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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트 애니메이션 개봉, 미루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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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애니메이션 <벨빌의 세쌍둥이>를 보고서 실벵 쇼메의 팬이 되었다. 그 예술적 감성에 미국, 일본, 한국, 그리고 어떤 유럽 애니메이션에서도 받지 못했던 강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애니메이션이 그림과 사운드로 이루어진 예술이라는 것을 너무나 명징하게 증명하는 작품이었다. 아티스트란 이런 것이구나, 싶어서 예술과 거리가 먼 내 인생이 한심해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세쌍둥이의 현란한 무대 코러스에 반해서 인터넷 음반 매장에 있던 <벨빌의 세쌍둥이> OST까지 구했다.(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다.) 당시 패널로 출연하던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 코너에 들고 가 소개하면서 열변을 토했던 기억이 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작년 가을 실벵 쇼메의 신작 <일루셔니스트>(사실 이것도 만들어진지 꽤 돼서 이젠 신작도 아니지만)가 국내 한 영화제에서 상영될지도 심지어 그가 내한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조건 인터뷰 시켜달라고 그 영화제 프로그래머 선배를 조르고 난리였다. 몇 년 전 좋아하던 앵키 빌랄이 부산영화제에 왔을 때 다소 무성의하던 인터뷰 태도를 기억하며 실망하면 어쩌나 슬쩍 걱정도 됐지만, 실벵 쇼메는 그럴 리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 상상을 부풀렸다. 하지만 <일루셔니스트>의 상영과 실벵 쇼메 내한은 결국 성사되지 않아서 무척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왜 안 왔냐고 생떼 편지라도 쓰고 싶었던 걸 참았다. 평생 스코틀랜드에는 가본 적도 없지만 실벵 쇼메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있는 곳이라 언젠가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이 드니, 이 정도면 팬이 아니라 스토커? 

다행히도 <일루셔니스트>는 이미 국내에 수입돼있다. 개봉 일정도 2011년 1월. 하지만 어쩐지 대부분의 아트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이 개봉일정이 유동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개봉시켜봤자 마케팅 비용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 한국영화 시장 상황 때문에 개봉을 선뜻 결심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래서 국내 어느 수입사의 창고에서 자고 있는 작품들이 여러 편이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아닌 경우 수입가가 싸다 보니 어이없는 대박을 노리며 작품을 사재기해놓는 업자분들 덕분(!)이다. 게다가 일단 수입이 되고 나면 거의 대부분 영화제에서 틀지 않는다. 그나마 얼마 안되는 아트 애니메이션 관객으로부터 수익을 내야 할 판인데, 영화제 상영은 볼 사람들이 다 보게 만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거야말로 협소한 시장 상황을 탓해야 할지, 편견 심한 업자들을 탓해야 할지, 아트 애니메이션에 관심 없는 대다수 관객을 탓해야 할지 모를 상황이다. 문화사회적 기여 운운하며 꼭 개봉해야 한다고 우길 수도 없고. 결국 이리저리 재고 따지다 개봉 시기는 점점 요원해지고, 본전만 탓하며 본의 아니게 개인 소장용으로 남게 되는 아트 애니메이션들이라니...어쩐지 씁쓸하다. 배급과 수익의 구조 안에서 그 작품을 만들었던 위대한 아티스트들의 창의성은 어느 새 증발해버리고 없을 것만 같다. 

프랑스의 위대한 코미디영화 감독이자 배우 자크 타티가 남긴 유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든 <일루셔니스트>는 1950년대 후반 스코틀랜드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마술사와 그를 진짜 마술사라고 믿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다. 마술사와 여자는 자크 타티와 그녀의 딸을 상징하는 캐릭터라니, 어쩐지 더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그린 모든 것에 약한 편이다. 게다가 자크 타티와 실벵 쇼메의 만남이라니, 여러모로 보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 보신 분들은 가까이 오는 걸 금한다. 뭐 꼭 보고 싶다면 해외에서 DVD를 구매할 수도 있고 방법은 있겠지만 절대 절대 절대 극장에서 보고 싶다. 그래서 제발이지 이 모든 게 내 쓸데없는 기우이고 예정대로 그냥 개봉해주길, 아니 조금 일정이 밀려서라도 개봉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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