다면 기필코 피하고 싶었다. 여자 친구와 결혼을 결심하고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이제 독립하면 어떻게 먹고 살지?’ 였다. 그 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는 웨딩 촬영, 가끔씩 있는 홍보영상 제작, 청소년 영화제작워크숍 강사 등으로 용돈을 벌었다. 그 외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를 만드는 일에 전부를 바쳤고, 돈 없이도 빨빨거리면서 다녔다. 결혼을 하면 더 이상 그런 배짱으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연애에 잘 걸리는 체질도, 아이들을 싫어하는 성격도, 어른에 대한 공경심도 별로 없는 내게, 결혼은 아무래도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한 때, 다른 예술가들의 프로필을 찾아보는데 열심이었던 적이 있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전시회나 음악회에 가서도, 그들의 작품보다 내 마음을 움직인 예술가들이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더 궁금했다. 그들이 평생 혼자 살았다면, 왠지 나도 그래야만 그들이 이뤄낸 성취에 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리석은 풋내기였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김모PD는 걱정 가득한 우리에게 ‘빌붙을 수 있을 때까지 빌붙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한 집에 살게 되었다. 방 한 칸이 딸린 월세 집을 얻느라 대출도 받았고,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와 건강보험료도 따로 낸다. 천만 원도 안 되는 연 수입에 이 모든 것은 낯설고 두려운 모험이었다. 버텨내려면 생활을 좀 더 단순하게 만들어야 했다. 가급적 걸어 다녔고, 생필품은 얻거나 주워온 것들이 많았다. 보험이나 신용카드는 없고, 식사는 늘 직접 만들어서 먹었다. 할인율이 높아도 필요 없는 것은 사지 않고, 쿠폰을 모으는 유혹에 걸려들지 않았다. 일주일에 이삼일, 알바 때문에 나가는 외에는 거의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만 일했다. 그렇게 작업을 마무리한 영화가 <회오리바람>이다. 우리로썬 독립적인 생활로 만들어낸 독립영화였다. 영화를 완성하던 날 밤, 아내와 동네를 산책하면서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이 영화의 성패와 상관없이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자구. 어쩌면 평생 주목 받지 못하면서 살 수도 있어. 그렇더라도 꿈의 노예가 되지 말고 삶을 먼저 지키자, 여보.” 그리고 다시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예상치 못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의 생활은 여전하다. 다음 주까지 노인복지회관 연말행사에 쓰일 동영상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아직 모든 수입은 알바에서 나온다. 다음 작업 때까지 버티려면 어쩔 수 없다. 작은 변화도 있다. 걷는 대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친구들이 놀러 오면 내놓을 수 있는 요리 개수도 조금 늘었다. 며칠 전에는 거실에 작은 소파를 들여놓았다. 좀 더 포근한 겨울을 날 수 있을 것 같다. 내친김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해볼까도 생각 중이다. 그리고 새로운 작업을 준비 중이다. 이제 다른 이들의 삶을 살피기보다는 우리의 삶에 집중하게 되었다. 막상 닥쳐보니, 시작해보지도 않고 가졌던 두려움도 조금 줄어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이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한 발씩 내딛기로 했다. 든든한 동지, 아내와 함께. - 결혼 2주년을 자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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